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력 전직금지 기간 어느 정도가 합당할까

프린트

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핵심인력 전직금지 기간 어느 정도가 합당할까 법원, 영업비밀 내용따라 판단…6개월에서 3년정도 유효성 인정

기사입력2017-01-18 14:28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기업 상담을 하다보면, 회사의 내부적인 부분을 들여다 볼 경우가 많다. 물론 회사의 고문변호사라고 해서, 처음부터 회사의 모든 사항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시간을 들여 신뢰를 쌓고 회사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변호사와 기업간에는 신뢰가 매우 중요한데, 변호사가 회사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더 정확하고 필요한 자문을 할 수 있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회사 내부의 분쟁상황이나 역학관계 등을 직접 나서서 정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 자문은 크게 외부적 관계와 내부적 관계로 나뉘는데, 외부적 관계의 핵심은 ‘계약’이고 내부적 관계의 주요 쟁점은 ‘직원’이다.

회사에는 회사의 근간이 되는 핵심 아이템이나 기술·특허 등이 있다. 이런 핵심 아이템은 회사를 유지·존속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회사의 기밀이 최대한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젊은 CEO들 중에는 이에 대해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회사의 핵심 아이템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이 부분을 깊이 숨겨놓고 있다가 아이템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이다.

완전하고 완벽한 사업 아이템은 없다. 모든 사업 아이템은 평가를 통해서 조금 더 시장에 다가갈 수 있고, 돈을 더 벌어 줄 수 있는 것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때를 기다리며 금고안에 숨겨만 놓고 있다가, 빛을 볼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따라서 밖으로 드러내 평가를 받는 것과 보호하는 것을 적절히 조화하는 것이 CEO의 경영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사업 아이템 만큼 중요한 것이 회사의 핵심인력이다. 핵심인력은 CEO일 수도 있고, 다른 사원일 수도 있다. 핵심인력을 경쟁사에서 스카우트 해간다면, 회사는 순간 곤란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핵심인력을 경쟁사에서 스카우트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까? 이 때 필요한 것이 전직금지 약정이다.

요즘에는 핵심인재의 유출과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사용자가 근로자와 전직금지 약정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대법원도 그 효력을 일정한 조건하에서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전직금지 약정 또는 경업금지 약정이란 근로자가 퇴직한 후 일정기간 동안 사용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회사에 취업하지 않기로 하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약정을 말한다. 근로자가 직접 경쟁업체를 설립하거나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약정도 포함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간 동안 상당한 돈을 투자해 지식을 개발하게 하고 훈련시키면서, 장차 근로자가 습득한 지식이나 연구 성과물들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때문에 요즘에는 핵심인재의 유출과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사용자가 근로자와 전직금지 약정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대법원도 그 효력을 일정한 조건하에서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전직금지 약정은 영업비밀을 보유한 퇴직사원이 동종업체에 취업을 하는 경우, 그 사원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증명할 필요없이 계약 위반만으로도 규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즉 사원이 보유하고 있는 업무지식이나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소송에서 많이 다투는데, 이런 부분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전직금지 약정은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배치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기본적으로 사원과의 합의를 통한 단기간의 전직금지 약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규정에 위반된다고 보지 않는다(대법원 1997.06.13. 97다8229 등).

그러나 다른 판례는 ‘경업금지의무는 우선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의 범위 내로 한정되어야 하며, 피용자가 사용자 회사에서 어느 정도의 지위를 가졌었는지, 그가 행한 직무는 어떠한 내용의 것이었는지, 경업금지기간은 얼마나 장기간의 것인지, 경업금지지역은 얼마나 넓은지, 경업금지 대상 직종은 어떠한지 및 경업금지의무에 대한 대상조치(代償措置)가 있는지에 따라서 그 효력의 유·무효가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서울고등법원 1998.10.29. 선고 98나35947 판결, 서울고등법원 1995.9.13 선고 94나36386 판결).

또 대법원은 전직금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비밀로 보호해야 할 사용자의 이익(영업비밀)이 있는지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가 영업비밀을 다루는 것이었는지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이 너무 길거나 광범위한 것은 아닌지 ▲근로자에게 경업금지에 대한 대가는 제공했는지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고 있다.

필자 역시 전직금지 약정서를 만들 때, 전직금지 기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한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길게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무작정 회사의 입장만을 고려하다가는 회사와 근로자 간에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법원은 금지기간을 영업비밀의 내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고 있는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그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보호해야 할 정보에 따라 전직금지 기간을 적절히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코류 가격인하 16년간 한번뿐이다

객원전문 기자칼럼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