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기술력 충분한데…‘하청구조’로 판로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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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생산기술력 충분한데…‘하청구조’로 판로 막혀 中 보따리상도 사라져…“장기지원 필요” 신당봉제소공인특화센터

기사입력2017-03-09 14:48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이 봉제 소공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가 만난 신당봉제소공인특화지원센터(이하 신당소공인센터)의 김정호 센터장은 “서울 평화시장 일대는 중국 보따리상 매출이 크다”며 “여기에 의존하고 있는 신당동 일대의 봉제 소공인사업체들도 사드배치 논란이 생기면서 눈에 띄게 일감이 줄었다. 구체적인 조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작년 말 이후 20~30%가 문을 닫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신당동 봉제업 소공인집적지에는 옷감을 쌓아두고서 옷을 제작하고 있는 소공인 사업체가 작은 건물안 각 층마다 자리잡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60년대 평화시장과 함께 시작…과거 생산방식 그대로

신당동 일대 소공인집적지는 60년대 말 평화시장이 생기면서 함께 만들어졌다. 등록된 업체 수만 1200여곳, 관련업체 종사자는 8000여명에서 1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1990년대 중국·베트남과 수교하면서 많은 업체가 해외로 이전했지만, 당시 공장의 책임자 또는 업계 관계자 등이 신당동에 남아 봉제업에 종사하고 있다.

최근 사드문제로 평화시장에는 중국인의 발길이 끊겼다. 또 신당동 소공인들의 주요 유통통로였던 동대문 패션상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급격히 상황이 악화된 것은 이처럼 정치적인 문제이지만, 근본적으로는 ‘100% 하청’으로 이뤄지는 소공인들의 협소한 판로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신당동 소공인 대다수는 동대문 패션상가 업체에서 디자인을 가져오면 샘플을 제작해주거나, 완성된 샘플을 바탕으로 양산하는 역할을 한다”며 “아직 이전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0~40년을 해오던 방식인데 이를 바꾸는 것이 쉬울 수는 없을 것이다. 간혹 새롭게 공방을 차리거나 판매숍을 차리는 경우도 있지만 미미하다”고 했다.

신당봉제소공인특화지원센터는 소공인들이 협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통해 공동마케팅과 판로개척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많지 않지만, 나름의 활로를 찾은 소공인들도 있다.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보망을 통해 바이어와 연결하고 수주해 온 것이다. 신당소공인센터는 이들을 중심으로 소공인들의 경영과 생산을 개선하려는 사업을 시도중이다.

복종별 협업화→리드군 형성→공동마케팅→판로개척

김 센터장은 “개별 정보망을 가지고 있는 소공인들을 보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획력과 판로개척 능력은 부족하지만, 생산기술력은 충분하다. 디자이너를 섭외하고, 소공인들끼리 협업화 체계를 갖춘다면 분명 활로가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따라 신당소공인센터는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 등 복종별로 소공인들이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협동조합과 같은 단체를 설립해 리드군을 선발하며, 이 리드군의 주도하에 각 소공인단체가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공동마케팅해 판로를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김 센터장은 “소공인들이 매번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거나, 디자이너를 찾아다니며 신상품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며 “복종별 소공인단체의 장이 소속 소공인들에게 몇가지 디자인을 제시해 공동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고, 신당동 집적지 이름으로 마케팅을 해 브랜드가치를 올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신당길드테일러리(가칭)’란 브랜드를 출시해 ‘장인정신을 가지고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홍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원사업은 크게 소공인특화교육과 마케팅·기술 컨설팅, 환경개선 및 기술세미나 등 자율사업 등이다. ©중기이코노미

협업화를 통한 공동마케팅과 판로개척은 개별 소공인들의 기술이 뒤떨어지지 않아야 가능하다. 김 센터장은 “동대문시장 제품이 브랜드 제품에 비해 싼 이유는 소재의 차이도 있지만 공정과정이 간단하기 때문”이라며 “원가부담으로 공정과정을 늘릴 수 없다면, 그 대안으로 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랜드 제품은 200~300개의 공정을 거치는 반면 동대문시장 제품은 통상 40~50개의 공정을 거친다. 공정과정을 줄이면 줄일수록 원가는 줄어들지만 제품 질에서 차이가 난다. 특히 세탁을 했을 때 그 차이가 더 확연해진다는 것이 김 센터장의 말이다.

따라서 브랜드 제품과의 경쟁에서 신당동 봉제공장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야 가능하다. 김 센터장은 “당장 앞만을 바라보고 교육을 기피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경쟁력은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기술개발을 위해 지난해 국내 봉제업 기술자들을 초빙해 세미나를 열었고, 올해부터는 이탈리아나 일본, 중국 전문가까지 초빙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경영교육 역시 이런 방향에 맞춰져 있다. 새롭게 옷을 기획하고, 만들어서 판로를 개척해야 할 소공인의 요구에 맞춰 경영교육 전문가를 섭외했다. 브랜드 제품들은 어떻게 기획을 하고, 어떤 소재를 사용하며, 어떻게 만들어져 출시되는지를 교육을 통해 공유할 계획이다. 제품 관련 교육 뿐만 아니라 패션문화 교육도 추가할 예정이다.

신당소공인센터의 박진우 매니저는 “지금 소공인들은 하는 일은 많은데 그만큼 수익이 생기지 않는다. 하청에 맞춰진 과정을 개선해서 직접 판매도 하고, 온라인으로도 확대해 유통채널을 다변화한다면, 수익이 늘어날 여지는 충분하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지원사업 당장 성과내기 어려워”…장기·집중 지원 필요

신당소공인센터는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기술컨설팅을 하고 있고, 전시회나 수주회를 개최하거나 지원하며, 공동작업장도 제공해 소공인과 직접 관련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성공사례를 모아 소공인에게 소개함으로써 조직화·협업화 할수 있도록 교육도 하고 있다. 이밖에 소공인들이 보유한 바이어 정보를 DB화하고 있으며, 공동으로 카탈로그나 브로슈어를 만들어 의류판매 소매점에 직접 배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러한 지원사업이 소공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려면, 소공인특화센터를 지원하는 소상공인진흥공단을 비롯한 정부기관의 도움도 필요하다. 김 센터장은 “지원사업에 사실상 쓸 수 있는 예산은 2억원 안팎이다. 판로확대를 위해 중국 현지 전시회에 참가하거나 수주회를 개최하겠다는 계획도 있지만, 현재 예산으로는 여의치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공단이나 정부 입장에서 당장의 성과가 필요한 점은 이해하지만, 한 업체에 지원할 수 있는 규모는 200만원에서 500만원 정도다. 이 정도로는 당장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 당해 지원사업을 통해 당해 성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3년에서 5년 정도, 장기적이면서도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라며 “지원사업이 소공인들의 현실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알려주고,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좀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