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에 분노한 국민…재벌개혁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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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정경유착에 분노한 국민…재벌개혁이 답이다 시민단체, 경제력 집중 해소위해 관련 입법 “최대한 빨리 실행해야”

기사입력2017-01-18 21:09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자승자박이다. ‘최순실·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벌들의 민낯이 드러남에 따라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배제됐던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바람이 다시 일고 있다. 특히 지난 19대 국회 당시 발의됐던 법안들이 최근 국회에서 또 다시 쟁점화되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관련 입법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개혁입법추진단’을 지난 10일 발족한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상법개정안 등 6개 입법안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상법개정안을 통해 ▲감사위원을 사내·사외이사와 분리해 선임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주주가 주주총회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투표제’ ▲모회사 주주가 불법을 저지른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이사 선임시 1주당 1표가 아닌 선임되는 이사수 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한다.

또 민주당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5개 법안 개정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한 전속고발권을 폐지한다.

<자료=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홈페이지> ©중기이코노미

국민의당의 ‘임시국회 5대 분야 개혁과제’ 범위에 포함된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시 민주당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입법시점은 ‘2월내 임시국회 완료’란 민주당 입장과 동일하다. 여기에 국민의당은 특정 재벌과 권력에 의해 국민연기금이 동원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국민연금법도 손보기로 했다. 주주권행사 전문위원회의 법정 상설기구화, 국민연금 이사장·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 심의·의결 내용에 대한 속기록 의무 등이 담겼다.

당론에 이르진 않았지만,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관련 입법 움직임에 바른정당도 가세했다. 바른정당은 지난 4일 민주당의 상법개정안(감사이사 분리 선임,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소속 의원 30명 전원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고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이후 이종국 정책위의장은 “재벌개혁 이슈들은 비교적 긍정적 의견이 많이 나왔다”며 “(당론채택 여부는 향후 당내)토론을 거친 뒤에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을 포함 야당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관련 입법추진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최재혁 간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최근 재벌개혁 법안들이 국면에 따라 나오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이미 논의돼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바른신당 소속 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제시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사항이다. 박 대통령 집권기간 동안 죽었던 공약이 ‘최순실·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정경유착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자 부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국가권력 사유화에 사실상 동조했던 바른정당 입장에선 정치생명을 유지하게 위해서라도 더 이상 국민적 여론을 외면할 수 없었던 사정이 반영된 행보다.

뇌물의혹 등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재벌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바람이 다시 일고 있다. 사진은 18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사진=뉴시스>

이와 관련 참여연대 최재혁 간사는 “현재 정당에 관계없이 재벌개혁 법안을 논의하는 것은 결국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이라며 “현 경제체제가 가지고 있는 모순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당에 상관없이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에 반해 바른정당은 물론이고 민주당·국민의당이 그간 보여줬던 스탠스에 비춰 이들 정당들이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견해도 있다. 경실련 경제정책팀 권오인 팀장은 “새누리당이 분당이 되면서 바른정당이 등장했지만, 강력한 의지가 있다고 볼수는 없다”며 “야당안에서도 모든 의원들이 다 의욕을 가지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고 낙관적으로 보기는 이른 것 같다. 논의된 법안들이 정말 국회를 통과할지를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입법안 국회 통과여부에 대한 전망과는 별개로, 청문회와 특검조사 등을 통해 드러난 재벌총수들의 불법과 전횡은 국민감정을 폭발 직전으로 이끌었고 ‘친재벌 정당’인 새누리당 마저도 움직인 것은 사실이다.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은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 토론회’를 열어 재벌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논의했다. 이어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10일 “우리가 그동안 다소 소홀했다고 지적받는 대기업 관련 정책, 속칭 재벌의 반칙과 불공정 등에 과감히 접근하겠다”며 “이를 통해 우리 중소기업과 상생·발전할 수 있는 상생경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벌의 반칙과 불공정’, ‘중소기업과 상생·발전’이란 이 정책위의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입법 움직임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주류다. 따라서 여야 합의란 형식에 매달리지 말고 바른정당을 포함 야당의 공조를 통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신속하게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골든타임내 입법론은 바른정당의 공조를 전제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2월 정기국회에서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 새누리당의 반대가 있어도 본회의로 넘겨 재적의석 2/3 이상 찬성의결로 법안을 확정하자는 얘기다.

참여연대 최 간사는 “지금도 국회가 열려져 있는데 최대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경제력이 기득권 일부에게 집중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법안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실련 권 팀장도 “각 정당별로 각론은 다를지라도 방향성은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역대 정부가 정권 초기에 한결같이 재벌개혁을 외쳤다는 사실이다. 실천의 문제다”라며 조기입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다만 권 팀장은 “현재 경제력 집중이 심화될 대로 된 상태에서 개별행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종합적인 대책도 논의해야 한다”며 추가 입법을 위한 논의도 함께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