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 공공재, 사문화된 ‘주거권’을 복권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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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주택은 공공재, 사문화된 ‘주거권’을 복권시켜야 8.27 공급확대책 당장 폐기하고,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해야

기사입력2018-08-30 17:1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요즘 부동산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이고 과감한 대응으로 초기에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며 “특히 3주택이상, 초고가주택의 경우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것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에서 강력하게 검토해 달라”고 주장했다.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포함 수도권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자, 수도권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투기지역을 지정하는 등 정부가 부동산대책(8.27)을 발표한지 나흘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위당정청회의에 오른 ‘최우선 의제’가 부동산시장이란 현실을 보면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로드맵이 있기나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8.27 대책을 기점으로 지금껏 ‘가수요억제’ 중심 주택정책이 ‘공급확대’로 전환할 징후까지 엿보인다는 점이다. 30만호이상 공급이 가능한 수도권 공공택지 30개 지역 개발, 이미 불씨로 가득 찬 주택시장에 기름을 끼얹는 투기조장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증시전망이 불투명하고, 저금리시대에 1000조이상으로 추정되는 유동자금이 몰릴 수 있는 데라곤 부동산시장뿐이기 때문이다. 판교와 광교, 동탄 등 신도개발이란 이름으로 토건자본과 부동산투기꾼 배만 불렸던 기억이 엊그제다. 또다시 신도시개발이라니 한숨부터 나온다.

그나마 다행스런 사실은 이해찬 대표가 당정청회의에서 “과도한 신도시개발이나 대규모 재개발사업에서 일시에 집값 상승으로 투기를 유발하는 방식을 벗어나 소유가 아닌 거주하는 주거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공급확대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이해찬 대표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를 지속적으로 공급, 도시재생사업처럼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했고, 7선의원으로서 당내 장악력도 인정받는 이해찬 대표가 공급확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가수요억제’ 전략을 내세운건 반갑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분석자료를 인용한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주택을 2채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198만명, 전체 인구의 3.86%에 불과하다(2016년기준 5125만). 이들 3.86%에 불과한 다주택자가 전체 주택의 31.5%(457만호)를 소유하고 있으니, 대다수 서민이 집을 소유할 수 없는건 당연하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이들 다주택자의 주택소유는 연평균 5%(2013∼2016년)씩 증가해 1주택자 증가율(2.2%)의 2배를 넘는다는 점이다.이래선 정부가 아무리 주택공급을 확대한들, 서민에게 돌아갈 집이란 있을 수 없다.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통계수치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한국사회에 필요한건 공급대책이 아니라, 1가구 1주택 보장 등 분배대책이 우선돼야 함을 시사한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리면서 불거진 ‘갓물주’ 논란도 공급부족이 아닌 극단적으로 왜곡된 분배구조에 따른 병폐다. 공공재인 주거수단을 시장논리에 맡긴 결과 헌법에 보장된 국민주거권은 사문화됐다. 공급확대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이해찬 대표가 공공임대 확대를 강조한 것은 사문화된 헌법상 국민주거권을 복권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국민주거권을 보장하는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도 지난해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김현미 장관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국민에게 주거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전국민의 4%도 안되는 극소수 땅부자·건물주와 결별하고, 96%가 넘는 국민에서 잠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만 벼리면 된다.

공급과정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및 후분양제 도입 등 뻥튀기된 아파트가격 거품을 뺄 방안은 차고 넘친다. 불로소득과 투기를 근절해 서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 또한 이미 다 나와있다. 공시가를 실거래가에 맞춰 매매차익을 사전에 차단하고, 보유세 강화를 통해 다주택 보유에 따른 기대이익을 없애면 된다.주택을 투기수단이 아닌 주거수단이라고 공언한 김현미 장관이 약속을 이행하면 된다는 말이다. 주택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없는게 아니라. 땅부자와 건물주의 끝모를 탐욕을 정부가 묵인하는게 문제다.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이해찬 대표는 ‘3주택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강화’를 제안했다. 불로소득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왜곡된 주택시장을 바로 잡자는 대안중 하나로 유의미한 선택이다. 여기서 머물면 안된다. 3주택보유자와 2주택보유자를 달리 취급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특별한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2주택을 가졌다면,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 구제하면 될 일이다. 주택이 공공재임을 분명히 히고. 1가구 1주택을 보장하겠다는 국정기조를 관철할 때만 부동산투기를 근절할 수 있다. 8.27대책을 당장 폐기하고, 당정협의를 통해 이해찬 대표의 부동산정책을 입법화 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