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중 8명은 경제민주화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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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국민 10명중 8명은 경제민주화를 요구한다 ‘대기업’과 ‘부유층’이 아닌 ‘중소기업’과 ‘서민층’ 중심이어야

기사입력2017-01-09 20:4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은 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기업정책, ‘부유층에 유리’한 세금정책을 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8일 발표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식조사(2017년 1월)’ 결과를 보면, 정부의 기업정책이 ‘대기업 중심’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1.5%인 반면 ‘중소기업 중심’이라는 응답비율은 7.9%에 불과했다. 3개월 전(2016년 10월)에 같은 설문으로 조사한 결과와 비교하면 ‘대기업 중심’은 8.5%p 높아졌고, ‘중소기업 중심’이라는 응답은 5.1%p 낮아졌다. 또 정부의 세금정책의 경우 ‘부유층에 유리’하다는 응답은 83.4%로 압도적 다수였지만 ‘서민층에 유리’하다는 응답은 7.8%에 머물렀다. 3개월 전 조사와 비교하면 ‘부유층에 유리’하다는 응답은 7.5%p 높아진 반면 ‘서민층에 유리’하다는 응답은 6.0%p 낮아졌다.

또 박근혜정부 경제정책 결정과정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은 ‘재벌과 대기업(58.4%)’, ‘전경련 등 경제단체(16.4%)’ 순으로 조사됐다. 3개월 전의 조사에서 47.4%였던 재벌기업은 58.4%로 무려 11.0%p나 급증했다. 재벌기업 영향력 급증은 지난 2개월 가까이 계속된 탄핵정국으로 재벌기업에 대한 신뢰도와 이미지가 급속하게 추락한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이번 설문조사는 2017년 1월2일~4일까지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3.1%p이다.

탄핵정국에서 드러난 재벌기업의 민낯도 그렇거니와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경제민주화’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정부의 기업정책에서 실종된 ‘중소기업’의 지위를 강화하고, ‘부유층’ 중심의 세제구조를 ‘서민층 ’우대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민의가 반영된 것이다. 아울러 경제정책 결정과정에 재벌기업과 경제단체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제시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재벌기업과 경제단체 등의 반발과 혐오감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구석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재미를 본 당사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바른정당 포함)이고, 박 대통령은 재벌기업과 경제단체의 전폭적인 지지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제와 돌아보면 99%의 중소기업과 국민들은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公約(공약)을 믿었다. 반면 1%에 불과한 대기업을 포함 재벌기업은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주장이 空約(공약)임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1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한 시장질서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성진 변호사는 “임기 1년 남은 시점에 실현된 (경제민주화)공약은 ‘재벌의 신규순환출자 금지’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 축소’ 등 (경제민주화 공약 18개 가운데) 단 2개로 (이행률은)11.1%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경제민주화 공약이 실종되지 않고 제대로 이행됐다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3대세습을 위해 국민연금이 동원되는 초유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에는 ‘공적연기금 의결권 행사 강화’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제도화했다면, 청와대의 안종범 수석과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의 장난질은 통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그랬다면 이 부회장 사익을 위해 삼성이 기업자금을 빼돌려 최순실 모녀에게 수백억씩 지원하는 횡령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 사면권 행사 제한’이란 공약이 지켜졌다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받기 위해 대통령이 재벌총수들과 사면을 거래하는 불법행위는 없었을 것이다. 또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사외이사가 기업의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할 수 있었다면 재벌총수의 사적 이익을 위해 수백억씩 뇌물로 바치는 행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에 대한 집행유예 불가’ 공약이 지켜졌다면 재벌총수들의 ‘막가파식’ 경영은 일정하게 제어할 수 있었다.

재벌기업의 곳간은 넘쳐나는 반면 중소기업·소상공인은 생존 자체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현실이 ‘경제민주화 공약 실종’에 따른 결과인 경우가 많다. ‘적합업종제도 실효성 제고’란 공약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제고를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인 ‘적합업종 법제화’는 야당 일부 의원들 입에서만 맴돌 뿐이다. 눈만 뜨면 전해지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재벌기업과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갑질’에 대한 철퇴가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대기업이 불공정거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충분한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공약이 도입됐다면 대기업 갑질의 대부분은 예방할 수 있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하도급법을 개선했다면 지금과 같은 대·중소기업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은 완화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경제민주화다. 경제민주화 정책 실천을 통해 국민 10명 중 8명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폐기하고, ‘부유층 중심’의 세금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성장전략으론 지속적인 성장 자체가 불가능하고, 성장의 잠재력도 고갈된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이미 검증됐다. 재벌기업에만 쏠리는 이익을 중소기업과 가계에 돌아갈 수 있도록 재벌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비정상의 국가를 정상화하기 위해 1000만 촛불이 광장으로 집결했고, 우리 국민 대다수를 대표해 이들이 갈망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이후 ‘새로운 세상’이다. 새로운 세상의 중심은 ‘대기업’과 ‘부유층’이 아닌 ‘중소기업’과 ‘서민층’이어야 한다. 현실정치에서 새누리당(바른정당 포함)은 경제민주화 공약을 폐기한 주범이다. 이제 경제민주화 공약을 복원시킬 주체는 야3당이다. 대권을 꿈꾸고 집권하고 싶다면 야3당은 경제민주화 공약을 실행할 수 있다는 능력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