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 수출 치우쳐 “직접투자-기술이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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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완제품 수출 치우쳐 “직접투자-기술이전 필요” 이란 진출 국가 많아 차별화하려면 현지에 맞는 ‘적정기술’ 공유해야

기사입력2016-04-26 00:00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경제제재 해제로 주목받고 있는 이란은 완제품 수출대신 직접투자와 기술공유를 통해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란은 2021년 3월까지 ‘제6차 개발계획’을 통해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고, 원유생산 중심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완제품 수출에 치우쳐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한국무역협회와 법무법인 태평양이 최근 주최한 ‘이란시장 진출전략 세미나’에서 코오롱글로벌(주) 상사사업부문 정영훈 전무는 “과거와 같이 완제품이나 소비재를 판매하기 보다는 이란기업에 직접투자하거나, 중간재와 기자재를 공급해 이란의 산업화와 고용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을 이란이 진정으로 원한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유럽기업들은 경제제재 기간에도 원재료 수입국을 변화시키는 방법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란에서 현지생산을 해왔지만, 한국은 완제품을 팔려는 노력만 하고 현지에 대한 직접투자나 법인 설립이 없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전무는 지난해 10월 이란 고위인사와 만나 들은 얘기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이란의 고위인사는 “현재 이란에 진출하려는 나라가 많다. 물건만 팔려는 한국은 밀릴 수밖에 없다”며 “최종가공이나 포장만이라도 이란 현지에서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투자를 통해 40%까지 치솟은 실업률과 50%를 밑도는 제조업가동률을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특히 중국의 경우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키고 신실크로드 개발에 앞서, 이란을 유럽진출의 교두보로 정해 무차별 자금공세를 퍼붓고 있다. 지난 1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란을 방문해 정부차원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중국을 이란의 ▲발전 추동자 ▲공업화 추진자 ▲민심 협력동반자로 관계를 설정하고 미국과 차별화했다. 에너지·산업·금융·투자 등 17개 산업분야 협력에 합의하고, 2014년을 기준으로 520억달러였던 교역 규모를 10년 내 6000억달러로 11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또 중동 평화를 위해서는 공업화가 시급하다며 총 55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와 법무법인 태평양이 주최한 ‘이란 시장 진출전략 세미나’ ©중기이코노미

정 전무는 한국기업의 경우 특히 기술이전 또는 기술수출을 전제로 한 생산공장, 직접투자, 현지기업과의 조인트벤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트라가 지난해 7월 이란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기업이 이란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협력투자 및 기술이전’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응답이 35%로 가장 높았다. 또 바이어가 한국 제품을 선택한 이유에도 ‘품질’, ‘적극적인 마케팅’ 등과 함께 ‘기술이전 의지’가 포함됐다. 한국기업이 이란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적극적인 기술이전이 다른 나라와의 차별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지 않는 설비기기나 생산기술 그리고 전문인력 등을 현물출자하고 이란 파트너가 사업 인허가, 공장부지, 운영자금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 단독진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라는 게 정 전무의 주장이다.

기술이전과 관련 유출을 걱정하는 기업 관계자에게 정 전무는 “이란이 바라는 것은 고급기술이나 첨단기술이 아니다. 이란의 상황과 발전모델에 적합한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며 “주변의 원료를 가져와서 가공하는 정도의 기술공유를 원하기 때문에 기업의 노하우나 핵심기술 유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 전무는 이란시장 진출에 유망한 품목 및 산업으로 ▲대기·수질오염과 관련한 환경제품 ▲병원경영 노하우와 전산화 등을 포함한 의료서비스 ▲전시컨벤션 사업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