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고령화로 뿌리째 흔들리는 뿌리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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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영세·고령화로 뿌리째 흔들리는 뿌리산업 ‘3D’ 이미지 벗고 첨단화 혁신해야…인력확보도 발등의 불

기사입력2014-11-27 00:00

평판디스플레이 부품과 소재사업에 주력하는 유아이디는 세계적인 터치스크린 패널 기업이다. 2009년 정부기술개발과제에 참여해 자체 요소기술 개발에 성공한 뒤, 글로벌 시장도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현재 애플의 아이패드 패널 중 40~50%, 삼성 갤럭시탭 패널의 100%를 공급하고 있다.

진흥주물은 자동차, 철도차량과 건설기계용 고품질 주물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미군 트럭에 장착되는 차동기어박스를 공급했으며, 아프가니스탄의 전장에서는 트럭이 지뢰를 밟아 폭발하는 사고에도 높은 강성을 유지해 탑승자의 안전을 지켜낸 바 있다. 우수한 뿌리기술을 보유해 2010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뿌리산업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한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뿌리산업이란 주조·금형·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 등 공정기술을 활용해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공정산업이다. 크게 분류하면 주조·금형·용접·소성가공 등은 제품의 형상제조 공정에 해당하고, 표면처리·열처리 등은 소재에 특수기능을 부여하는 공정에 해당한다.

뿌리산업은 IT, 자동차, 조선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제조 과정에서 공정기술로 이용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최종 제품에 포함되는 제조업의 뿌리라 할 수 있다.

한국 뿌리기업 유형별 분포 현황

<자료=한일 중소기업의 제조혁신전략 포럼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국내 뿌리산업 시장은 연 평균 8.2%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수출도 활발해 대표적인 무역흑자산업으로 꼽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영세화와 인력 고령화 등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중소기업연구원과 한국전략경영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일 중소기업의 제조혁신 전략’ 포럼에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덕근 중소·중견기업지원본부장은 “뿌리산업 기업 중 3~4차 벤더가 가장 많이 분포해 3D의 이미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인력 측면에서는 전문인력 등 부족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국내 뿌리산업 기업과 기업 내 뿌리기술 적용업체 2만5000여개 중 중소기업 비중은 99.6%에 달한다. 이들 뿌리기업 대부분이 영세한 하청업체라는 점도 문제다. 3~4차 협력사가 58.7%의 비중을 보이고 있는 반면, 원청은 2.5%에 불과하다.

이처럼 산업 전반에 드리워진 영세성의 그림자는 뿌리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R&D 투자역량이 부족하고, 혁신역량이 저하되며, 마케팅 능력이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지금 상태가 어려우면 더 한단계 올라갈 혁신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를 담당할 혁신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 큰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40대 이상 종사자 비중

<자료=한일 중소기업의 제조혁신전략 포럼 자료집>

대표적인 3D업종으로 알려지다보니, 뿌리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인력부족은 제조업 전반의 현상이지만, 뿌리산업은 특히 그 정도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에서 그가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뿌리산업 인력부족률은 2011년 기준 8.76%로 중소제조업 평균인 3.01%와 견줘 3배가량 높았다. 인력구조 중 40대 이상 종사자 비중도 41%로 전자의 29%, 기계의 28%, 반도체의 17%와 비교하면 독보적으로 높았다.

이 본부장은 R&D를 담당할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한 점을 더욱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정부가 R&D자금을 지원해준다 하더라도, 이를 활용해 R&D를 진행할 부족해 그림의 떡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본부장은 뿌리산업을 Dirty, Difficult, Dangerous의 3D에서 벗어나 3D&ACE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3D&ACE란 Digital, Decent, Dynamic과 Automatic, Clean, Easy를 합친 단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이 본부장은 강조했다. 우선 수요 대기업에 종속돼 있는 산업구조를 탈피해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영세한 뿌리산업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일업종 또는 타 업종간의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규모 대형화 유도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3D프린팅, 로봇 자동화, IT산업 등 뿌리산업과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는 연관산업의 발전을 고려한 뿌리산업 육성정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대덕단지의 한 금형업체의 경우, 고가인 엔진용 금형제작에 3D프린터를 도입해 비용을 20% 감축하기도 했다”며 연관산업과 뿌리산업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