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이 아니다 ‘탄핵대선’ ‘촛불대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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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장미대선’이 아니다 ‘탄핵대선’ ‘촛불대선’이다 선택의 기준은 적폐세력의 청산과 실천할 수 있는 의지

기사입력2017-04-10 16:5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장미대선’, 19대 대통령 선거가 장미꽃이 필 때 치러진다 해서 나온 말이다. 붉은 장미꽃이 상징하는 강렬한 이미지와는 상반되게 영혼없이 만들어진 ‘명사’를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고 있다. 어디서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누군가 이번 선거는 ‘장미대선’이 아닌 ‘탄핵대선’이라고 말했다. 양자의 차이는 전자가 이번 대선의 성격을 설명하지 못하는 반면 후자는 이번 대선의 본질과 함께 지향해야 할 목표지점까지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12월 한복판이 아닌 갑작스럽게 다가온 5월9일, 19대 대통령선거다. 대통령 권력을 이용해 본인을 포함 최순실의 곳간을 채워주려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을 국기문란으로 단죄한데 따른 탄핵대선이다. 국가정보원과 검찰 그리고 온갖 극우단체를 동원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짓밟고, ‘민주주의 공화국’을 부정했던 정치·관료집단을 국민들이 심판함에 따라 치러지는 탄핵대선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 등 전국의 주요도시 열린공간에서, 지난 5개월 이상 1800만 촛불이 모여 ‘주권재민’을 갈구했던 염원이 만들어낸 ‘촛불대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지난 5개월 이상 극명하게 드러났던 적폐세력들의 추악함을 낱낱이 기억하고, 국민주권행사를 통해 이들을 심판하는 역사의 법정이어야 한다. 1800만 촛불의 명령,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정치세력을 권력의 중심으로 세우는 역사적인 과제도 수행하는 대선이어야만 한다. 무엇보다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촛불로 대표되는 99% 서민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법과 제도로 보장해 줄 수 있는 ‘촛불정권’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오는 15, 16일 양일간 대통령 후보자 등록일정을 남겨두고 있지만, 오늘(10일) 대통령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19대 대권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져 자격이 없는 ‘대선후보’가 있다. 이번 대선이 종료된 이후 당내 숙정과 함께 처절한 성찰과 반성의 시간이 전제된 이후라면 모를까,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국민 대다수로부터 버림을 받은 전직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이꼴로 만든 정치집단이다. 자칭 보수라고 칭하고, 이 땅에 건전한 보수세력이 자리잡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

대통령선거는 시작됐고, 5월9일이면 여러 대통령 후보 중 한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개개인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정치지도자가 있다면 다행이다. 불행하게도 최고가 없다면 반드시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기권도 의사표현의 한 방법이지만, 기권을 선택한 결과 국가와 국민 모두가 겪었던 고통과 희생이 너무 컸다. 특히 ‘헬조선’이라고 울부짓는 청년들의 아우성은 장년·노년층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청년들 스스로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함성으로 바뀌어야 한다. 헬조선이라는 한탄 속에 청년들이 적극적인 투표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 대선에서 또 다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무자격자를 빼고 나머지 후보의 공약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모두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얘기하고, 서민경제 중심의 정책기조와 복지부문 확대를 말한다. 사드배치와 남북문제 정도만 선이 그어질 뿐, 경제정책에서 뚜렷한 전선은 없다. 해서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 선택의 최우선 기준은 누가 적폐세력을 청산할 수 있는 비전과 의지를 갖고 있는가여야 한다. 적폐세력 청산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일부를 구속함으로써 이미 시작됐다. 이번 대선을 통해 촛불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은 현 체제에서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적폐세력 나머지 모두를 단죄해야 한다. 해방 이후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적폐세력 청산을 통해 정의로운 국가를 세워야 하는 역사적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하에서 국정원은 자유를 찾아 남한을 찾은 탈북자를 간첩으로 둔갑시켜 ‘탈북자 간첩사건’을 조작했다. 간첩으로 조작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은 탈북자의 여동생을 이용하는 반인륜적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18대 대선 과정에서 행해진 댓글공작 등 국정원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을 덮기 위해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총장까지 날린 당사자가 박근혜 정권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국정원을 개혁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정원으로 새롭게 만들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또 최순실, 정윤회 그리고 십상시 논란이 일어났을 때, 청와대의 국기문란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문건유출로 사건을 축소했던 검찰이다. 당시 검찰이 주어진 권한만 행사했다면,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은 좀 더 빨리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전혀 없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정권의 장단에 맞춰 칼춤을 춘 검찰 역시 개혁의 대상이다. 어느 후보가 검찰에게서 권력을 회수해 국민의 통제하에 둘 수 있는지도 대통령 후보 선택의 기준이다.

합리적인 근거나 설명없이 졸속으로 결정한 개성공단 폐쇄, 사드배치 결정, 한일위안부 합의 등 ‘비정상화된’ 국가적 현안을 ‘정상화’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를 찾아야 한다. 이밖에도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한 각 후보의 정책을 기준으로 자신만의 후보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이번 대선의 키워드는 청산과 혁신이고, 그리고 누가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가다.

오는 5월9일 정의로운 국가를 세울 수 있다는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투표장에 가는 것이다. 특히 청년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꼰대’의 기우이길 바라면서, 헬조선에서 벗어나고픈 청년이 가장 쉽게 할 수 저항이 투표라는 것을 기억해두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