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질 수 없어 더 탐난다” 헝거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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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가질 수 없어 더 탐난다” 헝거마케팅 수요 있지만 공급 안해…샤오미·해태제과 대표 사례

기사입력2015-05-08 10:52

윤주희 기자 (jooheey15@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은 소비자들이 물건에 ‘배고픔’을 느끼도록 만드는 영업 전략이다. 원하는 물건이 없을 때 그 물건을 더욱 갖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다. 이 마케팅의 원리는 단순하다. 물건의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을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수요량이 100개인 상품을 80개 정도만 시장에 공급해 시장을 항상 배고픈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헝거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한 기업은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xiaomi)다. 본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업체였던 샤오미는 2011년 자체 운영체제인 미유아이(MIUI)를 기반으로 한 저가형 스마트폰 미(Mi)를 출시했다. 그러나 중국 후롄왕소비연구센터에 따르면, 당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노키아, 삼성,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상황이였다. 샤오미는 이같은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한 가지 제품만 소량생산해 오직 홈페이지에서만 판매하기로 했다.

샤오미의 스마트폰 모습 <자료=샤오미 홈페이지>

이는 대기업들의 생산방식을 따라가기 힘든 신생기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오히려 소비자들로부터 희소성 있는 제품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갖고 싶어도 못사는 제품’이란 수식어를 달게 됐고, 홈페이지에서 공식 판매를 시작하면 수초만에 준비된 물량이 동나게 됐다. 이런 바람을 타고 샤오미 스마트폰은 2011년 30만대 수준이던 판매량이 2014년 6112만대로 200배 이상 늘어났다. 이제 샤오미는 중국 시장을 넘어 삼성, 애플과 함께 세계시장 점유율 3위 안에 드는 글로벌 기업으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출시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대표적인 헝거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2014년 8월 출시된 허니버터칩은 기존 짠맛 위주의 감자칩 시장에 단맛으로 승부를 걸었다. SNS 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100일만에 103억원 매출을 달성했고,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진귀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러나 해태제과는 생산공정을 증설하지 않았다. 2011년 꼬꼬면 열풍처럼 반짝 인기로 끝날 것을 염려한 탓이다.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의 인기가 치솟자 500억원을 투자해 라면공장을 증설했지만 이후 판매량이 급락해 실패를 맛본 바 있다.

허니버터칩 모습 <자료=해태제과 홈페이지>

사연이야 어찌됐든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충동질했다. 특히 각종 SNS에 허니버터칩을 먹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허니버터칩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더욱 강해졌다. 이 과자는 생산된지 10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매장에 입고되는 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동이 나고 있다.

이처럼 헝거마케팅은 정해진 수량을 생산해 짧은 시간 내에 모두 팔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하고 재고 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더불어 마케팅에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도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나친 공급 부족은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회사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또 아예 소비자들의 구매의지 자체를 꺾어 버릴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