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불투명한데…정부가 밀어주는 ‘수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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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기술로드맵 상용화 불투명한데…정부가 밀어주는 ‘수소차’ 정부 보급계획 1%도 달성 못해…현대차 편향지원 지적도 나와

기사입력2016-10-14 00:00

세계에서 최초로 연료전지 수소차 양산에 성공한 나라는 한국이다. 현대자동차의 투싼ix 퓨얼셀(fuel cell)로, 2013년 처음 시장에 나왔다. 다음 타자는 일본의 도요타였다. 도요타는 세단 중 최초 수소차인 ‘미라이’를 2014년에 출시했다.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들이 전기차를 출시하지만, 수소차를 정식으로 내놓은 건 현대차와 도요타 뿐이다.

◇물만 배출하는 친환경차…3분 충전에 415km 달려=수소차란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반응시켜 만든 전기로 모터를 돌려서 운행하는 자동차다. 일반적인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이 없다. 충전소에서 수소를 충전하면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화학반응 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배터리는 전기를 저장해 뒀다 모터를 돌리는데 쓴다. 내연기관차는 이산화탄소를 뿜어내지만 수소차는 물만 배출한다. 친환경차라 부르는 이유다.

수소차는 전기차와 곧잘 비교된다. 충전해서 써야 하는 점도 비슷하고,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는 친환경차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전기차와 견주면 수소차의 장점은 뚜렷하다. 현대차 투싼 소개자료에 따르면, 전기차는 고속충전을 써도 완전히 충전하는데 30분이 걸리지만 수소차는 3~10분이면 된다. 주행거리도 훨씬 길다. 한번 완충하면 전기차는 140km, 수소차는 415km를 간다.

수소차와 전기차 주행거리 비교

<자료=현대자동차>

이같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수소차 보급 실적은 초라하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항공과 한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국내에 보급된 수소차는 총 81대다. 2010년 정부가 발표한 그린카 산업 발전 전략을 보면, 지난해까지 1만100대의 수소차를 보급할 계획었으나 1%도 달성하지 못했다. 수소충전소 역시 지난해까지 43기를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10기밖에 설치하지 못했다.

수소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투싼 수소차의 출시 가격은 1억5000만원이었다. 동급 내연기관차의 가격은 3000만원 선이다. 친환경과 신기술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도 5배의 가격차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해 2월 수소차 가격을 8500만원으로 내렸지만 판매량이 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보급된 81대도 정부와 공공기관이 지원 차원에서 구입한 것이 대부분이다.

수소차 가격을 올리는 주범은 연료전지 촉매인 백금이다. 올해 중소기업청이 발행한 중소기업 전략기술 로드맵은 “연료전지는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백금을 촉매로 사용해, 가격이 상승하고 외화가 유출되는 등 다수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지급에 세금 인하…3000만원대까지 낮춘다=수소차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소차 보급 및 시장 활성화 계획을 내놨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30년에는 전체 판매차량의 10%는 수소차로 만들 생각이다. 수소차 보급량은 2025년까지 10만대, 2050년까지 700만대로 잡았다.

환경부는 수소차 한 대당 275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수소차에 가격경쟁력을 주기 위함이다. 충남에서는 지자체 보조금 1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수소차를 구입하면 3750만원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조해주는 셈이다. 세금도 깎아준다.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2019년까지 수소차 구매자는 개별소비세를 400만원 감면받을 수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100만원, 전기차는 200만원을 깎아주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금액이다.

대량생산과 기술개발로 차량 자체 가격도 낮춰간다는 계획이다. 수소차 가격을 2020년에는 전기차 수준으로, 2025년에는 하이브리드차 수준으로 낮춘다는 구상이다. 계획에 따르면 2025년에는 수소차 가격이 3800만원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내 연구진이 연료전지 주재료인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내며 가격 인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3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수소발생 시스템에서 백금을 황화니켈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황화니켈은 백금 가격의 100분의 1수준이라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수소차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한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수소차 구매자에게 1만3000달러(약 15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은 20만위안(3600만원)의 보조금과 함께 차량가격의 10%에 해당하는 구매세를 면제해주고, 수소차 전용 번호판을 발급해준다. 일본은 정부에서 202만엔(1900만원), 일부 지자체에서 100만엔을 추가로 보조해준다. 독일은 수소차에 주차요금을 면제해 주는 한편, 버스전용차선 이용을 허용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현대차도 차기작을 내놓는다. 올해 말 수소버스를 출시하고, 2018년 초에는 현대 투싼 수소차보다 가격과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소차 지원 올인…현대차 띄워주기?=하지만 상용화 여부가 불투명한 수소차를 과도하게 지원한다는 비판도 있다.

수소차 성공 여부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미국 자동차 시장연구업체 IHS 오토모티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7년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수소차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0.1%도 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기에는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주행거리가 월등히 뛰어나고 충전시간도 짧았지만, 지금은 전기차 개발 속도가 수소차보다 빨라 단점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CEO도 “수소차 개발은 헛짓거리(bullshit)”라고 언급한 바 있다. 수소를 생산, 저장, 운반하는 일이 어려운데다 차량에서 전기분해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는 것이 비효율이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전기차보다 수소차 지원에 전폭적이다. 지난 8월에는 정부가 주도해 ‘수소 융합 얼라이언스’도 만들었다. 지자체와 관련 기업들이 속한 협의체로 수소차 보급과 수소충전소 확산에 힘을 모을 생각이다. 수소차 부품과 차량 부문에서는 현대차, 수소충전소 분야에서는 이엠솔루션과 효성 등이 들어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수소차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를 당부하자 지난 7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앞으로 어떤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차가 각광받을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자동차업계 사정을 보면 전기차는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져 있고 수소차에 매달리고 있다. 어느 특정기업에 편향된 시책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현대차를 겨냥한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