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 국산화 넘어 차세대 수출산업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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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소재부품, 국산화 넘어 차세대 수출산업 육성” 일본 수출규제 도발로 일본기업 신뢰 무너뜨리는 결과 가져와

기사입력2019-09-25 18:4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대응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특히 일본 소재부품 수출규제로 불편함이 발생한 지금, 국산화와 공급망 안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소재부품을 수출산업화해야 한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 조영진 의원이 25일 개최한 ‘우리기업의 해외진출 패러다임 변화와 과제’ 토론회에서 ‘글로벌가치사슬 관점에서 본 일본 수출규제와 우리 산업의 발전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은 글로벌 밸류체인 참여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소재부품의 수출을 제한하면 우리 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는 오히려 일본기업의 신뢰를 붕괴시켜 일본산업의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이 우리가 소재 장비를 국산화하고 수출산업화할 시기”라고 말했다.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과 의미=세계 전체는 가치사슬로 연계돼 산업발전을 추진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타 국가들에 비해 글로벌 가치사슬(이하 GVC, Global Value Chain) 참여도가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산업 대부분 과거 일본이 세계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했던 산업들이다. 대표적으로 가전, 통신기기 등은 과거 일본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제패했지만 현재 한국기업이 이를 대체했고, 조선산업도 과거 일본이 세계 1위에서 한국기업에 의해 밀려났다. 대표적인 IT부품 중에서 메모리반도체나 디스플레이도 과거 일본이 세계적인 강자 자리를 한국에 내줬고, 2차 전지도 일본과 한국이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여전히 일본이 앞서 나가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한국이 일본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일역조 개선 등을 위해 2001년 소재부품특별법을 제정하고, 2011년 이를 10년 연장했다. 소재부품 정책 추진으로 소재부품 수출 및 무역수지, 기술수준 등에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부품을 중심으로 소재부품은 2001년 대비 2015년 수출 4.3배, 무역수지 39배가 증가했고,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도 10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한국산업의 빠른 추격으로 한국과 일본 간의 수출규모 격차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조 본부장에 따르면, 일본기업이 공급하고 있는 소재부품 및 자본재는 공급사슬 특성때문에 우리기업이 단기간에 대체하기가 쉽지 않았고, 현재까지 무역수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1200여종의 주요 첨단제품 및 소재부품 중 일본이 공급하는 품목 수는 894개다. 미국, 중국, 유럽 등에 비해 많다. 이들 중 30% 이상이 세계시장 점유율 60% 이상으로, 270여개에 달하는 품목에서 일본이 독점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 독점한 품목 중 60% 이상이 전자관련 소재부품이다. 중소·중견기업이 투자를 해야 하지만, 신뢰성 문제로 수요기업이 구매할지 불확실하다. 또한 시장진입에 따른 리스크가 높은 반면 수익은 크지 않은 특성도 가지고 있다.

소재부품은 우리 산업 발전단계에 있어 일본을 추격해야 하는 분야이지만, 산업의 특성상 국산화 및 수출산업화가 부진했던 분야다. 한국의 빠른 추격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과 더불어 일본경제를 지탱하는 산업으로 역할을 했던 분야이기도 하다.

조 본부장은 일본이 공급하는 소재부품이나 장비 등이 글로벌 공급사슬 최후방에 존재해 공급 단절을 실시하는 경우, 전방에 있는 매우 긴 가치사슬과 관련된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계산에 일본이 이번 수출규제를 실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수출규제의 공격대상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있어 후방연관도 뿐만 아니라 전방연관도도 높은 산업이어서 세계적인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철강산업 등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미중 무역 및 기술분쟁, 자국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 스마트 제조의 확산 등 GVC 위축 요소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GVC 참여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지금 소재·장비분야 국산화할 시기=하지만 이는 오히려 일본기업의 신뢰를 무너뜨려, 세계 전체 GVC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조 본부장의 설명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은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이러한 체제가 유지돼 왔던 것은 상호간의 신뢰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기업이 독점적으로 공급을 하고 있어 리스크가 매우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처를 다변화하지 않았던 이유는 조달체제가 장기 지속거래에 기반한 신뢰 때문이었다.

이번 사태로 일본기업에 대한 신뢰성이 상실되고 거래처 다변화가 이뤄지는 동시에, 이로 인해 일본기업의 독과점 체제가 붕괴되면 이는 일본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거래기업 뿐만 아니라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중국기업들도 일본기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거래처 다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 수요기업이 국산화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책당국이나 중소 소재 및 장비업체의 일방적인 국산화 전략이 추진됐지만, 지금은 대체할 곳이 필요한 수요업체와의 공동 노력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관련제품의 국산화가 이뤄지더라도 이 제품을 사용할 유인이 없었고, 리스크를 고려하면 지속적으로 일본기업의 제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영진 의원은 25일 ‘우리기업의 해외진출 패러다임 변화와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조 본부장은 우리나라 산업 발전단계로 봐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의 소재 및 장비를 국산화 해 수출산업화 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미 중국이 관련산업 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는 실정이어서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조 본부장은 우리가 일정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향후 시장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 등 신흥국 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등에 비해서도 앞설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대표적인 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이다.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단순히 이들 소재부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그치지 말고 소재부품, 장비, 연구개발 등 가치사슬 전반, 생태계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소재부품이나 장비 등은 개발 후 수요기업의 구매와 연결되는 메커니즘 수립이 전략의 핵심이다. 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소재나 장비 뿐만 아니라 신소재 개발 및 산업화 등과 같은 기초 연구개발도 매우 중요하다.

이미 표준화된 제품은 GVC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역할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차별화된 신제품의 지속적인 출시로 활로를 개척해야한다.

조 본부장은 아이폰이 대표적인 융복합 및 개방형 혁신제품이고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등도 개방형 혁신제품의 일종이라며 한류 등에서 나타난 문화적 소양 등에 따르면 제조 및 여타 서비스 분야에서도 창의성 있는 제품 창출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가치사슬이라는 관점에서 자체 브랜드 육성도 강조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거의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부가가치의 대부분은 미국이 거둬들이고 질 좋은 일자리도 미국에서 창출하고 있다.

자국브랜드가 존재한다는 것은 기업 가치사슬의 핵심부분을 자국내에서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조 본부장은 급변하는 세계 산업통상환경 하에서는 자체 브랜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