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투기를 막을 의지도 능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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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정부, 부동산 투기를 막을 의지도 능력도 없다 ‘11.3 대책’…헛된 ‘욕망’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끌고 가지 마라

기사입력2016-11-03 16:26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는 3일 발표한 ‘11.3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방안'을 통해 부동산대책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끝까지 움켜쥐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공공재인 주택을 투기와 탈세의 대상으로부터 차단하고 서민들에게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한 셈이다.

‘11.3 대책’의 주요내용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서울 전역과 신도시 그리고 일부 지방을 청약규제로 제한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지역에 따라 선별적인 청약규제를 통해 단기 전매차익을 차단함으로써 가수요를 억제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서울과 신도시 등 조정대상지역에 ▲전매제한기간 강화 ▲재당첨 제한 ▲1순위 제한 등을 적용한다. 조정대상지역에 ‘11.3 대책’이 직접 적용됨으로써 거품은 어느 정도 걷어낼 수 있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11.3 대책’은 지난 8.25 부동산대책의 후속타다. 당시 대책의 주요내용은 주택공급 축소와 함께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해 급증하는 가계부채도 잡고 과열된 부동산시장도 진정시킨다는 것이었다. 공급을 규제한 ‘8.25 대책’에 이어 ‘11.3 대책’ 즉 수요규제가 추가된 셈이다. ‘8.25 대책’과 ‘11.3 대책’의 공통점은 부동산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서민의 주거안정과는 사실상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래서 공급과 수요 측면 모두에 대해 정부에 한번 물어보고 싶다.

주택공급의 주체에 대해 정부는 민간과 공공으로 구분하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공약집에는 공공 임대주택 신규공급 공약 자체를 찾아볼 수 없다. ‘공공 실버주택 800호 매년 공급’, ‘빈집 리모델링을 통한 임대주택 매년 600호 공급’ 그리고 2017년까지 행복주택 2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임대주택 공급과 관련 유의미한 숫자는 행복주택인데, 이마저도 추진실적을 보면 낯 뜨겁다. 지난 10월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는 20만가구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임기가 1년여 남짓한 상황에서 추진실적이 13%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특히 주택시장에서 ‘공공성’을 아예 빼버렸다. 공기업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민간기업과 경쟁해 돈벌이만을 요구한 결과다. 주택시장에서 공공성을 뿌리채 뽑아 버림으로써 주택시장을 투기와 탈세의 온상으로 만들었다. 부동산시장의 투기장화는 박근혜 정부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전 모든 정부의 책임도 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특히 심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공급측면은 국가재정의 한계로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그래도 이해할 구석이 좀 있다. 그러나 수요측면은 사정이 다르다. ‘주택을 갖고 장난치면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시그널을 정부가 시장에 보내기만 하는 되는데, 이걸 하지 않고 ‘장난’을 조장하는 것이 문제다. 주거도 음식과 함께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그래서 헌법 제35조는 국민의 주거권을 명시하고 있다.

‘11.3 대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전매제한기간 강화는 ‘당분간’ 단기 투기차익을 제재하자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제거해야 할 투기차익을 정부는 특정지역에 한해, 그것도 일정기간 동안만 억제하자는 것이 이번 대책이다. 전매권 양도를 완전히 금지한다고 서민들이 무슨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이민을 간다든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전매권 양도를 인정하면 될 일이다. 전매권 양도를 법으로 보장함으로써 전 국민으로 하여금 전매권 투기이익이 마치 재테크인냥 마음의 위안을 갖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재당첨과 제1순위 요건 강화 또한 마찬가지다. 집이란 것이 크던 작던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사면 된다. 거주하는 아파트가 있음에도 재당첨과 제1순위를 원하는 이유는 부동산투기를 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정부가 왜 서민들의 이런 잘못된 ‘욕망’을 부동산시장으로 끌고 와, 나라 전체를 부동산투기장으로 만드는가 말이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단칸방 월세에서 전세로, 그리고 이사걱정없는 내집 마련’까지만 보장하고 보호하면 된다. 재테크를 통해 보다 풍요한 물질적 삶을 누리고자 하는 욕망은 공공재인 주택시장 이외의 시장에서 찾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11.3 대책’은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정부가 전매기간을 늘리고, 재당첨과 제1순위 요건을 완화해 경기부양정책으로 활용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과열로 시장 자체가 붕괴될 우려가 있으니, 투기세력은 당분간만 자제하라고 메시지를 준 것에 불과하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경제정의실천연합은 ‘11.3 대책’에 대한 논평을 통해 “여전히 비싼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보다는 당장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미봉책”이라며 “전면적인 투기방지책을 마련하고 집값 거품 제거, 전월세 안정 등 서민주거안정책을 시행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부동산시장에 투기자본 진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법은 수십년 전부터 이미 나와 있다. ▲분양가 상한제 ▲투기세력에 대한 철저한 과세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전월세 안정화 대책 등이 그것이다. 이와함께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및 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 등 금융규제를 통해 실물과 금융에서 부동산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부동산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함으로써 서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부동산투기를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음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는 이유는 부동산투기를 통해 이익을 얻는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수혜집단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왔던 고위 관료와 정치인들이다. 이들이 부동산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해서 그런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