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거부 심한데…심야 콜버스 스타트업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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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승차거부 심한데…심야 콜버스 스타트업 좌절 전세버스 이용 불법…준공영제 버스는 안되고 택시는 경쟁 인식

기사입력2017-01-25 09:28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은 대표적인 규제 사례로 O2O방식의 심야 콜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콜버스랩이 꼽힌다. 한때 ‘한국의 우버’로 주목을 받기도 했던 곳이다. 운행택시가 부족한 심야시간대에 승차거부를 경험했던 시민들은 심야 콜버스 서비스가 이러한 불편을 다소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이 서비스는 같은 시간 택시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요금도 최대 절반까지 낮아져 시장경쟁력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시범사업을 시작할 때는 그랬다.

지난 2015년 12월 콜버스랩은 전세버스 5대를 빌려 서울 강남구에서 시범사업을 했다. 수익모델은 콜버스랩이 승객에게 전세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면, 전세버스업자는 콜버스랩을 통해 전세버스 이용권을 구매한 고객을 태우는 방식이다. 카카오대리운전 앱과 대리운전업체가 공생하는 사업이라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심야고객이 많은 강남일대에 저가의 심야 콜버스가 운행을 하게 되면, 기존 택시업계의 불만과 반발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서울시에 심야 콜버스 단속을 요청했고, 서울시는 시범사업을 한 그달 28일 국토교통부로 공문을 보냈다. ‘전세버스를 이용해 다중과 운행계약을 체결해 운행을 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이다.

심야 콜버스 영업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전세버스는 개인 또는 단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특정 목적지를 정하고 운행해야 하는데, 중간에 정차에 승객을 태우는 행위는 자동차관리법 위반이라는 해석이다.

콜버스랩 서비스는 승객에게 전세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면, 전세버스업자는 콜버스랩을 통해 전세버스 이용권을 구매한 고객을 태우는 방식이다.<이미지=콜버스랩 홈페이지>

이후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 버스·택시 등 기존 운송업자가 한정면허를 받아야만 심야 콜버스 영업을 하도록 했다.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심야 콜버스 서비스업자의 자격을 버스·택시 등 기존 운송업자로 제한해, 전세버스를 활용한 심야 콜버스 영업은 불법이 됐다. 사업내용만으로 보자면, 시장경쟁력이 충분했던 스타트업이 출항하자마자 규제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권호정 사무관은 지난 23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전세버스가 일대일 계약을 넘어 승객을 태우고 승하차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6호 ‘면허를 받거나 등록한 업종의 범위·노선·운행계통·사업구역·업무범위 및 면허기간 등을 위반해 사업을 한 경우’에 해당돼 불법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콜버스 영업의 서비스업자 자격에서 전세버스를 제외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세버스가 개인소유 차량을 운수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운수회사에 지입료를 주는 형태로 많이 운영된다. 이 때문에 수익을 내기 위해 운전을 오랜 시간 하는 등 안전상의 문제가 있어 전세버스는 제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세버스를 이용한 심야 콜버스 영업이 불법이 된 이후, 콜버스랩이 영업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개정된 시행규칙에 따라 버스·택시운송사업자가 소유한 버스 또는 택시가 필요했다. 서울시 중재 하에 서울택시운송조합과 공동사업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고, 이어 지난해 7월 서울택시운송조합의 17대 승합택시를 이용해 새롭게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서비스 출발지는 강남에서만 가능하다. 목적지는 강남 서초 송파 강동 광진 성동 용산 동작 관악 마포 영등포 동대문 중랑 등 13개 구로 제한했다.

이와관련 서울시 택시물류과 박병성 팀장은 “현재는 서울시 전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콜버스 차량이 부족하다. 차량수급 정도에 따라 올해에는 서울시 전역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심야시간대 택시잡기가 어려운 시민불편도 줄일 수 있고, 운행요금도 낮기 때문에 서울시 입장도 심야 콜버스 영업지역을 확대하려는 방침이다. 그러나 좀더 들어가 보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콜버스랩의 박병종 대표는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운송수단을 제공하는 서울택시운송조합 소속 사업장 250곳에서 1대씩, 총 250대를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추가로 늘어난 것이 없다”며 “조합에도 여러 차례 차량보급을 늘려달라 요구했지만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에서 영업지역을 한정한 것이 차량부족 때문인데, 택시조합에서 차량을 제공하지 않으니 어떻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느냐”며 “버스사업자는 준공영제 운영으로 사실상 콜버스랩 서비스를 할 수 없고, 결국 개정된 법은 사실상 택시의 독점적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택시조합도 소속 사업장에 말을 전한 것 같지만, 사업장에서는 콜버스랩에 차량을 제공하는 것을 스스로 경쟁상대를 만드는 것으로 여긴다. 그렇다고 강제로 차량을 제공하게 할 수도 없다”며 “현재 콜버스랩 수익은 1명의 인건비가 간신히 나오는 정도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자할 비용도 마련할 수 없고, 현재 벽에 부딪힌 상태”라고 했다.

결국 심야 콜버스를 이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시민편의와 요금절약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스타트업 청년사업가의 사업 역시 존폐 기로에 섰다.

심야 콜버스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대상은 서울의 택시사업체이고, 그곳을 터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들이다. 시민의 편익 확대와 택시기사의 생계보장은 반드시 상충되는 것인가. 시민의 편익을 늘리고 택시업계의 고민도 덜어줄 수 있는 상생의 방안을 찾을 수는 없었는가하는 아쉬움도 있다. 상생방안을 찾지 못하면 앞으로 똑같은 문제가 다른 사업영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원칙은 공공의 이익인 시민의 편의가 특정집단의 이해보다 우선한다는 점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손해는 다른 방식을 통해 보상 또는 보전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