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앱 춘추전국시대…IT기업들 속내는?

프린트

Live 중기 ㅣ 경제일반 택시앱 춘추전국시대…IT기업들 속내는? 모바일결제 시장 유인책, O2O 포석 등 ‘자리 깔기’ 차원

기사입력2015-04-20 14:00

윤주희 기자 (jooheey15@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터치 한 번으로 택시를! 추운 날 밖에서 택시 잡지 마세요”(이지택시코리아)
“전국 어디서나 빠르고 간편하게”(카카오택시)
“믿고 부르는 프리미엄 콜택시 앱”(리모택시)

신생 스타트업 리모택시에서 IT공룡 다음카카오, 브라질계 글로벌 기업 이지택시까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택시기사와 승객을 직접 연결해주는 택시앱들이 쏟아지고 있다. 구글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택시앱만 10개 안팎에 이른다. 앞으로 SK플래닛, 한국스마트카드 등도 택시앱 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어 IT기업들이 지핀 택시앱 불길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택시앱을 검색한 화면 <자료=구글>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앱들 대다수가 승객과 기사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개별적으로 차별화된 프로모션을 실시하며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4월 한 달간 앱 가입 기사들에겐 매일 2000원의 적립금을, 승객들에겐 선착순 음료쿠폰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지택시는 승객들에게 1회 이용시마다 500원의 적립금을, 리모택시 역시 이용객들에게 추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그러나 이처럼 뜨거운 구애의 손길에도 불구하고 택시앱 시장 자체의 성장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지난 17일 KTB투자증권에서 낸 자료를 보면, 국내 수수료 시장 규모는 연간 150억원 정도밖에 안 된다. 앱들이 차후 엔콜, 나비콜 등 콜 서비스 회사들처럼 수수료(월 평균 2만원 수준)를 받기 시작하면 경쟁력은 더 떨어질 수 있다. 개인택시 운전기사 김모씨는 “지금은 많은 기사용 앱들이 무료로 제공돼 사용하고 있지만 나중에 가입비 등 돈을 달라고 할까봐 걱정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국내 콜택시 시장규모

2014년 말 기준 <자료=전국택시사업자연합회, KTB 투자증권>

국내 택시시장 자체도 점점 규모가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995년 한해 약 49억명이었던 택시 승객수는 2010년 약 38억명으로 22%나 줄었다. 같은 기간 택시 면허대수가 20만5835대에서 25만4954대로 24%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토부가 2005년부터 시행중인 택시총량제도 시장전망을 낮추는 요인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현재 택시대수는 7만2160대로 국토부가 설정한 적정 택시총량(적정 택시대수) 6만340대보다 1만1820대가 많다. 서울시는 올해 591대 감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IT업체들이 모를 리 없다. 결국 택시앱 서비스는 수익성을 바라고 뛰어드는 사업이 아니란 소리다. 실제로 티맵택시를 준비 중인 SK플래닛의 이교택 홍보팀 매니저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콜택시 시장 전체 수익 규모는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티맵택시가) 수수료를 보고 시작하는 사업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카카오택시 앱 시연.<사진=카카오택시 앱 캡쳐>

이 매니저에 따르면 현재 IT기업들이 택시앱에 뛰어드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택시앱 서비스를 통해 결제서비스나 쇼핑 같은 기존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 매니저는 “SK플래닛이 수많은 서비스 분야 중 콜택시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은 콜택시가 고객 불만이 많은 서비스 분야 중 하나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실생활의 불편함을 앱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고 더 나아가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를 위한 포석이다. 이 매니저 역시 “택시앱을 시작한 많은 업체들은 거의 O2O 사업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O2O 사업은 IT기업들이 오프라인 상점을 대상으로 인프라를 제공하고 중간에서 수수료 혹은 광고수익을 취하는 사업모델을 말한다. 이 매니저는 “SK플래닛의 경우 현재 ‘시럽’이란 모바일 지갑을 서비스하고 있다. 매장에서 물건을 둘러본 뒤 시럽을 통해 주문, 결제하는 시스템인데 티맵택시가 자리잡고 나면 이같은 O2O 서비스를 지원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필품 배달 서비스인 우버 코너 스토어 화면 모습 <자료=우버>

실제로 미국의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우버는 우버택시, 우버블랙, 우버엑스 등 카풀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위치기반 주문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현재 우버는 약국이나 편의점 등에서 생필품 구매를 대행해주는 ‘우버코너스토어’(Uber Corner Store)를 비롯해 자전거 택배 서비스인 ‘우버러시’(Uber RUSH), 예약시간에 맞춰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배달해주는 우버프레시(Uber FRESH)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결국은 대리운전 시장이 핵심이란 시각도 있다. KTB투자증권 최찬석 애널리스트는 “시장 점유율 경쟁과 콜택시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이익을 창출하지 못했던 중국의 최대 콜택시앱 디디콰이는 4월초 ‘e대리운전 사업부’를 만들고 핵심 수익 모델로 대리운전을 선택한 바 있다”며 대리운전 시장이 택시앱들의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그에 따르면 현재 국내 하루 대리운전 이용객은 47만여명으로, 수수료 시장규모는 연간 약 5000억원에 이른다. 콜택시보다 30배 이상 큰 규모다. 최 애널리스트는 “대리운전 한 건당 가격을 15000원, 하루 이용건수를 47만건으로 놓고 시장 점유율이 70%인 A업체가 1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고 가정하면 이들은 월간 147억원, 연간 180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