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비해 부가가치 낮은 서비스업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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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제조업 비해 부가가치 낮은 서비스업이 관건 일자리 못찾아 서비스업에 집중…구조조정·실업·신산업발굴 난제

기사입력2016-08-31 14: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내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일면 맞지만 일면 틀린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한국산업의 경쟁력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제조업 중소기업의 전 산업 대비 부가가치 비중은 30%다. 중소기업 강국인 독일보다 7%p가 높고,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보다는 20%p 가량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서비스업 중소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선진국보다 낮다. 국내 서비스업의 주력군이 도·소매, 음식점, 숙박업 등 저부가 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전 산업 대비 국내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선진국과 비교해 높지만, 비제조업을 포함한 전체 중소기업의 효율성은 낮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 국제경쟁력평가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의 효율성은 조사대상 59개국 중소기업 평균치 대비 66.1%다. 2010년 75.4%, 2012년 76.7%로 증가했지만 2014년 다시 67.0%로 떨어졌고 올해는 70.7% 수준이다.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효율성이 더 떨어진다. 2016년으로 한정하면 국내 중소기업의 효율성은 독일의 47.6%에 불과하고 미국, 대만, 영국의 절반을 조금 넘었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최근 낮아졌지만, 2012년 기준 비교대상 59개국 평균치의 108.7% 수준이고 17위를 기록했다. 국내 대기업의 효율성은 세계적인 수준인 반면 중소기업은 평균 이하다.

<자료=한국생산성본부> ©중기이코노미

제조 중소기업 경쟁력 비해 떨어지는 비제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효율성 격차는 노동생산성 차이에 따른 것이다. 한국생산성본부의 노동생산성 동향에 따르면, 2005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10년 제조업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24.1%가 증가한 반면 대기업은 51% 늘었다. 또 2010년을 100으로 봤을 때 제조업 대기업 노동생산성은 2008년(87.8), 2009년(89.5) 그리고 2011년(100.7) 이후 2016년 1분기(104.9)까지 상승 또는 안정세를 보인다. 그러나 제조업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2008년(94.2), 2011년(101) 이후 2016년 1분기(89.3)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대중소기업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격차가 벌어졌지만, 한국 제조업 중소기업의 종사자 1인당 부가가치는 세계적 수준이다.

정리하면 국내 제조업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노동생산성이 낮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높다. 그렇지만 전체 중소기업은 평균 이하다. 전체 중소기업의 효율성이 낮은 이유는 통계청에서 확인할 수 없는 소상공인(10명 이하)의 부가가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외 제조업 중소기업의 높은 부가가치 수준에 비해 비제조업의 부가가치 수준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을 보면 선진국과의 차이가 확연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 ‘한국산업의 경쟁력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2009년 한국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미·일·독 대비 24% 수준으로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점을 기준으로 봐도 한국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17.7달러로 미국(34.7달러), 일본(28.1달러), 독일(38.3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높다. 2014년 기준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59%다. 프랑스(79%), 미국·영국(78%), 이탈리아(74%), 일본( 72%), 독일(69%)과 비교하면 10~20%p 격차가 있다. 국내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일본과 비교해 1/4 수준임에도 전체 산업 대비 부가가치 비중 격차는 적다. 물량투입에 따른 것이다. 생산성이 낮은 저부가 서비스업에서 수많은 종사자가 낮은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내수시장 규모 및 사업체 수·매출액 비교

파란색은 제조업, 빨간색은 서비스업<자료=현대경제연구원>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은 곧 급여수준과 이어진다. 통계청 도소매·서비스업조사에 따르면, 2014년 전체 서비스업 종사자 1인당 연간 급여는 1561만3000원이다. 이중 서비스업 중소기업의 1인당 연간 급여는 1380만9000원, 제조업 중소기업 3197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음식·숙박업 종사자의 경우는 640만원에 불과하다.

국내 서비스업의 제조업 대비 임금수준은 1990년 97.4% 수준에서 2009년 54.7%로 급격히 낮아졌다. 2009년 이탈리아와 일본 서비스업의 임금수준은 제조업의 80%이상이다. 미국(71.9%)은 이보다 낮지만 국내 서비스업과 차이가 크다. 국내 서비스업 현실을 표현하는 ‘낮은 임금에 따른 낮은 생산성’, 2008년 외환위기 이후 개선됐다는 징후는 찾아 볼 수 없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실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1998년 외환위기가 서비스업 생산성 하락의 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주 실장은 “외환위기때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준비없이 서비스업으로 뛰어들었다. 노동력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해야 할 동기부여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한국산업의 경쟁력 현황과 과제’을 보면, 1998년 이전에는 서비스업이 제조업 보다 노동생산성이 높았지만 1998년을 기점으로 제조업이 서비스업을 앞질렀다. 외환위기 전후 제조업의 실질 부가가치 증가율은 5.8%에서 9.0%로 늘었지만, 서비스업은 6.5%에서 4.4%로 하락했다.

1인당 실질부가가치 생산의 경우 1970년엔 서비스업이 제조업에 비해 0.3배 높았지만, 2012년에는 제조업이 서비스업 보다 2.3배 높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노동생산성 변화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서비스업 근본적 처방보다 단기적 지원에 그쳐

중앙대학교 이정희 경제학부 교수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 영세서비스업 시장의 경우 포화상태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영세서비스업이 건강한 일자리라 보기는 어렵다. 경쟁을 통한 시장논리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국산업경제연구소 주현 선임연구위원도 “자영업 비중은 경제발전에 따라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하락할 것”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2013년 주요 선진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미국 6.5%, 일본 8.8%, 독일 10.7%, 영국 14.2% 그리고 OECD 평균은 14.9%다. 반면 한국은 2013년 22.5% 수준으로 상당히 높지만 1983년 33.8%, 2003년 27.3% 등 하락세다.

국내 서비스업이 저부가 서비스를 중심으로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로 시장을 키웠지만 경쟁력은 낮다. 경쟁력이 낮은 원인은 제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비교적 취업이 용이한 서비스업에 인력이 몰린 까닭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고용없는 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창업 등 서비스업으로의 이동이 많았다.

또 다른 이유는 정부의 서비스업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비스업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본적인 처방을 강구하기 보다는 영세서비스업의 생존에 정책을 맞췄다는 것이다. 경쟁력이 낮은 영세서비스업의 생존 그 자체에 무게를 둠으로써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 선착순·시혜적 지원에 머물렀다는 얘기다.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서비스업 장기 프로그램을 마련해 포화상태인 서비스업 시장을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문제는 서비스업을 구조조정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고,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도 우려된다. 그리고 이에앞서 서비스업 인력이 옮겨갈 수 있는 신산업을 어떻게 발굴하고 육성할 것인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