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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소비자 뺨 맞고, 업체 문 닫고, 이통사 웃는
단통법으로 이통사 가입자수 반토막 났지만 영업이익 증가할 듯
- 기사입력2014-10-15 12:58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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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제가 뺨 한번만 때려도 되겠습니까?” 요즘 휴대폰을 사러 가면 판매점 직원들이 이렇게 말한단다. 해괴하게 들리는 사연인 즉슨,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지급에 제한이 걸렸으니 뺨을 한번 때리고 고객에게 ‘합의금’ 차원에서 추가금을 지급하겠다는 얘기다.물론 단통법 시행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농담이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놀랄 바는 아니다. 보조금 지급에 제한이 걸리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단통법이 시행된 10월1일부터 7일까지 이통3사의 일일 평균가입자 수는 9월 일평균(66만9000건) 보다 33.5% 감소한 44만5000건을 기록했다. 특히 일일 신규가입자 수는 33만3000건에서 14만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 이제 겨우 보름이 지났지만 벌써부터 폐업하는 영세 유통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흔히 단통법이라 불리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은 이통사가 휴대폰을 판매할 시 소비자들에게 지원금을 차등지급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법이다.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지급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게 제정 취지다. 단통법 시행으로 휴대전화 보조금 상한선은 기존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었다. 상한선이 높아졌으니 더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됐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상한액을 고시하도록 한 법률 내용 때문이다.단통법 제4조2항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입자 평균 예상 이익, 단말기 판매 현황, 통신시장의 경쟁 상황을 등을 고려해 구매 지원 상한액에 대한 기준 및 한도를 정해 고시해야 한다. 문제는 이 ‘상한액’이 이통3사의 가이드라인이 되면서 공공연한 가격 담합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이통사들이 지원금 상한선인 27만원과 더불어 현금 환급 등의 방식으로 추가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이제는 법적으로 추가금 지급 통로가 차단되면서 모두 같은 가격에 단말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담합의 결과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로 단통법 시행 후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은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이 단통법 시행전후 보조금을 비교한 결과 갤럭시S5(LTE65요금제 기준)의 지원금은 단통법 시행 후 최대 46만9800원까지 줄었다. 단통법 시행 전 평균 20만원, 최대 58만6800원이었던 갤럭시 S5의 지원금은 시행 후 11만7000원으로 삭감됐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통신비 부담이 늘었다는 얘기다.가격 담합을 조장하는 단통법이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열림의 박신호 변호사는 단통법이 가격담합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지원금 상한액 한도를 고시하도록 한 단통법은 결국 방통위가 이통사의 통신비 담합을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단통법은 현실적인 부작용뿐 아니라 법률적으로 볼 때도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는 위헌법률이다. 지금이라도 폐지 또는 보완하는 것이 더 이상의 피해를 막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단통법 시행으로 소비자는 울상, 중소유통업체들은 오만상이다. 국감에서 단통법 개정 논의가 오가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웃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이통3사다.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줄었지만 보조금 지출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은 증가할 조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단통법 시행으로 올 하반기 이통3사 전체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급기야 내년도 영업이익은 올해(2조3367억원) 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난 4조727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 같이 비싸게 팔자는 이통사들의 꼼수가 담긴 단통법은 ‘단지 통신사에게만 달콤한 법’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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