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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후려치기에, 신고하면 보복행위까지
[지금 중기에선] 거래불공정 ③거대 조선업체들 ‘갑 횡포’ 만연
- 기사입력2014-01-20 06: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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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량 순위 세계 10위 내에 드는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단가후려치기를 하다 공정위에 일제히 적발됐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컨테이너선<사진=뉴시스>지난 2013년 10월말부터 12월 사이 3개 조선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이유는 선박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하도급업체들에게 단가후려치기를 했기 때문이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조선업체 중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2~3위를 다투는 대형 조선사다. 성동조선해양 역시 2011년 상반기 국내 7위, 세계 8위의 조선사로 2012년 매출액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대기업이다. 고성조선해양은 STX조선해양의 자회사다.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대우조선의 경우 2008년부터 2009년 사이 89개 수급 사업자들에게 선박 블록 조립 등 임가공을 위탁하면서 단가를 일방적으로 줄여 총 436억원을 적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당 4억9000만원의 하도급 대금을 적게 지급한 것이다.
대우조선은 하도급 대금 계산 시 시수(Man Hour)항목을 일방적으로 축소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하도급 대금을 인하했다.
조선업종에서 임가공 위탁 시 하도급 대금은 보통 시수(작업 투입 시간)와 시간당 임금의 곱으로 결정된다. 대우조선은 시수에 실제 작업 투입 시간 보다 적은 목표 작업 투입 시간(목표시수)을 적용해 단가를 인하했다.
단가인하의 명목은 목표시수보다 생산성을 향상한다는 것이었다. 2008년에는 6%, 2009년에는 7%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라는 명목으로 목표시수를 줄여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해 지급한 것이다.
목표시수에는 설계, 경험, 계측, 작업장 환경 등 생산성 관련 제반 사항이 이미 반영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추가로 목표시수를 줄이라는 요구는 결국 단가 후려치기의 수단이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게다가 생산성 향상률을 결정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수급 사업자들과 사전에 전혀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적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도급 단가 산출방법
<자료=공정위>성동조선해양 역시 2009년 7월부터 2012년 6월 사이 8개 사업자에게 선박 임가공 작업을 위탁하면서 부당하게 3억1000만원의 하도급 대금을 인하한 사실이 적발돼 3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 회사는 24개 하도급업자에게 36억원의 단가를 부당하게 인하한 사실이 적발돼 3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성동조선 역시 이미 계약한 적 있는 임가공 작업에 대해 최초 계약보다 시수를 낮춰 계약해 단가를 인하했다. 또 2009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7개 수급 사업자에게 24개 선박 임가공 작업을 제조 위탁하면서 개별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수급 사업자가 작업에 착수하기 전에 계약서를 작성발급’하도록 정한 하도급법을 위반한 것이다.
고성조선, 공정위 신고에 거래선 차단까지
STX조선의 자회사인 고성조선의 경우 부당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한 하도급 업자에 대해 거래선을 끊는 보복행위를 했다가 대표이사가 검찰에 고발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고성조선은 수급사업자가 2010년 9월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과 하도급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자, 신고를 이유로 하도급거래를 중단할 합리적 사유가 없었음에도 그해 10월 자신과의 하도급 계약을 해지했다.
하도급법 위반을 관계기관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수급사업자에 대해 거래의 정지, 수주기회 제한, 기타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하도급법이 금지하고 있는 보복조치 금지의 위반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회사의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조치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공정위가 보복조치를 이유로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한 경우는 고성조선이 최초다.
이밖에 고성조선은 2010년 3월부터 그해 12월까지 3개 수급사업자들에게 선박 해치커버 제작과 관련된 조립 등 임가공을 위탁하면서 작업난이도와 수급사업자별 경영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비율로 계약단가를 15% 인하해 하도급대금을 결정했다는 점도 적발됐다.
또 하도급거래에 관한 서류를 그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간 보존해야 한다는 하도급법을 위반하고 7개 수급사업자와의 하도급거래에 관한 서류를 보존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같은 조선업계의 단가 후려치기는 이전부터 만연했으나, 조선경기가 호황일때는 하도급업자들이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못했다고 업계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공정위 적발사안들이 주로 유럽 경제위기에 따른 조선업계의 불황기 이후라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원사업자가 조선업종의 불황 등을 이유로 자신의 경영상 어려움을 수급 사업자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수급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부당한 단가인하 행위 등 불공정 하도급행위를 엄중 제재한 것”이라며 “앞으로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취소, 부당반품, 기술유용행위 등 핵심적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를 집중 감시하고, 위법행위 적발 시 엄중하게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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