STX계열 포스텍, 후려치기 모자라 돈도 늦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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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STX계열 포스텍, 후려치기 모자라 돈도 늦게 줘 [지금 중기에선]거래불공정 ⑩SI ‘갑’ 횡포 하도급법 위반

기사입력2014-04-01 06: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포스텍 본사가 위치한 창원 STX빌딩<사진=포스텍>

STX그룹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포스텍이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단가후려치기와 대금지급 지연 등 ‘갑의 횡포’를 일삼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포스텍이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부당단가 인하, 서면지연발급, 선급금 지연지급, 대금 지연지급 등 하도급법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 2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하기로 의결했다고 31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포스텍은 모두 10개 수급사업자에게 16건을 위탁하면서 단가를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단가후려치기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겼다.

3개 수급사업자에게 ‘OA 유지보수’ 등 9건을 위탁하면서 용역위탁 목적물, 기술자 등급 등 세부내역 조건이 전년도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1인당 월 노임 단가를 전년도 대비 10%씩 일률적으로 인하했다.

또 7개 수급사업자에게 ‘전산시스템 운영’ 등 7건을 위탁하면서 발주자의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단가를 30% 내외에서 일률적인 비율로 인하했다.

56개 수급사업자들과 96건의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면을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급사업자들에게 구두로 작업지시를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실도 적발됐다. 서면계약 미작성은 하도급법 위반사항이다.

또 선급금이나 대금지급을 법정지급기일보다 늦게 지급하기도 했다.

7개 수급사업자들에게 선급금 2억3000여만원을 법정지급기일인 15일보다 늦게 지급했으며, 그에 따른 지연이자 118만3000원도 지급하지 않았다.

153개 수급사업자들에게는 하도급 대금 82억8462만원을 법정지급기일은 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보다 늦게 지급하고 그에 따른 지연이자·어음할인료·어음대체 결제 수수료 8870만원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단가후려치기 등 하도급법 위반은 포스텍뿐만 아니라 대기업 계열 SI업체들 사이에서 만연한 업계의 관행이었다. 지난 2월에는 대기업 계열 SI업체 7곳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SI업체 7곳 무더기 적발…하도급법 위반 관행 심각

공정위는 지난 2월 대기업 계열 SI업체 7곳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5곳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중 SK 씨앤씨는 가장 많은 3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신세계아이앤씨(1억2500만원), 현대오토에버(1억1900만원), 롯데정보통신(3600만원), 케이티디에스(2500만원)도 하도급법을 위반한 정도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화에스앤씨와 아시아나 아이디티는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 조치만 받았다.

지난 2월 발표된 대기업 SI계열사 7곳의 하도급법 위반 내역<자료=공정위>

SK 씨앤씨는 12개 수급사업자에게 SW시스템 개발과 운영 등을 위탁하면서 위탁한 과업내용 및 물량에 변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하도급 대금을 32만39000원에서 최대 1529만원까지 감액했다.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17개 수급사업자에게 21건을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발주하면서,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20만원에서 최대 1100만원까지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다.

이처럼 다수의 대기업 계열사들이 하도급법 위반으로 적발된 이유에는 정부가 SI산업을 5대 유망서비스산업으로 지정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2월 보도자료에서 “5대 유망 서비스 산업 중 하나인 시스템 통합 업종에서 관행적으로 반복되어 온 비정상적인 하도급 거래 행태를 정상화함으로써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혁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SI산업에서 ‘갑의 횡포’가 만연하게 된 데는 대기업 계열 SI회사들의 시장지배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IT 서비스 업무를 포괄적으로 수행하는 ‘종합 SI사업자’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 SI계열사들은 자신이 위탁받은 업무를 다시 전문 SI사업자나 하드웨어 개발자 등에 위탁하게 된다. 위탁업체들은 컨설팅이나 하드웨어 시스템 공급 및 설치, 소프트웨어 개발 또는 시스템 유지보수 등의 각 영역에 특화된 소규모 업체들이다.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은 그룹사의 SI서비스를 배타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경기 변동이나 시장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수주물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서비스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수급사업자들은 대기업 계열 SI사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해당그룹의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수급사업자들은 최소한의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원사업자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으며, 거래단절 우려로 인해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대한 신고도 기피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다는 게 공정위의 분석이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SI 업종 등 지식정보 산업에서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하고, 위법행위 적발 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