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빼가기·정보 파는 직원…기술유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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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인력 빼가기·정보 파는 직원…기술유출 ‘사람’ 대기업 “연봉 1.5배 줄테니 오라” 중기 인력 채용해 기술 가져가기도

기사입력2016-09-24 00:00

핵심인력 빼기를 통한 기술유출에 중소기업이 울상을 짓고 있다. 대기업과 거래를 시작했다며 들뜬 것도 잠시, 기술인력·고급인력·마케팅인력·A/S인력을 단계적으로 확보해간다는 것이다. 핵심인력이 동종 대기업으로 이탈해 사업이 지연되거나 아예 중단하는 기업까지 생기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23일 주최한 기술보호 컨퍼런스에 따르면, 일부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인력을 채용해 기술을 빼가고 있다. 직접적인 인력채용이 부담스러운 경우 핵심인력이 다른 회사로 취업하도록 알선한 뒤 간접적으로 정보를 빼간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은 이직 시 일시금으로 수천만원을 제시하거나 전 직장 대비 1.5배의 연봉을 주겠다며 유혹의 손길을 건네기도 한다.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인력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술인력을 한번 이상 빼앗긴 중소기업의 75%는 대기업 납품업체였다.

<자료=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단국대 법과대학 손승우 교수에 따르면, 인력 빼가기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최고상위법인 헌법에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사전에 전직금지 및 경업금지 약정을 맺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퇴사자가 전직금지 약정을 어기고 동종업계에 취직하거나 동종사업을 할 경우 소송을 걸 수 있다.

전직금지 약정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전직금지 약정 기간은 최대 1년이다. 전직금지 기간이 지나치게 길 경우 계약서에 서명을 했어도 무효라는 판례가 있다. 손 교수는 “전직금지 약정은 서면계약이 원칙이며, 전직 제한범위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전직금지 기간에 회사 내 대체인력에게 전문지식과 경험을 인수인계해줘야 한다는 내용도 명시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이 항상 피해자인 것만은 아니다. 대기업에서도 협력사를 통한 기술유출에 신경을 쓴다. 현대차 1차 협력사 직원인 A씨는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할 때마다 까다로운 보안 절차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A씨에 따르면 남양연구소는 방문 전 온라인 신청이 필수다. 연구소에 도착하면 금속탐지기가 있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한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케이블 결합부에는 보안유지 스티커를 붙인다. 한번 떼면 접착력이 사라지는 특수재질이다. 또 본사 직원들이 협력사 직원을 식별할 수 있도록 다른 색깔의 조끼도 입는다. 연구소를 방문한 사람이 제품을 가지고 나가려면 반출증을 써야 한다. 쓰지 않고 가지고 나갔다간 경고를 받고, 쌓이면 출입을 금지시킨다.

<자료=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

이처럼 기술유출의 대부분은 ‘믿을만한 사람’에 의해 이뤄진다. 산업기밀보호센터의 2014년 산업스파이 적발통계에 따르면, 기술유출 사건의 80%는 전현직 직원 소행이었다. 전직 직원이 52.8%, 현직 직원이 27.1%, 협력업체 직원이 7%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기술 유출자의 78%는 금전적인 이유로, 13%는 회사의 인사‧처우에 앙심을 품고 기술을 유출했다. 그러므로 기술유출을 막으려면 보안관리뿐 아니라 근무환경 등 처우개선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카이스트 이상지 교수의 설명이다.

기술인력 유출을 막으려면 종업원의 직무발명 보상도 필수다. 발명진흥법에 따르면 기업은 직원의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정당하게 보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 사이에”는 옛말이다. 직무발명 보상을 해주지 않다는 이유로 퇴사 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사례도 허다하다.

손승우 교수는 “직무발명 보상은 회사 기술개발 성과를 높이고 핵심인력을 관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라며 “숙련된 핵심 기술인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경쟁사에 빼앗긴다면 직무발명 보상비용보다 훨씬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