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금 없고 이윤보장에 판로까지 ‘일석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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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미수금 없고 이윤보장에 판로까지 ‘일석삼조’ UN조달시장, 가격보다 기술력 중시…공정·투명한 절차 中企 기회

기사입력2016-10-21 00:00

글로벌 경기침체로 새로운 해외판로를 개척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갖췄다면, 참여기회가 공정하고 절차가 투명한 UN조달시장을 적극 두드려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UN조달시장에 참여하면, 향후 다른 판로도 만들 수 있어 대규모 계약 성사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실제 조립식구조물로 UN본부와 약 2억달러의 계약을 체결한 ㈜카라반이에스 권혁종 대표도 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외교부가 개최한 ‘UN조달시장 기업 진출전략 세미나’에서 “UN은 생산기반이 없는 탓에 볼펜에서부터 건축, 통신, 물류서비스에 이르는 모든 물자를 국제입찰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똑같은 기회를 얻는다는 점, 그리고 향후 다른 판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UN조달시장은 중소기업에 기회”라고 밝혔다.

볼펜부터 중장비까지 100% 조달하는 ‘UN 시장’

UN본부와 UNDP(유엔개발계획), WFP(유엔식량계획), UNPD(유엔조달본부), UNICEF(유엔아동기금) 등 50여개의 산하기구들은 인도적 지원이나 평화유지 그리고 기술협력 등 기구별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매년 전 세계 기업들로부터 물품 및 서비스를 조달한다. 독자적인 생산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볼펜 등 작은 소모품에서부터 중장비 등 각종 시설 그리고 서비스를 100% 국제입찰을 통해 공급받는다.

UN에 가입한 192개 모든 회원국이 공동으로 기부한 분담금으로 물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조달물품을 선정할 때 독립된 열 개의 기관이 심사를 한다. 각 기관은 기술(Technical)과 구매(Commercial) 부분으로 나누고, 별도의 심사위원을 두고 있다. 말 그대로 기술은 제품의 기술력을 평가하고, 구매는 구매여부를 결정한다. 채점기준 등 평가 관련 항목은 사전에 정해 비공개로 하고 있는데다, 심사위원도 2~3년 주기로 바꿔 특정업체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막는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최적구매원칙(best value for money)’에 따라 가격보다는 기업 신뢰도와 제품 기술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브랜드가 낮은 중소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 4만달러 미만의 비교적 소규모 입찰 건에 대해서는 최저가격 구매방식을 택하고 있으나, 그 이상은 최적구매방식으로 진행한다. 기업의 명성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공정한 입찰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물론 대금지급이 확실하다. 계약기간내 납품한 물품과 서비스 대금은 배송 이후 30일내 정해진 날짜에 전액 입금한다. 한 마디로 미수금 걱정 없는 안정된 시장이다. 또 적정한 이윤을 낼 수 있도록 평균적으로 20%안팎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이 뿐만 아니다. UN조달시장에 일단 납품을 시작하면 향후 동일 또는 유사제품을 추가로 낙찰 받을 가능성이 높아 고정 수출거래처를 확보하는 셈이다. UN조달시장 진출 자체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진출에도 유리하다. 예컨대 UN조달시장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경우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와 미국, EU, 중국 등 글로벌 조달시장에 진출하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의 명성과 브랜드 이미지 상승효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임시건축물, 의류, 식품 주요 조달품목…中企에 블루오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의 UN조달시장 참여율은 미미하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UN조달시장 규모는 176억달러였으나, 한국의 UN조달시장 진출규모는 1억9290만달러에 그쳤다. 전년대비 8.9% 성장했지만, 전체 UN조달시장 규모의 1% 정도를 차지할 뿐이다. 한국이 UN정규예산 분담금으로 매년 5000만달러 이상(전체분담금의 약 2%)을 지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원 대비 한국기업의 조달 공급액은 낮다.

UN조달시스템 홈페이지(www.ungm.org)에서 벤더등록이 가능하다.<자료=UNGM 홈페이지>

UN의 국제적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조달시장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기업 특히 기술력있는 중소기업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UN은 국제평화를 목적으로 개도국이나 극빈국을 지원하기 때문에 조달시장도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비중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외교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UN조달시장 참여 상위 10개국에는 인도(2위, 6.7%), 아프가니스탄(4위, 4.4%), 케냐(10위, 2.4%) 등이 있다. UN은 여전히 한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고 있어 국내 중소기업 진출이 유리하다. 또 주요 조달물품으로 꼽히는 임시건축물, 의류, 식품 등은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품목이다.

진입장벽으로 꼽혔던 벤더(공급자) 등록절차도 2014년부터 대폭 완화해 인터넷(www.ungm.org)으로 간단하게 등록할 수 있다. 설립한지 3년이상 된 기업이면 지원 가능하다. 수주금액에 따라 등록절차에 필요한 서류는 조금 다르다. 4만달러 미만만 낙찰받을 수 있는 ‘기초(Basic)’ 등록에는 회사명, 주소, 연락처, 이메일과 같은 기본정보를 입력하고 물품의 UN 공통 코드화 시스템(UNSPSC)을 선택하면 된다. 기존 거래국이 있는 경우 이와 관련된 정보도 함께 제출하면 된다. 50만달러까지 낙찰받을 수 있는 ‘레벨 1’의 경우 사업자등록증, 대표자 성명, 거래처정보, 수출증빙서류, 윤리강령 등의 서류를 추가로 요구한다. 50만달러 이상 낙찰 받을 수 있는 ‘레벨 2’는 거래업체 추천서(3곳)와 지난 3년간 재정 정보 등도 제출해야 한다.

벤더 등록을 완료하면 등록과정에서 선택한 품목과 관련한 입찰이 있을 경우, 해당기관에서 EOI(Expression of Interest)를 묻는 이메일을 보낸다. EOI는 UN조달기관이 정식 제안서(RFP) 요청, 입찰공고(ITB) 이전에 등록 벤더들을 대상으로 관심여부를 사전에 조사하는 것이다. 기업은 지정된 시일 내에 반드시 Yes 또는 No로 관심여부를 회신해야 지속적으로 EOI를 묻는 이메일을 받을 수 있다. 만일 회신을 하지 않으면 조달기관은 해당 벤더업체가 입찰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EOI를 발송하지 않는다. 따라서 EOI 회신은 성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EOI를 Yes로 회신하면, 입찰담당기관에서 이메일로 자세한 입찰정보를 알려준다. 기업은 이메일을 참고해 기한내 제출할 서류만 내면 입찰에 참가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UN은 응찰업체들을 한자리에 초청, 모든 업체의 조건과 가격을 공개하는 ‘Bidder Conference’(입찰자 회의)를 개최한다. 참여와 관련된 항공료, 숙박 등은 업체가 부담한다. 응찰한 업체가 행사에 참가하지 않으면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후 심사기관과 개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낙찰기업을 선정한다. 심사기간은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최대 10주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다. 한번 계약이 체결되면 3년동안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최대 5년6개월까지 연장 가능하다. 탈락된 이유를 알려주는 디브리핑(Debriefing) 제도도 올해부터 정례화했기 때문에 탈락하더라도 보완해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노수미 UN조달본부(UNPD) 담당관은 “UN조달시장은 공정·공평하고 가격보다 기술력을 우선시 하는 등 장점이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극빈국이나 위험지역 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곳에도 제품을 운송해야 해 어려움도 따른다”며 “UN산하기관의 비전과 목적에 따라 필요로 하는 조달물품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이 어떤 UN기관에 필요한지 사전에 매칭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UN에서 매년 발간하는 ‘UN조달 연간통계 리포트’를 참조하면 된다. 산하기관별 조달물품과 관련한 정보가 상세하게 수록돼있다. 노 담당관은 이와함께 “단번에 벤더로 선정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끈기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조달시장 문을 두들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