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유지·비용 고려 “국가간 IP분쟁 중재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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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비밀유지·비용 고려 “국가간 IP분쟁 중재 유리” 국제중재 비공개 원칙, 항소없이 1심 종결…잠정처분 필요하면 소송

기사입력2016-10-17 10:52

국가간 지식재산권(IP) 분쟁은 소송 대신 중재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문인력을 중재인으로 채택함으로써 전문성을 높일 수 있고, 무엇보다 기밀유지가 가능해 자사의 영업비밀이나 노하우 등이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법무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4일 개최한 ‘국제상사분쟁과 기업의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미국 소송전문 로펌 퀸 이매뉴얼 어쿼트 앤드 설리반(Quinn Emanuel Urquhart & Sullivan LLP)의 존리(John Rhie) 변호사는 “과거 지식재산권 분야는 내용의 전문성, 국가간 법제의 차이 등으로 인해 국제중재가 가능하지 않은 분야로 간주해왔지만, 최근에는 특허와 관련한 국제중재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재권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소송보다 국제중재가 훨씬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중재제도는 국적이 다른 당사자 간 발생한 법적분쟁을 소송이 아닌 제3자인 중재인을 통해 해결하는 분쟁 해결수단이다. 저비용으로 신속하고 간단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데다,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법적효력이 인정됨으로써 지식재산권(IP) 분쟁에서도 중재제도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중재사건만 400건 이상이며, 주로 영업비밀 보호나 지재권 관련 사건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재는 분쟁당사자가 협의를 통해 직접 중재인을 선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3명의 중재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 가운데 분쟁 당사자가 각각 1명의 중재인을 고를 수 있다. 해당 지재권의 전문가를 중재인으로 채택하면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소요시간도 줄어든다. 예컨대 특허소송의 경우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판사나 배심원(미국)이 특허 유효성을 판단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기술 등을 상세히 이해시키는게 쉽지 않다. 해당특허에 대해 20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대기업 등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한 중재인을 선정하면, 사전 지식이 있어 사건에 대한 이해도 빠르고 전문성도 확보할 수 있다.

소송과 달리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국제중재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따라서 사건 자체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쟁회사나 고객에게 영업비밀이나 노하우 같이 노출돼서는 안되는 사건이 적합하다. 소송의 경우 공정성을 위해 특허의 유효성 여부 외에는 공개재판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분쟁과정에서 기술이나 비밀이 노출될 수 있고, 기업평판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비용도 저렴하다. 소송은 3심까지 이뤄지나 중재는 1심으로 끝나며 항소도 할 수 없다.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3심까지 진행하는 경우 몇 년이 걸릴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또 분쟁금액 2억원 기준으로 평균 소송비용만 400만원을 넘는다(2014년 6월기준). 반면 중재의 경우 총기간이 1년6개월 정도로 평균 중재비용은 85만원선이다. 중재인 수당과 관리요금만 포함하기 때문에 소송비용 4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또 디스커버리((Discovery)와 같은 복잡한 절차가 없어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는 미국 재판절차 중 하나로 재판 이전에 양 당사자가 요구하는 사건 관련문서 등을 서로 상대방에게 제시하고 증거 및 상대방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제공되는 문서의 양은 통상 수십 박스에 달하며 특허사건은 수백 내지 수천 박스 분량에 이르기도 한다. 이 절차가 소송비용과 시간을 결정한다.

법무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국제상사분쟁과 기업의 대응방안 세미나’ ©중기이코노미

이와함께 제3국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소송에 비해 공정하다. 또 기관중재는 기관이 정한 규칙을 따르고, 임의중재는 계약 당사자간 어떻게 절차를 진행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분쟁당사자간 합의만 있으면 가능하다. 예컨대 제3자 참여를 금하고 있으나 당사자 합의에 따라 제3자를 증인으로 참여시킬 수 있다. 또 시간비용 등의 문제로 구두변론 대신 서면으로 하겠다고 하면 이도 가능하다. 뉴욕협약(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UN협약)에 따라 협약 체결국내 어느 국가에서 중재판정을 내려도 모든 체결국가에 동일하게 법적구속력이 인정됨에 따라 다른 관할권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에따라 추가적인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단, 중재는 잠정처분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즉각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있는 경우 소송이 더 나을 수 있다. 중재가 진행되는 동안에 임시적 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말 그대로 임시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대한상사중재원이 국제중재 업무를 맡고 있다. 분쟁당사자들이 중재하기로 합의해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신청을 하면 된다. 중재신청시에는 ▲중재합의서 ▲신청의 원인사실을 입증하는 서증 ▲법인등기부등본(개인은 주민등록등본) 등이 필요하며, 신청인이 신청서를 제출할 때 100만원(부가세별도)의 신청요금을 납부하면 된다. 납입한 신청요금은 중재비용에 합산해 중재판정부의 최종판정에 따라 분쟁 당사자간 부담액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