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지휘 누가 하는가…파견과 도급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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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업무상 지휘 누가 하는가…파견과 도급 구별 대법…현대차, 도급계약 명목 하 파견법 위반·부당이익 취해

기사입력2015-05-12 00: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공인노무사

법원에서 불법파견 여부가 심리되기 위해서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용사업주(또는 도급인)와 파견사업주(또는 수급인) 그리고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 즉 3자관계의 실체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BIZart 4월호, ‘사내하청 고용 근로자의 사용자는 현대차’ 참조).

대법원(대법 2015.2.26 선고, 2010다1036)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에 대해 파견사업주로서(수급인)의 실체를 긍정했다. 이제 남은 쟁점은 이들 3자관계의 실질이 도급인가 아니면 근로자파견인가 하는 점이다.

현대차는 사내하청과의 법률관계가 도급계약에 따른 도급인과 수급인 관계일 뿐 사내하청이 고용한 근로자들과는 어떠한 법률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파견 또는 도급 여부, 계약 명칭·형식 아닌 근로관계 실질로 판단

그러나 법원은 “원고용주(사내하청)가 어느 근로자(사내하청이 고용한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현대차)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해 현대차와 사내하청 그리고 사내하청이 고용한 근로자 사이 3자관계의 실질은 근로자파견으로 판단했다.

외관으론 도급계약 그 실질은 근로자파견계약, 불법파견 사건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골격이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도급계약이라고 항변했던 이유와 그에 따른 실익은 무엇인지 보자.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르면 현대차(사진)는 도급계약이란 명목 하에서 파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제조업 생산 공정에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 ©중기이코노미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 대상은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른 32개의 업무로 한정된다. 또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의 경우 원칙적으로 근로자 파견이 제한된다. 아울러 파견기간도 최장 2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반면 민법상 도급의 경우 도급 대상 업무나 도급기간에 제한이 없다.

도급과 달리 파견은 대상 업무 그리고 기간 등에 제한

도급과 달리 근로자파견은 대상 업무 그리고 기간 등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사업주가 파견법상의 규율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도급계약인 것처럼 위장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 실제 도급으로 운영하려 했으나, 운영과정에서 근로자파견처럼 운영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현대차의 의도가 전자였는지 또는 후자였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르면 현대차는 도급계약이란 명목 하에서 파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제조업 생산 공정에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 무엇보다 근로자파견을 도급으로 위장함으로써 얻게 되는 사용자의 가장 큰 실익은 도급계약(실질은 근로자파견계약) 해지란 명목으로 수급인(실질은 파견사업주)이 고용한 근로자(실질은 파견근로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노동관계법상 사용자의 의무 즉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외면하고 근로자를 사용하는 권리만 누리겠다는 것이다.

근로자파견과 도급은 어떻게 다른가? 근로자파견과 도급의 구별에 있어서의 핵심은 업무상 지휘·명령권을 누가 행사하는가에 달려 있다.

근로자파견은 사용사업주가 직접 그 사업을 수행하면서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를 파견 받아 해당 업무에 투입하고, 그 노동력을 제공받는 것이다.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에게 업무상 지휘·명령권을 행사하고, 파견사업주에게 근로자파견의 대가로 보수를 지급한다.

반면 도급은 수급인이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 근로자를 고용해 위탁받은 업무에 투입하고, 업무상 지휘·명령권을 행사해 위탁받은 업무의 결과물을 도급인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도급인은 결과물에 대한 대가로 수급인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수급인은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도급의 경우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결과물만을 요구할 수 있을 뿐, 수급인이 고용하고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업무상의 지휘·명령권을 행사할 수 없다.

형식이 도급이라도 그 실질이 파견이라면 파견법 규율 대상

현대차는 사내하청과 도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기 위해서는 현대차는 사내하청 소속 근로자에게 업무상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지 않았어야 한다. 이와 달리 현대차가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하여 업무상의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면 그 계약의 명칭·형식 등이 도급계약으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의 운영이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지휘·명령하는 것과 같은 것이 되어 파견법의 규율을 받게 된다.

현대차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업무상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는지 법원의 판결문을 통해서 보자.

법원은 현대차가 업무상 지휘·명령권을 행사한 사례로서 “▲피고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일반적인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을 가지고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수행할 작업량과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속도, 작업장소, 작업시간 등을 결정한 점 ▲피고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직접 지휘하거나 사내협력업체 소속 현장관리인 등을 통해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했는데, 사내협력업체의 현장관리인 등이 소속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거나 그러한 지휘·명령이 피고에 의해 통제된 것에 불과한 점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피고 소속 근로자와 같은 조에 배치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점 ▲피고는 소속 근로자의 결원이 발생하는 경우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로 하여금 그 결원을 대체하게 하기도 한 점 ▲피고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휴게시간 부여, 연장 및 야간근로, 교대제 운영 등을 결정하고 사내협력업체를 통해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근태상황 등을 파악하는 등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관리해 온 점 ▲사내협력업체가 도급받은 업무 중 일부는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동일해 명확히 구분되지 아니하는 점 ▲사내협력업체의 고유하고 특유한 업무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피고의 필요에 따라 사내협력업체의 업무가 구체적으로 결정된 점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담당 업무는 피고가 미리 작성해 교부한 각종 조립작업지시표 등에 의해 동일한 작업을 단순 반복하는 것으로서 사내협력업체의 전문적인 기술이나 근로자의 숙련도가 요구되지 않고 사내협력업체의 고유 기술이나 자본이 투입된 바 없는 점” 등을 제시했다.

대법원이 제시한 업무상 지휘·명령권 사례 및 징표 등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법무부·검찰이 함께 마련한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2007.4.19.)’에 따르면 업무상 지휘·명령권 판단의 징표로서 아래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에 따른 업무상 지휘·명령권 판단 징표

① 작업배치·변경 결정권=사용사업주 등이 파견근로자 등의 작업 배치·변경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사용사업주 등의 지휘·명령관계 인정의 주요 징표가 된다. 작업계획서, 인력배치 계획서, 관련 회의자료, 기타 작업배치 관련 서류 및 관행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② 업무지시·감독권=사용사업주 등이 파견근로자 등에 대하여 직접적·구체적으로 업무 수행 방법, 수행 속도, 근로의 장소 및 시간 등을 지시하고 감독하는 경우는 사용사업주 등의 지휘·명령권 인정의 주요 징표가 된다. 일일 작업지시서, 안전교육 일지, 조회 개최 여부, 업무관련 지시 전달 방법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③ 휴가·병가 등의 근태관리권 및 징계권=사용사업주 등이 파견근로자 등의 전반적인 근태를 관리하고, 징계를 결정하고 있는 경우 사용사업주 등의 지휘·명령관계 인정의 주요 징표가 된다. 휴가, 결근, 조퇴, 외출, 지각원, 출근부, 기타 징계관련 서류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④ 업무수행에 대한 평가권=파견근로자 등의 업무 수행 결과에 대한 사용사업주 등의 개별·구체적 평가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사실상 직접적인 지휘·명령권 행사에 해당한다. 업무수행 및 실적에 대한 평가서, 파견사업주 등의 직원이 현장에서 감독·평가하는지 여부, 잘못된 업무수행이 발견될 경우에 있어서의 조치 관행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⑤ 연장·휴일·야간근로 등의 근로시간 결정권=사용사업주 등이 파견근로자 등의 연장·휴일·야간근로 등의 근로시간 결정권을 직접 행사하는 경우 양자간 지휘·명령관계 인정의 징표로 활용될 수 있다. 연·월차 유급휴가 사용내역, 일일 근무현황, 기타 근로시간 관련 서류 등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