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보호무역 강화 수단 ‘국경조정세(B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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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美 트럼프, 보호무역 강화 수단 ‘국경조정세(BAT)’ 미국내 생산제품은 법인세 면제하고, 해외제품쓰면 비용공제 안해

기사입력2017-02-19 13:39

트럼프 정부 임기 초반 ‘국경조정세’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경조정세(BAT, Border adjustment tax)란 미국기업의 수입품 사용에 대해서는 비용공제를 인정하지 않고, 수출제품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BAT로 미국내 생산 및 조달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미국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신정부의 구상이다. 이는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과 글로벌 과세체계가 미국기업의 해외이전과 자본유출을 가속화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법정 최고 법인소득세율은 39.1%로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그리고 실효세율 평균도 35.3%로 두 번째로 높다. 이에따라 미국기업들이 자국의 높은 법인세를 피해 해외 저세율국으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미국에서 발생한 이익을 해외지사로 이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미국이 채용하고 있는 글로벌 과세체계는 자국기업이 국내에서 거둔 수익뿐만 아니라, 해외수익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어 법인세를 회피하기 위해 수익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경우가 잦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매출과 제조공정에서 수입산 비중이 높은 소매유통, 식음료, 자동차, 정유관련 기업들은 반대하지만 항공·방산, 소프트웨어 등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은 찬성하고 있다.

문제는 BAT가 미국의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국내 세제법을 개혁하는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무역적자를 해소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법인세를 감면받기 위해 생산공정을 국내에 구축하거나, 수입부품 사용을 줄이는 식이다. 자국의 법을 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관세부과로 인한 글로벌 통상전쟁 발발을 피할 수 있고, 교역상대국의 반발도 줄일 수 있다.

미국 내 생산된 제품은 법인세가 면제돼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BAT가 도입되면 미국시장에서 스마트폰, 가전, 생활용품 등 소비재를 판매하는 국내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의 대미수출 감소가 예상돼 국내 전자·반도체, 석유화학 등 소재산업의 피해 또한 예상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이 가공무역을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비중이 높은 탓이다.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이를 가공해 세계시장에 수출하는데, 중국 수출이 늘면 한국 수출도 늘어나지만, 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경우에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미국이 국경조정세를 도입하는 경우 중국의 대미수출은 연간 460억달러 이상(전체 상품수출의 10%) 감소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아울러 미국 내 판매되는 자동차 평균가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돼 자동차 판매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부품업계의 피해가 예상된다. 자국 생산비중이 높은 GM, 포드와 같은 미국 브랜드는 가격인상폭이 상대적으로 적겠지만, 해외부품 의존율이 높은 자동차 업체일수록 가격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다. 멕시코 등으로 공장이전을 계획하던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해 생산비중을 높일 것이고, 이에따라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는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내에서도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도입을 속단할 수는 없다. 코트라는 “주력 수출품목인 가전, 자동차, 전자·반도체, 철강 등 개별 제품에 대한 수출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향후 OECD나 WTO 등 다자간 공조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국정조정세가 상품교역에는 적용이 쉽지만 기술용역, 소프트웨어, 금융, 상표권 등의 서비스교역에는 적용이 어렵고 적용기준도 모호하다”며 “단순 상품수출에서 벗어나 상품, 용역, 디자인, 기술 등이 혼합된 고부가가치의 수출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