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日과 비교해 중소기업 종사자 훨씬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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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美英日과 비교해 중소기업 종사자 훨씬 많은데 전 산업의 88%…부가가치 51.2%, 임금은 대기업 대비 60% 불과

기사입력2016-08-02 00: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99.9 대 0.1, 0.1%가 999배가 많은 집단을 좌우한다. 2015년 대한민국 산업생태계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면 그렇단 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소기업은 국내 전(全)산업 사업체 수의 99.9%를 차지한다. 기업 숫자로만 보면 대한민국 기업의 전부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위기는 늘 거론돼왔고, 이들이 과연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느냐는 질문은 늘 제기돼 왔다. 양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자유시장에서 절대적 약자,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는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란 측면에서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와 육성은 약자에 대한 동정론이 아니란 얘기다.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은 헌법에도 명시된 국가의 의무다.

헌법 123조 제3항에는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중소기업 보호에 대한 헌법상 의무는 중소기업기본법에 더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중소기업기본법의 목적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과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시책의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해 창의적이고 자주적인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나아가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국민경제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것’이다.

헌법과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중소기업의 수주 기회를 증대시켜 시장에서 생존하고 지속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척결해야 한다.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영역을 보호하는 규제 또는 조치도 중소기업기본법에 근거한 것이다.

제조업 생산액 비중

<자료=중소기업중앙회>

99.9%의 중소기업을 정하는 기준은?

헌법과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보호대상인 중소기업 기준은 2015년 바뀌었다. 변경 전에는 업종에 따른 상시 근로자 기준(예컨대 도소매·숙박·금융·전기업종의 경우 200명 미만, 제조·광업·건설업의 경우 300명 미만 등)을 충족하고, 업종에 따라 자본금(제조업의 경우 자본금 80억원 이하) 또는 매출액(도소매업의 경우 매출액 200억원 이하) 두 가지 기준 중 하나를 충족해야 했다. 이후 상시 근로자 기준을 삭제하고 매출액 단일기준으로 변경했다. 제조업의 경우 단일기준을 24개 제조업종으로 세분화하고, 업종별 3년 평균매출액과 자산총액 5000억원 상한기준만 남겨뒀다. 매출액과 자산총액이 상한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중소기업 기준을 변경한 이유는 기존의 근로자 수, 자본금 등 투입지표의 경우 인위적인 조정이 가능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업종에 따라 평균매출액은 1차금속제조업 등이 1500억원, 농업·광업·건설업 등이 1000억원, 인쇄·의료·운수업 등이 800억원, 보건업·사업시설관리 서비스업 등이 600억원, 숙박·음식점·금융·부동산업 등은 400억원이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들 업종들의 매출이 평균매출액기준을 만족하더라도 독립성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중소기업에 포함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재무보증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야 한다.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법인이 중소기업 주식 등 30%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해서도 안되고, 최대 출자자여서도 안된다. 관계기업의 경우 출자비율에 해당하는 평균매출액 등을 합산한 결과가 업종별 규모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관계기업 제도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 등을 소유해 중요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경우, 지배·종속관계로 규정해 서로 독립된 기업이 아닌 하나의 기업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매출액을 주식 등의 소유비율만큼 합산해 중소기업 여부를 판정한다.

증가하는 생산성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

<자료=중소기업중앙회>

제조업 기준 중소기업의 생산액은 1980년대까지 대기업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를 지나면서 전체 생산액의 42.7%인 75조71300억원까지 성장했고, 2004년 48.6%(383조4964억원), 2014년 48.3%(748조2101억원)로 절반을 차지했다. 부가가치 비중은 1990년대 44.3%(31조4318억원), 2004년 49.4%(148조2899조원), 2014년엔 대기업보다 많은 51.2%(260조115억원)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제조업 분야 대·중소기업의 생산액 증가분에 대한 중소기업의 기여율은 59.9%다. 같은 기간 부가가치 증가액에 대한 기여율은 무려 83.1%다.

중소기업의 기여율은 높지만 중소기업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제조업 중소기업의 자기자본 비율은 2008년 39.13%, 2014년 38.69% 수준이다. 그 사이 증감은 있었지만 40%선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대기업은 같은 기간 47.29%에서 2014년 57.67%로 상승했다. 부채비율도 같은 추세다. 제조업 중소기업의 부채비율은 2008년 155.57%, 2014년 158.46%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기업은 111.46%에서 73.41%로 줄었다. 중소기업이 정체를 겪고 있는 사이 대기업에는 여유가 생겼다.

중소기업이 기여하는 생산액과 부가가치액은 늘었지만, 임금수준엔 변화가 없었다. 2008년 중소기업 1인당 월평균 임금은 227만1000원에서 2015년엔 293만8000원으로 8년 동안 66만7000원 올랐다. 대기업은 같은 기간 378만6000원에서 484만9000원으로 106만3000원 인상됐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60%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으로 한정하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 2015년 제조업 중소기업의 1인당 월평균 임금은 301만3000원으로 대기업 557만4000원의 54.1% 수준이다.

꾸준한 고용증가…10명 중 9명은 중소기업 종사자

대기업과 비교해 생산액과 부가가치액은 높지만 임금이 낮은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종사자 수는 꾸준히 늘었다. 1994년 767만명이던 중소기업 종사자는 2004년 1021만명, 2014년 1402만7000명으로 10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대기업은 2008년 254만명에서 2004년 161만3000명까지 줄었다가 2014년 193만5000명으로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 종사자는 전산업 종사자의 87.9%를 차지한다. 10명 중 8~9명은 중소기업을 다닌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국들의 중소기업 종사자 수와 비교해도 국내 중소기업 종사자수 비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영국, 미국, 대만, 일본도 전체 사업체중 중소기업 비중이 적게는 97% 많게는 99%를 보이지만, 종사자 수가 80%를 넘어가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대만과 일본이 각각 78%와 75%를 기록, 상대적으로 높고 영국은 60%, 미국은 48% 수준이다. 이들 국가와 비교해 고용률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