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정전문가 10명중 7명 “증세 필요하다”

프린트

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경제·재정전문가 10명중 7명 “증세 필요하다” “법인소득 증가대비 법인세 낮아” vs “증세할거면 개인소득세 올려야”

기사입력2016-07-15 11:21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자료=국회예산정책처>

경제·재정 분야 전문가 55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38명(69.1%)은 세율 인상 등 증세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일부 정치인을 제외하곤 증세의 ‘증’자도 꺼내지 못하는 현실에서 경제·재정전문가들 다수가 증세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증세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38명의 전문가는 우선 순위로 ‘법인세’ 인상을 가장 많이 꼽았다(16명, 42.1%). 최근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재정전문가들이 법인세 인상론에 힘을 보탠 셈이다.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 이외 증세방안으로 소득세(10명, 26.3%), 부가세(7명, 18.4%), 기타(5명, 5%)를 꼽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의뢰를 받아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 5월16일부터 6월22일까지 경제·재정 분야 전문가 5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 한겨레신문 정남구 논설위원은 14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 정부 재정수입에서 조세비중은 18%로 과거 수준인 22%(2000년도)정도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 2007년에서 2015년까지 5년 동안 법인소득이 70% 증가했음에도 법인세는 24% 늘어나는데 그쳤다”며 세수 증대의 필요성을 밝혔다.

이어 정 논설위원은 “그동안 소득세율이 법인세율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올랐다는 점에서 법인세를 늘리지 않고 다른 증세를 추진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증세 방안으로 법인세 인상을 주장했다. 그는 “법인세 인하는 국내기업이든 국외기업이든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는 것인데 실제로 투자가 많이 이뤄졌는지를 봐야하고, 이뤄졌다면 지금과 같은 저성장기조도 보이지 않았다”며 법인세 동결 또는 인하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매일경제 최경선 논설위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세율만 놓고 보면 OECD 평균보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낮다”면서도 “GDP 대비 실제 걷히는 돈을 놓고 보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쟁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법인세가 높다. 지금 법인세를 올리면 국내기업의 투자 위축은 물론 외국기업의 투자유치 역시 어렵다”며 법인세 인상에 대해 반대했다. 세수 증대 방안과 관련해서는 “기업투자가 안된다고 법인세를 올려도 정부가 더 잘 쓴다는 보장도 없다”며 “(세수증대가 필요하다면) 법인세보다 개인소득세를 더 걷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대주주·경영진 책임(58%) vs 근로자 공동 고통분담(18%)

<자료=국회예산정책처>

한편 국회예산정책처가 14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5명의 경제·재정전문가 중 22명(40.0%)은 구조조정시 정부의 자금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33명(60%)은 정부의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이 가운데 19명(57.6%)은 기업의 자구책으로 ‘경영진·대주주 경영권 박탈 및 사재 출연 등 책임부담 필요’를 꼽았다. 국민의 혈세가 투여되는 만큼 기업운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금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40%)까지 포함하면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자에 대한 전문가들의 눈길은 싸늘했다. 기업의 자구책으로 ‘기업 및 근로자 공동 고통분담’을 요구한 전문가는 6명(18.2%)이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조선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정부의 입장과 사뭇 다르다.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을 분담해야 할 주체를 선택함에 있어 정부는 ‘기업과 근로자’를 선택했다. 반면 경제·재정전문가들은 ‘경영진·대주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또 구조조정 과정을 보도하는 주류 언론의 시각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당연한 듯 비춰지는 근로자의 임금반납과 일방적인 대규모 인력감축은 전문가들의 시각에선 ‘과도한’ 고통분담이었던 셈이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대주주와 최고경영자가 기업부실에 대한 책임을 온전하게 부담했는가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