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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아빠 육아휴직, 선택이 아닌 권리다
눈치보다 못쓰기 일쑤… 기업들도 인식 바꿔야
- 기사입력2015-04-17 13:25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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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SBS뉴스를 보던 중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첫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부서 선배였다. 그 선배는 육아휴직 중인 남성들을 다룬 보도에서 두 딸을 키우는 ‘슈퍼맨’ 아빠로 등장했다. 회사에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을 쓰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는 고백이나, 육아를 해보니 전에는 몰랐던 행복을 느낀다는 대목에서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됐다.육아휴직을 쓰는 아빠들이 늘어나고 있다. 16일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8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 육아휴직자는 1만9743명으로 22% 증가했다. 남성 육아휴직자의 증가율이 여성보다 컸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4.4%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남성 육아휴직 문제가 예사롭지 않은 건 저출산은 물론 경력단절여성 문제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던 여성도 출산을 거치면서는 일자리를 내려놓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어도 5년 이상 쉬었던 만큼 예전에 했던 그 일을 다시 잡기란 쉽지 않다. 곧장 찾을 수 있는 일자리는 임금도 낮고 근무여건도 열악해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사정을 고려해 처음부터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 부부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고민들이 대부분 여성에게만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육아휴직과 함께 남성들의 출산휴가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아내가 출산을 했을 때 남편이 쓸 수 있는 휴가는 총 5일인데 이중 3일만 유급휴가다. 출산휴가가 중요한 건 육아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육아는 공동”이라는 기본적인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스웨덴의 남성은도 10일의 출산휴가를 받고 육아휴직은 480일까지 쓸 수 있다. 이중 60일은 법적 의무사항이다. 덕분에 스웨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44%로 한국(4.4%)보다 10배나 높다.한국도 제도는 갖춰져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남성도 1년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매월 통상임금의 40%는 육아휴직급여로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분위기’다. 아무리 제도가 있어도 근로자가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것은 꿈같은 얘기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 여성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듯 남성도 당연히 쓸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주어진 권리를 남성 근로자들이 당당히 요구할 수 있도록 더 강력한 정책이 나와야 하고, 기업에서도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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