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할 수 있는 여건 만드는 것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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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소비할 수 있는 여건 만드는 것이 우선 근시안적 소비장려정책 도움안 돼…최저임금 부터 올라야 소비늘 것

기사입력2016-07-12 20:34

늦은 밤 급하게 택배를 보낼 일이 있어 편의점에 들렀다. 한가할 것 같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르바이트생은 뭔가 일이 많은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매장 청소부터 빈 선반에 제품을 채워 넣는 기본적인 일, 그리고 빵을 굽고 치킨을 튀겨내는 일까지 잠시도 쉴 틈이 없어보였다. 불현듯 대학시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매장 청소나 고객응대와 같은 기본적 업무가 전부였다. 요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택배부터 음식조리까지 별별 일을 모두 해야 한다. 당시 받았던 급여는 시간당 4320원(2011년기준). 6년 새 해야 할 일은 배로 늘었는데 임금은 고작 1710원 올랐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국가가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임금이다. 근로자를 고용하는 모든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반드시 최저임금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업무량이 많거나, 야간근무의 경우 최저임금 이상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찾아보기 쉽지 않다. 업무량이 늘면 임금 또한 오르는 것이 상식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수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이 OECD에 가입한 1996년부터 최근까지 20년간 고용의 양과 질 등 주요 노동지표 14개의 순위’를 비교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 한국근로자의 연평균 임금은 3만880달러(17위)에서 2014년 3만6653달러(15위)로 2계단 상승했다. 그러나 이도 OECD평균의 90% 수준이다. 늘 선진국 수준을 부르짖는 경제단체인데, 어쩐지 임금문제에선 소극적이다.

최저임금 인상반대를 외치는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임금을 올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물가가 상승하고,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도산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인원을 감축함에 따라 많은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얼어붙은 내수시장을 깨우고,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위해서는 소비에 필요한 기본적인 소득부터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고용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로자의 임금을 낮게 잡는다면 소비자인 수많은 근로자의 지갑은 열리지 않는다. 도리어 낮은 임금은 근로자의 근로생산성을 감소시키고, 근로욕구를 저하시킨다. 저성장이 아닌 마이너스 성장으로 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부도 시각을 바꿔야 한다. TV·에어컨의 구매금액을 돌려주고, 승용차 구입에 감세혜택을 주는 것은 눈앞의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소비를 할 수 있는 형편을 만들어주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