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못받는 근로자 내년에 300만명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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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최저임금 못받는 근로자 내년에 300만명 넘는다 불공정한 시장 계속되면 누구도 최저임금법 안 지킬 것

기사입력2016-08-16 20:54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전체 근로자 대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수가 올해 280만명에서 내년에는 313만명으로 늘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6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대비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비중은 올해 14.6%에서 2017년 16.3%로 높아진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미달해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올해는 280만명, 내년에 313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들은 모두가 범죄자란 얘기다. 한국은행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위반 근로자가 종사하는 업종은 농림어업이 가장 많았고 음식숙박업, 예술여가, 사업지원, 부동산임대, 도·소매, 제조업 등의 순이었다. 기업규모별로는 종사자 10인 미만 영세업체가 많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행한 보고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특성 및 문제해결 방안’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2009년 2만5505개 업체를 감독한 결과 1만5625건의 최저임금법 위반을 적발해 61.3%의 적발률을 보였으나, 2014년에는 9.7%까지 하락했다. 반면 최저임금 위반 관련 신고건수는 2012년 620건에서 2013년 1101건 그리고 2014년에는 1240건으로 증가했다. 최저임금 위반 신고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감독업체수와 적발건수는 감소하고 있다.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근로자가 300만명을 상회할 것이란 전망속에서 최저임금 위반 단속 건수와 신고 건수가 이처럼 미미하다는 것은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위반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근로감독을 위한 인력부족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한 근본적인 취지는 근로자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비를 확보해 줌으로써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동력 재생산을 확보하고자 함이다. 아울러 최저임금의 또 다른 기능중 하나는 이른바 자유시장에서 사업주간 불공정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사업주가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불하고 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묵인한다면, 최저임금법을 준수한 사용자는 가격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범죄를 저지른 사용자에게 수익을 보장하는 불공정한 시장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 노동시장이 그런 상황이다. 이런 불공정 상황이 지속되면 어떤 사업주도 최저임금법을 준수하면서 손해를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악순환, 위법상태만 계속될 뿐이다. 최저임금 미만율을 낮추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외국의 사례에 비춰 상습적 최저임금 위반 방지를 위해 법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또 감독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사업장 근로조건 위반을 감독하는 근로감독관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근로감독관을 증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을 지켰다는 이유로 사업주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현재의 불공정한 노동시장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최저임금 제도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취약근로계층이 주로 10인 미만 사업장에 고용되어 있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영세자영업자와 영세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 역시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인 두루누리 사업은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의 부담을 경감시켜준다. 따라서 지원대상, 지원금액 등에 대한 확대 및 상향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효과적인 방안은 중소업종에 대한 사업영역을 보호하는 한편 중소사업장에 대한 자생력 강화 방안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장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소상인 적합업종 제도 법제화를 통해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시장진입을 막고, 중소기업 및 영세사업장 스스로 자생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