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적고 이익 커 대기업 불공정 행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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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과징금 적고 이익 커 대기업 불공정 행위 계속” 과징금 기준 상향, 영업정지 처분,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 대안 제시

기사입력2017-04-05 18:45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갑질타파’를 위한 개혁입법 발표회에서는 과징금이 적고 이익이 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LG전자는 지난해 4월 금속형 케이스를 처음으로 사용한 스마트폰 ‘G5’ 모델을 출시하면서 ㈜한라캐스트와 ㈜파인테크닉스에 위탁생산을 맡겼다. 그러나 막상 양산에 들어가자 LG전자측의 케이스 설계오류와 제작경험 부족 등으로 인해 양품수율(검수를 통과한 생산비율)이 20~25%로 낮았다. 이로인해 1, 2차 하청업체들의 매출액은 예상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는 하청업체에 부당하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14년 9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1차 협력업체 20개사에 200억원의 자금조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참여하지 않은 태정산업의 납품물량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물량 빼돌리기’와 태정산업이 생산하던 제품의 금형을 다른 회사에 제공하는 기술탈취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태정산업은 삼성전자와 28년간 거래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 GS건설은 기존 공법보다 단가가 저렴한 신공법으로 콘스텍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서는, 기존공법으로 시공할 것을 요구하며 적정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롯데마트의 경우 ㈜신화에 단가 후려치기, 물류비용 부당전가, 자문수수료 부당공제, 계약조건 부당변경 등을 행하기도 했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갑질타파’을 위한 개혁입법 발표회에서 나온 대기업들의 갑질 사례들이다. 최근 1년여 사이에 일어난 일들로, 하도급법 또는 대규모유통업법에 위반된다. 최근 몇년 갑질근절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대기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게다가 대기업의 갑질을 막기위해 하도급법에서는 피해업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보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지만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다지만, 실제로 3배 배상액을 적용받은 사건은 없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이날 발표회에서 “이같은 갑질을 행하는 대기업에 법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불공정 행위를 했을 때 기대이익 보다 한번 걸렸을 때 손실이 더 크다는 것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과징금 기준을 상향하고, 불공정 행위 기업에 대해 영업정지까지 내릴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형준 변호사는 “OECD에 따르면 기업이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는 경우 발생하는 부당이득은 관련 매출액의 15%에서 20%라고 하는데, 한국의 과징금은 최고 관련 매출액의 10% 수준”이라며 “그러나 최근 4년간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건의 기본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3%에 불과해 10%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공정위의 최고 과징금 부과기준율과 상한액을 지금보다 두배 올릴 것을 제안했다. 또 위법성이 중대하고 파급효과가 큰 ▲시장지배적 남용행위 ▲부당공동행위 ▲불공정거래행위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을 한 기업에는 영업정지를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공정위는 행위위반 정도에 따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중대한 위반행위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산정된 점수를 부여하며, 이를 관련 매출액 또는 위반액에 따라 정해진 부과기준율을 곱해 기본과징금을 산정한다.

이와함께 집단소송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함께 피해자 손해회복을 위한 대표적인 구제수단으로 거론됐다. 집단적 피해자 중 일부가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해 판결을 받으면, 판결효력을 인정받지 않겠다고 거부의사를 표시한 피해자를 제외하고,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까지 똑같은 효력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한편 이날 발표회에서는 하도급감독관을 새로 둬 현재 감리 등이 담당하고 있는 하도급감독 업무를 맡도록 하고,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국민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피해보상을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며, 공정위의 사건 처리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직접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가칭)‘국민심사위원회’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대기업을 비롯한 원청으로부터 1년에 한번 갑질을 당해도 중소기업은 존폐위기에 처한다”며 “왜 고쳐지지 않고 계속되는지 생각한다면, 오늘 거론된 제안들을 하루빨리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