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이마트 이제 ‘노브랜드’로 골목상권 위협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신세계이마트 이제 ‘노브랜드’로 골목상권 위협 PB상품 내세워 제조부터 유통까지 장악…“변종 ‘노브랜드샵’ 진출”

기사입력2017-05-23 13:58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형유통업체가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이어 ‘노브랜드샵’이란 변종형태로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기업의 골목상권 말살 음모 규탄대회 및 동네슈퍼 수호를 위한 기자회견’에서는 신세계이마트의 ‘노브랜드’ 상품과 ‘노브랜드샵’이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노브랜드샵’은 신세계이마트의 PB(Private brand) 상품인 ‘노브랜드’라는 브랜드 상품을 취급하는 로드숍이다. 지난해 8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 1호점을 시작으로 서울, 경기, 부산, 대전, 세종 등 전국에 28개 매장이 있다. 이미 운영중인 이마트에브리데이(SSM)를 개조하거나 쇼핑몰, 아웃렛 등에 샵인샵 형태로 들어서고 있다. 이름은 ‘노브랜드’지만, 신세계이마트의 또 다른 브랜드다.

골목상권 상인들은 이를 변종 SSM 형태라며 규제를 피해 골목상권을 침탈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23일 ‘대기업의 골목상권 말살 음모 규탄대회 및 동네슈퍼 수호를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국환 광주광역시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에 따르면 처음에는 변기시트, 자동차 와이퍼 등 9개 제품이던 ‘노브랜드’ 상품이 현재 900여개 품목까지 늘었다. 또 가격경쟁력이 높은 이유는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신세계이마트가 장악했기 때문이란 것이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이마트가 국내외 제조업체와의 아웃소싱을 통해 제조마진을 낮춰 이마트 계열 유통매장에서 판매하고 있고, 동시에 노브랜드샵을 출점하고 있다”며 “광주 이마트는 일반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상품을 판매, 지역상권과 무관하다고 하지만 실태를 보면 그렇지 않다. 특히 건전지, 물티슈, 감자칩 등 PB제품 히트상품은 동네슈퍼마켓에서 주로 판매하는 상품이다. 가격 경쟁에서 버틸 수 없어 존폐위기에 처해있는 골목상권이 한 두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국환 광주광역시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사진 앞줄 가운데)은 “예전 대형마트의 경우처럼, 노브랜드 제품과 노브랜드샵이 지역경제를 무너뜨리고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 이사장에 따르면 ‘노브랜드’ 전체 매출은 2015년 4월 1억9000만원에서 같은 해 12월 55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말 2000억원 가깝게 매출을 올렸다. 1년새 매출이 36배 증가한 것이다. 보라동점은 지난해 1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그룹은 2020년까지 ‘노브랜드샵’을 100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현재로서는 딱히 없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9월 노브랜드샵을 기존 SSM과 동일한 준대규모점포에 준하는 출점과 영업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렸고, 이에 따라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해 노브랜드 전문점 개점을 위해선 영업시작 30일전까지 개설 계획을 공표해야 한다. 하지만 신고제인 현행 법하에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취재과정에서 “신세계이마트의 노브랜드 제품은 노브랜드 전문점뿐만 아니라 위드미나 이마트에브리데이와 같은 계열사에까지 유통되며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현재 정권이 바뀌면서 주춤하고 있지만, 기회를 봐서 다시 확장을 시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골목상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전영향평가제를 시행하고, 현행 출점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며, 슈퍼마켓적합업종을 지정하는 등 골목상권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