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자리’ 늘리며 고용증가 생색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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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나쁜 일자리’ 늘리며 고용증가 생색 말길 친기업 정책으로 이익 늘린 대기업, 일자리로 ‘낙수효과’ 내라

기사입력2014-04-08 10:06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주말 CEO스코어라는 경영평가 사이트는 매출 100대 기업이 지난해 고용을 2.4% 늘렸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영업이익 0.3% 증가, 영업이익률 0.4%포인트 하락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들 100대 기업이 일자리를 늘렸다는 고무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들 100대 기업 중 지난해 고용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는 롯데하이마트는 비정규직을 33명에서 419명으로 10배 이상 늘렸고, 두산중공업은 고용을 1120명 늘리는 동안, 비정규직 인원도 1088명 늘렸다.

지난해 100대 기업 고용증가의 ‘절반’을 책임졌다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맨얼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가 연도별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정리한 바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전자는 매출액 48%, 당기순이익 89%를 늘리는 동안 정규직 인원은 오히려 0.4% 줄이고 계약직만 36.3% 늘렸다. 정규직 인원은 지난해 4924명 늘었는데도 2011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6425명이 모자란 상태다. 현대자동차도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7%, 당기순이익은 70% 키웠지만 정규직은 6.7% 늘리는 데 그쳤다. ‘촉탁직’이라고 불리는 계약직 노동자만 80배 넘게 늘어났다. 이 매체는 그나마 정규직 증가분도 신입채용 증가보다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발탁채용에 의한 영향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 거인들이 고용을 대폭 늘렸다는 찬사가 사실은 조삼모사 꾀임에 넘어간 원숭이의 착시효과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방향은 다르지만 지난해 4월 공정위가 발표한 자산 5조원 이상 재벌의 매출액과 고용액 추이는 대기업의 소극적 고용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이들 재벌의 매출액은 18% 늘었지만 고용은 오히려 1% 감소했다. 전체 고용에서 재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8%에서 16.6%로 줄었다. 미국 금융위기 등으로 정부의 응급처방전을 받아쥔 것에 비하면 초라하달 수밖에 없는 성적표다.

기업이 경영사정에 따라 일자리를 늘리고 줄이는 하나하나까지 의혹과 비판의 시각을 보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난 정권부터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친 것이 이른바 ‘낙수효과’에 대한 암묵적 합의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법인세를 낮추고 고환율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세수는 줄고 국민 개개인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들 정책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의 물꼬를 일부 기업에게 틀어준 것이고, 기업은 언젠가는 이 ‘빚’을 국민에게 갚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색내기 쉬운 고용창출 효과마저 옳게 내지 못한다면, 낙수효과라는 개념의 용도폐기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