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재벌기업만을 위한 상법을 만들 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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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민주당, 재벌기업만을 위한 상법을 만들 셈이냐 감사위원 분리선출·3%룰, 총수일가 전횡 억제할 최소한의 장치

기사입력2020-11-12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재벌개혁 일환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했다던 더불어민주당. 그래놓고 ‘재벌총수만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 ‘재벌총수 일가만을 위한 상법’을 만들려고 한다.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시 적용될 ‘3%제한룰’. 입법도 되기 전에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아가는 민주당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정부가 ‘공정경제법’이란 이름까지 붙여가며 국회에 제출한 상법개정안. 이에 따르면 감사위원 ‘1명 이상’은 이사 선출단계에서부터 다른 이사와 분리해 별도로 선출해야한다(분리선출제). 또 상장사가 감사위원(감사)을 선임하는 경우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3%까지만 인정한다(3%제한룰).

현행 상법에도 감사위원 선출시 3%제한룰이 있다. 하지만 일괄선출제를 허용해 의결권 제한규정의 취지를 몰각시킨다는 비판이 많았다. 일괄선출제에서는 3%제한룰 적용없이 이사를 먼저 선출하고,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한다. 최대주주가 사실상 지명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 3%제한룰이 사문화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시민사회의 이같은 비판을 수용, 법무부가 상법개정안에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도입했다. 죽었던 3%제한룰에도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런데 집권여당이 소관 상임위에서 본격적인 논의도 하지 않고, 또다시 3%제한룰의 숨통을 끊으려한다. 몇몇 민주당 의원은 3%제한룰에 공공연한 반대입장까지 내면서, 재계의 반발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난 10일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 개정방향 모색 토론회. <사진=뉴시스>

2015년 5월26일, 제일모직과 합병을 결의하기 위한 삼성물산의 합병이사회. 당시 그 자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단 1명의 감사위원(이사)만 있었다면, 부당한 합병에 따른 삼성물산 소액주주의 손해는 막을 수 있었다. 수천억원 이상되는 국민 노후자금을 날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 자신이 법정에 서는 수모도 피할 수 있었다.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면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없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투기자본이 추천한 감사위원이 기술을 빼돌린다는 궤변까지. 여기에 민주당이 동조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민주당이 검토 중인 대안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지분을 각각 3%까지 인정하는 방안이다. 사실상 재벌총수 일가의 지분 전부에 의결권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3%제한룰 때문에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는 재계의 주장은, 상상에 가설이 더해진 허구다. 2016년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분리선출제와 3%제한룰을 도입했다. 이후 금융사 어떤 곳에서도 투기자본에 의한 감사위원 선임 시도는 없었다. 투기자본에게 금융사는 여타 서비스업 또는 제조업보다 크고 좋은 먹잇감이다. 매년 사상 최대 순익을 경신하고,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이 평균 65%를 상회한다. 그런데도 투기자본에 의한 금융사 경영권 공격은 전무했다.

이에 앞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정부는 증권거래법을 통해 상장사에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3%제한룰을 적용했다. 역시 헤지펀드에 의한 감사위원 선임 사례는 없었다. 이와 관련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는 지난 10일 ‘상법 개정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위법행위 및 기업 거버넌스상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 헤지펀드로부터 공격 가능성을 염려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발생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시나리오를 침소봉대하기보다, 지배주주나 경영진에 대한 감시기능을 회복될 수 있도록 상법 취지에 맞게 개선하는 방향으로 논의 초점을 모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투기자본이 추천한 감사위원이 기술을 빼돌린다는 억지주장은 반박할 가치조차 없지만, 한마디만 덧붙인다. 이사회에서 기술이 유출됐다고 가정하고, 범인을 잡고자 하면 감사위원·감사·사내이사·사외이사 모두가 용의자다. 상법을 바꿔 최대주주가 보증하는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이사의 이사회 참여를 봉쇄하지 않는 한, 완전한 방어책은 없다. 쓸데없는 걱정 말고, 그 시간에 기술유출 방지대책이나 다듬길 충고드린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3%제한룰 도입. 최대주주인 총수일가의 사적 이익과 기업·소액주주의 이익이 상충할 때, 기업·소액주주의 재산을 지켜줄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결과적으로 재벌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재벌총수 일가의 전횡을 억제할 유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에 촉구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3%제한룰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한다. 이와 함께 재벌편향적인 일부 의원들에게 엄중한 질타와 함께 재벌개혁 전선을 교란하는 어떠한 언동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경고도 있어야한다. 아울러 상법개정안·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집단소송법·징벌적손해배상법 등 ‘공정경제 5법’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복무할 수 있도록 보완해 줄 것 또한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