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국민 요구 더이상 외면하지 마라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재벌개혁 국민 요구 더이상 외면하지 마라 민주당, 재벌 민낯 보고도 상법개정안 통과 못시켰다

기사입력2017-03-09 18:22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탄핵정국 이후 극소수 극우파를 중심으로 한 억지와 궤변 그리고 집회까지 3개월여 이상 온 나라가 시끄럽다.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남용·사유화를 저지하기 위한 국민들의 회초리였고, 이제 종착역을 하루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가 살아있음을 알려준 것은 1000만이 넘는 촛불이었다.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탄핵정국의 주범인 박근혜정권의 부역자들이 기습적으로 사드배치를 강행함으로써 또 다시 온 나라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 졸속적인 사드배치에 따른 후폭풍의 내용과 수준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중국의 경제보복은 대기업에서부터 골목상권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장차관을 지명하는 권력까지 행사했던 최순실이다. 최씨가 재벌총수들의 팔을 비틀며 ‘강도짓’을 할 때도 묵인했던 부역자들은 중국의 보복조치에 대해서도 두눈만 멀뚱멀뚱 뜨고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탄핵정국의 진행과정 그리고 사드배치 논란을 보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수권정당이 될 수 있나’ 하는 강한 의문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정 야당을 콕 찔러 얘기하는 이유는 민주당의 의석은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121명, 제1당이기 때문이다. 같은 뿌리인 국민의당(39명) 의원 숫자를 추가하면 160명으로 국회재적인원(300명) 과반을 넘는다. 여소야대 탄핵정국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정치력이라곤 촛불에 무임승차한 것 이외에는 사실상 없다.

탄핵정국 속에 드러난 재벌들의 민낯을 보면서 촛불을 포함 대다수 국민이 요구한 것은 경제민주화였고, 구체적인 방안으로 나온 것이 재벌개혁이다. 국민적 여망을 등에 업고 민주당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안, 상법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호언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여당의 비협조, 민주당 자신의 정치력 부재 등 온갖 표면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의지와 결단력 부족이다. 경제민주화 없이는 우리사회가 한발도 나아갈 수 없다는 절박함에 대한 인식이 민주당엔 없었다.

재벌기업이 전통시장을 침탈해 시장상인들의 생존을 앗아갈 때도 배지가 부여한 특권으로 편안한 삶을 누렸다. 중소기업 사장과 종업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자, 재벌기업이 흑자를 이유로 납품단가를 후려쳐도 그 피해가 야당의원들에겐 가지 않았다. 같은 장소에 똑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의 절반도 되지 않는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가장이 겪는 차별도 민주당의원들에게는 없다. 차상위계층, 노인빈곤층, 결식아동 등의 절대적 빈곤을 우리 공동체가 풀어야 할 과제라는 것을 이들이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청년, 여성, 장애인, 노인 등 이른바 사회취약계층을 포함 우리사회 99% 인생들의 삶과 민주당 121명의 삶은 분명히 다르다. 양자의 삶은 하늘과 땅이란 것을 국민들은 모두 알고 절감하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모르거나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이 통과되지 못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사드배치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만이 반대입장을 냈을 뿐 문재인 전 대표는 ‘부자 몸 조심’의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말을 돌리지만 자유한국당과 사실상 같은 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3명의 대권후보가 민주당이란 한 울타리에 있는 것이 맞나하는 의문이 든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이와 같은 입장을 취한 이유는 ‘한미간의 합의’를 파기할 수 없다는데 있다. 그러나 국민적 동의와 설득보다 우위에 있는 국가간 합의는 존재할 수 없다.

탄핵정국과 사드배치국면의 본질은 외형은 다르지만 하나다. 국민적 동의를 거치지 않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정부가 남용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탄핵과 사드국면에서 민주당이 무능함에 더해 난맥상을 보여주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정철학과 비전 자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집권하고자 한다면 국민과 소통하고 주권재민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또 권력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권력을 잡아서 무엇을 할 것인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사탕발림으로 국민들을 속이는 짓은 상법개정안 무산, 한번으로 족하다. 믿을 수 있는 징표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