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운명,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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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한반도의 운명,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결정한다 평화와 통일을 저버리고, 전쟁과 분열을 획책하면 단호히 대처해야

기사입력2018-04-30 15:04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전쟁없는 한반도’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섣부른 기대도 금물이지만, ‘갑작스레’ 드러난 출구라는 이유로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다. 오히려 딛고 선 바닥에서부터 가고자하는 길에, 언제고 나타날 수 있는 돌부리를 하나하나 제거해야 하는 과제를 목전에 뒀다. 남북한 8000만 겨레의 ‘희망’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건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몫이다.

27일 남북정상회담 직후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제1원칙은 ‘남북의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남북정상은 또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 노력을 약속했고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판문점선언 이전 보수·극우 정당을 포함 일부 보수언론은 남북정상회담을 전망하면서, 사실은 자신들의 ‘사심’을 담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합의사항은 차치하더라도 ‘비핵화’란 단어 앞에 ‘완전한’이란 옵션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말이다. 그래야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아닌 ‘살라미’ 전술 운운하며, 북한에 대한 적대적 공세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정부를 ‘좌파’정권이라 매도하면서 색깔론을 이어갈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쥘 수 있어서다.

이들 보수·극우 집단의 시대착오적인 기대는 남북정상의 통 큰 결단으로 단칼에 무산됐다. 판문점선언 세번째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으로써 남북정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올해 안 정전협정을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핵 없는 한반도를 꿈꾸는게 가능해진 것도 같은 이유다.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정신상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수준의 망언을 쏟아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를 포함 극우인사들의 헛소리에 대한 비판은 차고 넘치니 생략한다.

판문점선언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재천명했다는 사실이다.

남북정상의 역사적 결단을 환영하면서, 판문점선언에 담긴 모든 프로그램이 조속한 시일내 이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마술공연을 관람하며 밝게 웃고 있다.<사진=뉴시스>

외관으로만 보자면, 1972년 7·4남북성명에 담긴 ‘조국통일 3대원칙’중 첫번째인 ‘자주통일’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반공’을 국시로 했던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달리, ‘좌파’정권이란 얼토당토 않은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문재인 대통령이기에 ‘자주통일’ 원칙을 선언한 결단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한편으론 더 이상 ‘빨갱이 장사’로 재미보는 극우집단의 선동·공세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자신감을 보여준 대목이기도 하다.

‘자주통일’ 원칙, 북한과 대화 상대인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에선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자임하겠단 의사표시다. 판문점선언은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첫번째로 내놓은 역사적인 결과물이다. 미국의 트럼트 대통령도,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한반도의 운명을 남북이 자주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정상회담 결과에 토를 달지 못한다. 일본의 아베 총리도 일본인 납치문제 등 현안 해결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를 통해 북한과의 협상을 타진하는 상황이다. 극우집단이 주장하듯 한국패싱이 아닌, 일본패싱인게 오늘의 국제정세다.

국외적으론 5월 또는 6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그에 앞선 한미정상회담, 이외 일본과 중국, 러시아와 최고위급 회동 등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외교전쟁’을 앞두고 있다. 국내적으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정전협정 등 판문점선언을 구체화하기 위한 남북간 실무협상 또한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외교전쟁의 결과가 ‘남북의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에 복무할지 여부는 오롯이 남북간 실무협상에 달렸다.

조선말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파탄난 이후, 단 한번도 자주적인 결정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개척하지 못했다. 한미동맹 또는 혈맹이란 미명하에 미국정부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고, 성조기나 흔들었던 ‘평화불감증’ 환자가 지배했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들뜬 기대감에 취해, 차가워야 할 이성을 달구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했다. 또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자주통일의 길로 달려가려는데, 발목을 잡는 극우집단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다시한번 남북정상의 역사적 결단을 환영하면서, 판문점선언에 담긴 모든 프로그램이 조속한 시일내 이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숨가쁘게 진행될 남북간 실무협상에 임하는 남북의 당국자 모두에게 당부한다. 판문점선언에 따라,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연결하라는 8000만 겨레의 염원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노파심에서 한번 더 당부한다. 촛불정부를 포함 우리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기도 했지만, 하늘이 내린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 놓치면 다시는 기약하기 어려운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8000만 우리민족 앞에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기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고대하는 제정당과 시민사회는 하나로 힘을 모으고, 전쟁과 분열을 획책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벼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