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냄새를 상표등록한다…오감브랜딩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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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소리·냄새를 상표등록한다…오감브랜딩 주목 식별력 입증이 관건 “해당 상품·서비스 떠올라야”

기사입력2014-11-21 14:07

채송화 기자 (songhwa0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선명한 색의 옷이 조명 아래 밝게 비춰진다. 매장 조명이 전체적으로 어두워 옷이 더욱 눈에 띈다. 매장 직원들은 모델처럼 잘 생겼거나 몸매가 좋다. 여기에 음악도 크게 틀어 마치 나이트클럽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매장 근처만 가도 이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아주 강한 향기가 난다. 시각, 청각, 후각을 활용한 오감브랜딩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미국의 인기 의류 브랜드 ‘아베크롬비’ 매장이다.

국내에서도 오감브랜딩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부터 오감브랜딩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기아차는 2013년 기아차 속성을 반영한 ‘기아향(KIA Fragrance)'을 개발해 서비스센터, 드라이빙센터 등 다양한 고객 접점 공간에 기아향을 선보였다. 올 7월엔 청각 마케팅도 시작했다. 소리를 듣자마자 기아차를 떠올릴 수 있는 사운드를 개발해 TV, 인터넷, 모바일 등 모든 매체와 고객 접점 공간에 적용시켰다. 하나로 통합된 사운드를 듣고 소비자가 기아차를 연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오감상표는 청각, 후각 등 오감으로 지각할 수 있는 감각적 상표 또는 입체적·동적으로 구성된 상표 등 새로운 유형이다. 해외기업이 소비자 감성을 자극해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는 오감활용 마케팅에 성공하면서 국내기업 역시 오감상표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특허청이 서울과학기술회관에서 지난 17일 개최한 ‘2014년 글로벌 기업의 오감상표 창출·활용 전략 컨퍼런스’에서는 오감활용 마케팅 사례 뿐 아니라 최근 국내외 분쟁사례, 오감상표 출원방법 및 심사기준이 소개됐다. 특히 오감상표 가운데 소리·냄새 상표와 출원절차에 대한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2014년 글로벌 기업의 오감상표 창출·활용 전략 컨퍼런스’ 모습 ©중기이코노미

소리·냄새 상표는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소리·냄새 등을 기호, 문자, 도형 또는 그밖의 시각적 방법을 이용해 표현한 상표다. 예를 들어 소리상표는 음계나 악보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이에 대한 출원 등은 저조한 편이다.

이날 특허법원 설범식 부장판사는 “오감상표 중 소리와 냄새 상표에 대한 출원 및 등록이 저조해 아직 권리침해로 인한 분쟁사례는 거의 없다”며 “입체상표, 도형상표 및 색채상표의 분쟁사례를 통해 소리와 냄새상표의 향후 분쟁과 해결방안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감상표권 중에서도 소리와 냄새에 대한 출원등록 절차는 일반상표권과 동일하다. 그러나 출원서 기재사항과 함께 소리파일 또는 냄새견본을 제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소리, 냄새상표 출원을 원하는 기업은 상표등록출원서 1통과 시각적 표현에 합치하는 소리파일 또는 냄새견본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소리상표는 시각적 표현에 합치하는 소리파일 1통을, 냄새상표의 경우 시각적 표현에 합치하는 냄새견본 밀폐용기 3통 또는 향패치 30장을 제출한다.

오감상표 출원 심사과정

<자료=2014년 글로벌 기업의 오감상표 창출·활용 전략 컨퍼런스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출원서 기재사항에는 500자 이내의 상표 설명을 비롯해 소리·냄새의 특직정 요소와 의미 등을 1000자 이내로 기술한 시각적 표현이 포함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소리·냄새상표를 등록하기 위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먼저 1상표 1출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재사항을 적은 출원서와 파일 또는 냄새견본을 제출하는 것 외에 별도로 회사 로고, 상품 마크 등을 나타내는 도형이나 기호 등의 상표견본을 제출하면 1상표 1출원 원칙 위반으로 등록이 거절된다.

다음으로 식별력을 정확하게 입증해야 한다. 소리·냄새상표로 등록하기 위해선 수요자가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았을 때 해당 상품 및 서비스를 떠올릴 수 있는 상징성을 지녀야 한다. 너무 간단하고 흔한 소리, 냄새는 특정 상품만을 표현하는 독자적 상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입증된다면 후에 권리를 취득할 수 있다. 상표 출원 당시에는 식별력이 없었지만 상표를 사용해 본 거래자나 수요자의 대다수가 상표를 통해 특정상품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 새롭게 권리를 갖게 된다. 상표 사용 후에 취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 준비한다면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도 대비할 수 있다.

사용에 의한 식별력 인정대상

마지막 등록요건은 소리, 냄새의 기능성이다. 지정상품의 기능 또는 그 상품의 포장 기능을 확보하는데 반드시 필요하거나, 서비스의 이용과 목적에 불가결한 소리·냄새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맥주병의 병뚜껑 따는 소리, 방향제 등에 사용되는 향 등 상품의 특성으로부터 발생하는 특정한 소리나 냄새는 등록이 거절된다.

특허청 상표심사정책과 이형원 사무관은 “상표권이 최대한 보호받기 위해 보호범위를 명확히 해야한다”며 “심사관과 함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