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한 일 부지기수” 가치와 소통이 중요하다

프린트

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속상한 일 부지기수” 가치와 소통이 중요하다 일자리제공형, 인건비보다 맞춤지원 要…㈜떡찌니 석지현 대표

기사입력2016-08-03 00:00

“사회적기업가들을 만날 기회가 많은데, 다들 하나같이 어떻게 해야 잘 꾸려나갈 수 있을까 고민들을 많이 하세요.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스스로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견고하게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어려움이 와도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거든요”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 ㈜떡찌니 석지현 대표와 떡찌니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 ©중기이코노미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 ㈜떡찌니의 석지현 대표는 사회적기업의 길이 쉽지만은 않다며 ‘가치’ 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떡찌니는 떡을 파는 카페다. 아기자기한 외관에, 여름을 맞아 판매하고 있는 빙수 그리고 매콤달콤한 냄새로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잡는 떡볶이까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동네에 하나씩 있는 일반 카페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떡찌니는 고용노동부가 인정한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이다. 2014년에는 서울시에서 우수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아 ‘더 착한 서울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일생산 당일판매를 원칙으로, 판매 후 남은 떡은 다음날 아침 장애인센터 등 어려운 이웃에게 제공한다. 또 바자회가 열리면 무료로 떡을 후원하고, 출강을 나가 떡만들기 교실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자리제공형’은 말 그대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사회적기업을 말한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4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유형 가운데 일자리제공형이 전체(2014년기준 1012개)의 65%(659개)를 차지한다.

<사진=떡찌니 홈페이지>

취약계층은 자신에게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시장가격으로 구매하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노동시장의 통상적인 조건에서 취업이 곤란한 계층을 말한다. 저소득자, 고령자,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장기실업자, 북한이탈주민, 성매매피해자, 가정폭력 피해자, 한부모 자녀, 결혼이민자 등이다.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체 근로자 가운데 취약계층 근로자 비율이 30% 이상이어야 한다. 내년부터는 50%이상으로 기준이 올랐다. 떡찌니의 경우 고령자, 장애인과 함께 떡을 만들고 있다.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하고 싶어 시작한 사업이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게 힘들더라구요. 예전에 장애인 친구가 서빙을 했었는데,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손님이 화를 낸 적이 있었어요. 그 친구도 상처를 받았고요. 그래서 직접적인 서비스 분야보다는 떡 생산에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초기엔 불량도 많았어요. 떡의 경우 재료의 배합이 중요한데, 장애인 친구가 처음하는 일이라 익숙하지도 않고 몸도 좀 불편해 불량이 많았습니다. 버린 양이 어마어마 했을 겁니다”

석 대표는 이제는 담담하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사람인지라 속상한 마음이 들 때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보니 사회적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소통’을 꼽았다.

“사회적기업을 하려면 직원에 대한 이해가 필수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해요. 대표와 근로자 사이뿐만 아니라 직원과 직원들끼리도요. 취약계층과 함께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게 우선입니다. 사실 저보다도 직접 함께 일을 하는 직원들이 힘이 들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거든요. 아무리 좋은 사람도 몇 번 정도는 좋게 넘길 수 있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고요. 이런 부분이 사회적기업이 겪는 가장 힘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진=떡찌니 홈페이지>

인증획득 복잡, 기관분산…기업별 맞춤형 지원에 초점 맞춰야

석 대표는 복잡한 인증 과정과 사회적기업 업무가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정관과 규약(운영규정), 신청기업 사업현황, 유급근로자 명부, 사회적 목적 실현 확인서류 등 10여 종류의 서류가 필요하다. 인증 주관기관도 단계별로 다르다. 고용노동부가 사회적기업 인증계획 공고를 내면, 상담과 컨설팅은 광역자치단체 산하 사회적기업 지원기관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진행한다. 그런데 인증신청과 접수는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만 받는다. 또 인증을 받기위해선 현장 실사와 함께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등 중앙부처와 광역자치단체의 추천도 필요하다. 그래서 전문 컨설팅업체의 도움없이 영세한 규모의 기업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관련부처에 분산돼있는 정부지원도 문제다. 떡찌니 뿐만이 아닌 다른 사회적기업 관계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다. 현재 사회적기업 관련업무는 고용노동부, 고용센터, 사회적기업진흥원, 광역지자체 산하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이 나눠 맡고 있다. 크게 예비사회적기업 업무는 광역지자체에서, 인증사회적기업 업무는 고용노동부에서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쉽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서는 교육, 판로지원 등 간접지원을 맡고 있고 인건비, 사업개발비 등의 직접지원은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 지원자체가 양분돼 있어 헷갈리는데다 지자체 예산에 의존해야 하니 지역별로 지원금 규모도 편차가 크다.

또 단기적인 인건비 대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사업개발비 등 기업의 실정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석 대표는 실제 떡찌니의 경우 사업개발비로 떡볶이를 만든 것이 지속적인 사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처음 창업할 당시 테이블 두 개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떡집의 형태로 시작했다. 창업 이후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대형프랜차이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다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생각해낸 메뉴가 떡볶이였다. 매장에서 떡볶이 떡의 매출이 가장 많아 생각해낸 아이디어였다.

“공장도 옮기고 매장 내부도 바꿨어요. 이걸 바꾸는 과정에 돈이 많이 드는데 제품 홍보이미지·홈페이지·영상제작 등을 사업개발비로 충당했어요. 지금은 매출의 60%가 떢볶이가 차지할 정도로 저희 매장의 효자메뉴입니다. 이런 식으로 식품기업에는 개발비 지원을, 공간이 필요한 기업에는 장소를 대여해주는 등 해당기업에 맞는 차별적,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위해서는 취약계층을 6개월 이상 고용해 그 실적을 증명해야 한다. 전체 근로자수는 5인 이상이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취약계층에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괜찮은 일자리란 임금수준, 고용형태, 고용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예컨대, 임금의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은 최저임금(올해기준 시급 6030원) 이상을 지급했는가 이다. 또 고용안정성의 경우에는 사회적기업 인증 신청일 이전 6개월간 명예퇴직, 권고사직 등 고용조정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