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합의에도 반대 직면 특고 고용보험 가입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노사정 합의에도 반대 직면 특고 고용보험 가입 특수고용직 적용 필요성 확인…합의에도 재계는 반대입장 일관

기사입력2020-11-11 16:24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7월 노사정이 합의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에 따라 정부는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국민 고용보험’을 위해 금년 말까지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수립한다.”

지난 7월 노사정이 함께 서명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의 한 대목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을 위해 “정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정부 입법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특성을 고려하며 노사 및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합의도 이뤄졌다.

합의에 따라 정부는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 마련과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 입법 추진에 들어갔다.

그런데 합의 이후에도 재계는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적용에 대해 반대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무적용 대신 임의적용을 하자거나, 특수고용직들이 고용보험 가입을 원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의 조사결과는 이와 달랐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직 14개 업종 33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2%가 고용보험 가입을 희망했다. 지난 10월 중 현대리서치연구소를 통해 1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은 특수고용직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다.

◇특수고용직 실업급여 필요성 확인=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의사는 업종별로 차이를 보였다. 학습지교사(92.4%)와 대여제품방문점검원(92.1%), 신용카드회원모집인(89.9%) 등의 의사는 높은 반면, 골프장캐디(68.3%), 화물자동차운전사(79.0%), 택배기사(79.8%)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낮은 직군에서도 가입 의사가 70% 안팎이다.

일각에서는 특수고용직의 경우 자발적 이직이 잦아 고용보험 적용이 부적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제 조사결과를 보면, 임금근로자와 특수고용직 사이에 원치 않은 이직비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

‘회사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또는 계약기간 종료로 인해서(복수응답)’ 이직한 경우는 1순위 7.9%, 1순위와 2순위를 합치면 17.9%로 조사됐다. 임금근로자의 경우, 2019년 고용보험 상실자 이직사유별 비율을 보면, 폐업·도산(3.3%), 해고·권고사직 등(11.6%), 계약만료·공사종료(20.6%) 순이었다.

정부는 특수고용직의 이직 사유 중 낮은 소득도 고용보험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해석하고 있다. 특수고용직 중 이직사유 1순위를 ‘소득이 너무 적어서’라고 답한 비율은 50.6%였다. 1순위와 2순위를 합치면 전체의 67.8%가 낮은 소득을 이직 사유로 꼽았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주된 이직 사유를 ‘낮은 소득’이라고 하거나 회사의 일방적 계약해지 또는 계약기간 종료로 답한 분도 상당수 있어 특고에게도 실업급여가 필요하다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수고용직과 임금근로자 간 이동 빈번=특수고용직과 임금근로자간 이동이 빈번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고용안전망을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도,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한 175만6000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가 58만7000명으로 전체의 33.4%에 이른다.

특수고용직 중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고용보험 가입이력이 한번이라도 존재하는 사람은 22.0%에 달했다. 특수고용직 5명 중 1명 이상이 특수고용직과 임금근로자 사이를 이동한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택배기사(31.7%), 서비스관련종사원(31.6%), 퀵서비스(31.4%)의 고용보험 가입이력 비율이 높았다. 반면 학습지교사(10.8%), 신용카드회원모집인(12.0%), 방문판매원(12.7%)은 상대적으로 가입이력 비율이 낮았다.

이에 대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코로나19로 특고·프리랜서 등이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시장 최대 취약계층임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특고·프리랜서 등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고용보험과 같은 안정적인 고용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올 9월 특고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고용보험법 및 고용보험료 징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으며, 연내 입법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급을 위한 소득 심사과정에서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의 소득 파악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며,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 수립 시 이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