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시장 선점한 자 ‘핀테크’ 선두주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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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결제시장 선점한 자 ‘핀테크’ 선두주자 된다 핀테크 스타트업 (주)한국NFC 황승익 대표

기사입력2015-05-09 00:00

“모바일시장에서 결제는 중요한 관문입니다. 일종의 ‘문고리’라 할 수 있죠. 이 문고리를 쥐고 있으면 얻을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자체적인 결제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 소비자 구매 이력과 결제 습성 등 패턴을 파악하는 데 유리해집니다. 이 데이터를 통해 만들 수 있는 서비스도 무한대로 늘어나고요. 그래서 IT기업들이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IT업계의 결제시장 선점 경쟁에 대해 (주)한국NFC의 황승익 대표는 이렇게 진단했다. 이베이의 ‘페이팔’부터 애플의 ‘애플페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에 이어 삼성전자의 ‘삼성페이’까지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최근 동향을 보면 황 대표의 진단이 틀리지 않다. IT기업의 결제시스템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주)한국NFC 황승익 대표 ©중기이코노미

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4년 연간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13조8000억원으로 전년(6조5600억원) 대비 126% 상승했다. 이처럼 모바일쇼핑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국내 결제시스템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황 대표의 얘기다. 즉 해외 쇼핑몰은 신용카드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결제를 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은 유독 많은 고객 정보와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결제시스템들의 공통점은 처음에 복잡하고 두 번째부터 간편하다는 겁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 거래를 할 때마다 본인이 정당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려면 본인 확인을 위해 공인인증서나 휴대전화 인증 등을 거쳐야만 하는 겁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안전결제 앱도 따로 설치해야 한다. 이 안전결제 앱은 카드사별로 다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결제를 하려면 반드시 깔아야 하는 백신프로그램도 카드사별로 제각각이다. 모바일쇼핑을 한번 하고 나면 스마트폰이 누더기가 돼버린다는 것이 황승익 대표의 말이다.

교통카드 찍듯 스마트폰에 카드 대면 ‘결제 끝’

그래서 나온 것이 한국NFC의 ‘NFC 간편결제’다. 근거리무선통신인 NFC를 활용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며, 이 회사의 핵심기술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를 가져다 댄 뒤 카드 비밀번호 앞 두 자리만 입력하면 바로 결제가 이뤄진다. 카드번호나 CVC(카드인증코드)번호는 물론 깔아야 하는 프로그램도 전혀 없다. 처음 결제 화면을 본 사람들은 정말 이것만 하면 끝이냐며 의아할 정도다. 황 대표는 무엇보다 스마트폰에 카드정보를 저장하지 않아 만약 단말기를 분실하더라도 금융사고로부터 안전하다고 소개했다.

“NFC 간편결제는 교통카드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출퇴근할 때 아침저녁으로 교통카드를 찍듯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를 대기만 하면 됩니다. 정말 간편하죠”

NFC 간편결제 과정<자료=한국NFC>

황승익 대표는 세종텔레콤 출신의 IT맨으로 지난해 핀테크 기업인 한국NFC를 설립했다. 핀테크(Fin-tech)란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합한 신조어로 모바일·SNS·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황 대표는 NFC 간편결제로 지난 2013년 11월 국내 특허 등록을, 2014년 1월에는 국제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아직도 이 시스템은 상용화되지 못한 상태다. 금융당국의 지난한 인가 과정 때문이다. NFC 간편결제를 출시해도 되는지 답변을 듣는데 만도 수개월이 걸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에는 보안성심의제도가 있었다. 신규 전자금융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만 하는 제도다. 심의를 받기 위해서는 자본금 최소 10억원 이상의 전자금융업자여야만 한다. 한국NFC 같은 스타트업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금액이다. 결국 황 대표는 전자결제서비스 회사인 KG이니시스와 제휴를 맺고 그 회사의 이름으로 간신히 보안성 심의 접수를 할 수 있었다.

신용카드 거래 시에는 반드시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는 여신전문금융업법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NFC 간편결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비밀번호를 알아야 하므로 본인 확인 요건을 충족한다고 황 대표는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으로 해석을 미뤘고, 금감원은 금융위로 해당 사안을 되돌려 보냈다. 결국 금융위로부터 최종적으로 받은 답변은 “구두 상으로는 허락해 줄 수 있으나 서면으로 확인서를 써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얼마 후 우리 회사를 비롯해 스타트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날 저녁 곧장 금융위에서 NFC 간편결제를 해도 좋다는 서면 확인서가 도착했죠. 금융당국은 추후 책임소재 때문에 신규 결제서비스 허용을 꺼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서비스 출시를 위한 법적인 문제는 모두 해결한 상태다. NFC 간편결제는 올해 상반기 중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를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이 회사가 온라인쇼핑몰로부터 받게 될 결제 수수료는 0.3%다. 사업 원년인 올해 매출은 약 5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황 대표는 말했다.

“금융규제, 마을버스에 보안검색대 가져다 놓은 격”

지난 1년간 이같은 규제와의 전쟁을 벌여온 황 대표는 전자금융거래에서 본인 확인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요구하는 공인인증서도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현장 요구에 따라 금융위도 최근 공인인증서 사용의무 조항을 폐지한 바 있다.

“공인인증서는 공인인증기관이 발행한 인감증명서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거래 중요도와 관계없이 공인인증서를 요구해 왔습니다. 인터넷뱅킹으로 수천만원을 거래할 때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온라인쇼핑몰에서 물티슈를 살 때까지 공인인증서가 꼭 필요할까요? 본인 인증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모바일쇼핑 소액결제를 하는데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건 안전사고를 막겠다며 마을버스에 공항에 있는 보안검색대를 가져다 놓는 격입니다. 이용자 편의는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니 역직구 등 해외경쟁력도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고 있고요”

한국NFC의 기념품 지우개 ©중기이코노미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자금융거래법 9조 1항에 따르면 전자금융사고로 인해 이용자에게 손실이 발생할 경우 금융사가 책임을 지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 때문에 금융사들은 정부 권고안만 따르고 신규 결제시스템 구축과 보안대책 마련에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정부에서 권고하는 복잡한 결제수단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분명 금융사고가 나면 금융사가 책임을 지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음에도 소비자가 소송을 걸면 금융사들은 책임으로부터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금융사는 정부가 권장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사고가 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금융사에서 보안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정부 권고안만 지키면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는 보신주의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 금융사들은 정부가 정해준대로만 결제시스템을 구축하다 보니 해커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됩니다. 시스템별로 다양한 방식을 취해야 하는데 똑같은 방법을 쓰고 있으니 보안 수준이 낮은 건 당연한 일이죠. 지금 상황은 해커들에게 답안지를 알려주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은행 위기… 핀테크로 돌파구 찾아야”

최근 금융위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과 핀테크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황승익 대표 역시 핀테크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존 금융사가 아닌 IT기업들이 향후 핀테크 시장의 강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 2월24일 “인터넷 전문은행은 초기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 포털 등 IT기업들이 선점하기 쉬운 시장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골프선수가 모델로 등장하는 기존 은행보다 구글이나 네이버, 다음카카오 같은 기업을 훨씬 친숙하게 생각합니다. IT기업들이 젊은 사용자와의 접점이 무척 넓다는 겁니다. 이 젊은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기성세대가 됩니다. IT회사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한다면 이들을 미래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거죠”

황 대표는 금융사들이 IT회사의 금융시장 진출을 경계만 할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금융사들은 중소 핀테크 회사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들여 자사 서비스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한국 금융사들에도 귀감이 될 만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국내에도 핀테크 생태계가 구축돼 우리 회사 같은 스타트업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