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시장 줄어든 日中企 육성해 소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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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콘텐츠시장 줄어든 日中企 육성해 소비 살린다 자금지원-컨소시엄-산업연계-지자체 참가…‘애니메 순례’ ‘쿨 재팬’

기사입력2017-01-17 00:00

#1. 최근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는 ‘애니메 순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 중국과 한국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너의 이름은’이 대표적이다. 영화가 개봉한 10월 이후 많은 팬이 영화배경인 히다시(飛騨市)를 찾아 영화에 등장하는 역과 신사 등을 찾고 있다. 시는 ‘성지’로 불리는 장소를 순회하는 관광코스를 만들어 시의 공식사이트에 게재하기도 했다. 또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끈을 만드는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어 ‘끈 만들기 체험’도 시작했다. 많을 때는 600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참가한다는 게 현지 소식이다.

#2. 지난해 9월 공개된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의 배경이 된 오가키시(大垣市)는 주말만 되면 원작의 감동을 이어가려는 국내외 팬들의 방문으로 북적이고 있다. 시는 원작에 등장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제작한 관광지도 가이드를 2만8000부 발행해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의 관공서와 영화관에 배포했다. 또 극중의 청각 장애인인 여자주인공이 사용한 필담노트를 23개 관광시설에 전시했으며, 두 남녀주인공의 혼인신고서와 출생신고서를 각각 5000장씩 준비해 관공서에 비치했다. 오가키시는 “애니메이션 성지순례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활용해 지역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내수침체와 저출산으로 콘텐츠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일본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콘텐츠 해외진출을 통한 국내 지역경제 활성화다. 즉 콘텐츠로 해외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들의 일본내 소비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쿨 재팬(cool JAPAN)’ 으로 내수 살리려는 日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5년 일본 콘텐츠산업 시장규모는 12조505억엔으로, 2014년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이 축소(‘12년 4.3%→’14년 3.6%)하고 있고 내수가 침체한 것이 원인이다. 1899년 통계를 시작한 이래 지난해 처음으로 신생아 수가 100만명 아래로 내려가는 등 저출산·고령화로 시장규모가 줄고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캐릭터·게임 등 콘텐츠산업은 일본경제를 움직이는 성장동력으로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이에따라 일본은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특히 외국관광객을 국내로 유입, 소비를 촉진하는 ‘인바운드 관광’에 주력하고 있다. 콘텐츠 단순 수출보다 외래관광객이 일본을 찾아 사용하는 금액이 더 클뿐더러 내수에도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2015년 일본의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1조2880억엔에 그쳤다. 그러나 같은 해 일본을 방문한 외래관광객의 소비는 2014년 대비 71.5% 증가한 3조4800억엔에 달한다. 이는 2015년 일본 품목별 수출 2위인 자동차 부품 수출액(3조4600억엔)을 넘는다.

이 때문에 일본정부는 콘텐츠를 통한 일본의 문화, 라이프스타일 등을 수출하는 ‘쿨 재팬(cool JAPAN)’ 전략 하에 2020년까지 외래관광객 4000만명을 유치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총무성,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일본 콘텐츠의 해외진출을 위해 전문 프로듀서를 파견하고 인재를 양성해 기업이 뛰어난 콘텐츠를 발굴, 육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본의 문화적 특색이 담긴 지역상품을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게 필수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금과 노동력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각종 자금도 지원한다. 번역비, 해외 판로개척을 위한 채널 개설비 등이 대표적이다. 자체 유통망 확보가 어려운 영세 소비재 기업을 콘텐츠 관련 기업과 연계해주는가 하면, 컨소시엄 구성도 돕는다. 또 일본 창조산업의 팬이 된 해외소비자들이 관광 등 관련 비즈니스와 연계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 등이 방일프로모션과 같은 인바운드 사업에 참가하는 경우 비용을 지원한다.

이와함께 민간에서도 지난해 9월 ‘애니메투어리즘협회’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무대나 모델이 된 지역 그리고 작가의 연고가 있는 거리를 ‘성지’로 지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여행사, 항공사, 공항 등 관련 업계가 두루 참여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내 콘텐츠 산업…영세 중소기업 대부분, 정부지원 必

국내 콘텐츠 산업의 경우 최근 한류영향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콘텐츠 기업이 영세해 글로벌시장에서 콘텐츠 강국인 일본과 거대 자본의 중국 등에 밀리는 상황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우선 뛰어난 국내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일본은 지역고유의 창조산업 자원에 국가브랜드 마케팅 지원을 더해, 지역의 독창성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해외 판로개척과 해외 PR에 관한 지식과 견해가 있는 프로듀서를 전국에 파견, 중소 콘텐츠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원더 500(the Wonder 500)’사업이 대표적이다. 우리 역시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서 개발단계부터 국가차원의 전문가 지원이 필요하다.

코트라 글로벌전략지원단 김은지 전문위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영세 콘텐츠 기업이 단독으로 해외에 진출하면 인지도, 유통망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라며, “지속적으로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세제·금융상 지원을 확대해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작·설비투자 세액공제 제도를 시행하고,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토록 현행 모태펀드 및 글로벌 콘텐츠 펀드 등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국내를 방문한 외국방문객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필요하다. 방한 외래관광객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입국 관광객 수와 국내 소비금액은 중국에 편중돼 있다.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 등에도 다양한 플랫폼(넷플렉스, 유투브)을 통해 콘텐츠를 소개해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대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우리보다 낮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산업 성장을 위해 “국가별 관광객 유입의 균형을 맞출 것”이라 밝혔다. 수도권과 쇼핑에 국한된 외래방문객 편중도 우리는 풀어야 할 과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 해외비즈니스센터 이경은 센터장은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 “일본은 쿨재팬과 지방창생 전략으로 콘텐츠 해외진출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도 글로벌 크리에이터 발굴을 지원하고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등에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