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경제민주화 약속지킨 것 2개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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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박근혜정부 경제민주화 약속지킨 것 2개 뿐” 재계반발 상법개정안 입법예고도 했지만 재벌총수 만남 후 흐지부지

기사입력2016-11-23 00: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 약속을 얼마나 이행했을까?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한 시장질서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성진 변호사는 “임기 1년 남은 시점에 실현된 공약은 ‘재벌의 신규순환출자 금지’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 축소’ 등 단 2개로 11.1%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인수위나 정부가 경제민주화 국정과제로 선정한 20개 중에는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내용이 빠진 것도 있고, 공약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집에서 명시한 경제민주화 공약 18개 가운데 4개는 국정과제에서 아예 빠졌고, 6개는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지만 실현되지 못했으며, 6개는 일부만 이행돼 제대로 실현된 것은 2개 뿐”이라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성진 변호사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한 시장질서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경제민주화 18개 공약 중 이행된 공약은 단 2개뿐이라고 평가했다. ©중기이코노미

“빈 종이로 남은 경제민주화”…공정위는 반박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집에서 제시한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분류해 보면 ▲경제적 약자 권익보호 5가지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체계 개선 3가지 ▲대기업집단 총수일가 불법 및 사익편취행위근절 3가지 ▲기업지배구조 개선 4가지 ▲금산분리 강화 3가지로 총 18개다.

김 변호사가 국정과제에서 빠졌다고 언급한 4가지 공약은 ▲중소도시 대형마트의 신규입점 제한적 허용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 불가 ▲대기업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해 사면권 제한 ▲독립성 강화 전제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 의결권 행사 강화인데, 모두 대기업의 이권과 관련돼 있는 내용이다.

또 ▲공정거래법위반에 대한 집단소송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의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해당행위 금지 청구제도 ▲소액주주 등 비지배주주들이 독립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및 다중대표소송제도 단계적 도입 ▲소비자보호기금설립 및 소비자피해구제 명령제도 도입 ▲금융·보험회사 보유 비금융계열사 주식 의결권 상한을 단독금융회사 기준 단계적으로 5%까지 강화하는 내용의 핵심공약 6가지는 국정과제에는 포함됐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자료=새누리당, 공정거래위원회> ©중기이코노미

김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앞서 지난 1월18일 ‘빈 종이로 남은 경제민주화’라는 제목으로 한겨레신문에 발제내용을 기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바로 다음날 ‘기고 관련 공정위 경제민주화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 설명’이라는 제목으로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 “박근혜 대통령 공약을 토대로 한 경제민주화 국정과제 20개 중 13개가 입법 완료, 6개는 국회계류 중, 1개는 입법 준비중에 있어 경제민주화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13가지 완료된 과제에 대해서는 “대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의 권익 증진을 위한 핵심내용들로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것을 실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정위 경쟁정책과 정진욱 과장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입법은 안됐지만, 비입법적으로 문제가 개선된 것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비자 보호기금 설립 공약은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으로 발의됐으며, 집단소송과 불공정행위의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는 ‘사인의 금지청구제’의 경우 의원입법 발의된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중기협동조합 납품단가 협의권 부여, 적합업종 사업조정을 2개월내 심의 완료하는 신속사업조정제 도입, 공정위의 조사를 받는 기업이 적절한 시정방안을 제시하는 경우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해주는 동의의결제, 수급사업자 범위 확대 등 4개 법안은 기존 법안에서 미세하게 수정한 정도로 재계의 반발이 별로 없는 법안들이다. 또 대부업관리감독 강화는 경제민주와 관련 공약이 아니다”라며 “대선 당시 밝힌 경제민주화 공약이 아닌 것을 경제민주화 국정과제 법안으로 둔갑시켜 이행했다고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대기업 총수와 만난 후 사라진 경제민주화 공약 입법”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3년 8월28일 10대 그룹 총수들과 가진 오찬자리에서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에 대해 “(재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지난 1월11일 당시 후보자 신분이었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또한 공정위와 같은 발언을 한 바 있다. 유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성과에 점수를 매겨보라는 질문에 “80점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제부 수장으로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발언이다.

이보다 앞선 2013년 8월에 이미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변호사는 “독립적인 사외이사선임에 대한 상법개정은 법무부가 입법예고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 단계적 도입,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선출 방식 도입 등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해당하는 상법개정안을 지난 2013년 7월에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후 8월22일 전경련 등 19개 경제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법무부의 상법개정안이 정상적인 기업의 경영권마저 흔들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법무부에 공동건의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같은 달 28일 박 대통령은 10대그룹 총수와 가진 오찬자리에서 상법개정안에 대해 “(재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 변호사는 “경제민주화 공약 이행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는지, 아니면 2013년 8월28일 10대그룹 총수들과 만나면서 경제민주화를 안 하는게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해 변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K스포츠·미르재단 관련 보도를 보면, 경제민주화 공약과 재단을 위한 돈을 맞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경제약자들도 공정한 거래 속에서 먹고 살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을 마련하는 게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며 공정거래의 역할”이라며 “그런 역할을 정부가 팽개친 지금의 상황은 ‘경제민주화 공약 실종사건’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