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률 38%인데 가맹점수↑ 多産多死 치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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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폐업률 38%인데 가맹점수↑ 多産多死 치킨집 3만개 레드오션 ‘무한경쟁’…신메뉴로 객단가 높여 차별화?

기사입력2016-10-20 10:05

“과당경쟁이니, 레드오션이니 해도 계속 생기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치킨은 일년 내내 잘 나가요. 다른 요식업들처럼 유행을 타지도 않죠. 카페나 생과일주스집이 쉬워 보이겠지만 단가가 낮아서 돈이 안 돼요. 임대료 주고나면 남는 거 하나도 없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 않습니까. 아직 젊으시니 조금 힘들어도 치킨집 하세요. 확실히 돈은 됩니다”

대형 치킨 가맹본부 B사의 컨설턴트 A씨의 말이다. 중기이코노미 취재진이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며 상담을 신청하자 가맹본부는 A씨를 연결해줬다. “치킨집이 너무 많아서 망할까봐 걱정”이라는 기자의 물음에 A씨는 ‘레드오션 전략’이라는 미국 MIT 교수의 책을 추천해줬다. 뜬구름 잡는 블루오션이 아니라 당신이 몸담은 레드오션에 해법이 있다는 내용이다.

치킨집 과당경쟁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 시장에 나온 퇴직자들은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치킨집에 몰려들었다. 한집 걸러 한집씩 치킨집이 생기며 치킨집 매출은 줄어만 갔다. 서울시의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3년 이내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치킨집으로, 2014년 기준 38%에 달했다. 치킨집 10곳 중 4곳은 3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럼에도 치킨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프랜차이즈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치킨 가맹점 수는 전년 대비 8% 늘어난 2만4329개였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치킨집까지 더하면 3만곳이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덩치도 커졌다. 프랜차이즈 치킨시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1% 증가한 2조7760억원을 기록했다. 전국 가맹점이 1000곳 이상인 브랜드는 세 곳이다. 지난 2월 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치킨 업종 프랜차이즈 비교정보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BBQ가 1684개, 페리카나가 1235개, 네네치킨이 1128개다.

최근 증가폭이 가장 컸던 가맹점은 맘스터치다. 2012년 297개였던 맘스터치 가맹점은 2014년 559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경기도의 한 맘스터치 가맹점주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취재에서 “개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옆 동에 또 맘스터치 가맹점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몰래 다녀왔다. 우리 매장보다 규모도 크고 상권이 좋더라”며 “영업지역이 겹치지 않아 내점 고객은 타격이 없겠지만 배달지역은 중복되는 만큼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존 가맹점주들의 매출 감소 걱정은 커지고 있다. 호식이두마리치킨(159개), 네네치킨(142개), BBQ(133개) 등도 2년 사이에 가맹점 수가 100개 이상 늘어났다.

물론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무작정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맹본부 정보공개서에는 영업지역 설정 기준이 나와 있다. BHC는 5000세대,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읍·면·동, 멕시카나는 도보 500m, 또래오래는 반경 300~1000m 등 가맹본부마다 다르다. 특수상권 규정을 둔 가맹본부도 있다. 대형쇼핑몰에 입점하거나 왕복 8차선 도로를 기준으로 상권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경우 거리제한과 관계없이 가맹점을 낼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다.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영업지역을 임의로 조정했다가 철퇴를 맞은 경우도 있었다. 굽네치킨을 운영하는 지앤푸드는 130개 가맹점 사업자에게 ‘재계약을 위한 선결사항’이라는 문서를 보내 영업지역을 축소하라고 요구했다. 영업지역을 조정한 가맹점의 평균 영업지역 세대 수는 2만1503세대에서 1만3146세대로 줄었다. 영업지역 축소는 매출감소로 이어졌다. 영업지역이 축소된 가맹점 중 79곳은 매출이 줄었고 10곳은 폐업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굽네치킨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1700만원 처분을 내렸다.

치킨업계 무한경쟁 속에 가맹본부들은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BBQ는 카페처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적용한 프리미엄 매장 ‘올리브 치킨 카페’를 열어 피자를 팔고 있다. 다른 가맹본부들은 객단가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메뉴에 파, 치즈, 커리, 꿀 등 약간의 양념을 더해 가격을 올리는 식이다. 이들 메뉴는 후라이드치킨보다 2000~3000원 가량 비싸다. BBQ의 순살치즐링(1만9900원), 교촌의 허니콤보(1만8000원), BHC의 커리퀸(1만9000원) 등이다.

치킨 가맹본부 한 관계자는 “치킨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 때문에 2만원을 넘기진 않지만, 후라이드 치킨보다 마진율이 좋다. 그래서 신메뉴가 나올 때마다 인기모델을 기용해 TV광고를 집행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