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걷는 맛 ‘느림-고요-은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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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가족여행 지리산 둘레길 걷는 맛 ‘느림-고요-은은함’ 유철상의 가족여행 ㊺남원 실상사 가는길

기사입력2016-06-04 00:00

유철상 객원 기자 (poetry77@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지리산 나무 테크길과 소나무숲<사진=상상출판>

뱀사골계곡<사진=상상출판>

걷기여행은 수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제주올레길이나 지리산둘레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힘들지만 행복했다”는 말이다. 이동수단이 발달하면서 여행의 형태가 다양해 졌지만, 걷기여행은 기존의 여행문화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지리산둘레길에서 만나 사람들은 대화와 소통이 가능한 ‘느리게 걷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고백한다.

2007년 제주올레와 지리산둘레길이 열릴 때만 해도 걷기여행이 지금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누가 걷기위해 지리산까지 찾아오겠어?’하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사람들은 지리산 길을 걸으며 은밀한 지리산의 속살에 환호했고, 지리산 산마을에서 하룻밤 묵으며 희열을 느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 정겨운 마을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걷는 맛에 빠져든 것이다.

실상사 석장승<사진=상상출판>

정령치를 넘어 실상사로 가는 지리산둘레길 구간은 걷기 좋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먼저 실상사로 가는 길은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리산의 험한 코스를 걷는 것은 아니지만, 굽이굽이 이어지는 지리산자락을 걷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자나 트레킹화, 손수건 같은 준비물도 필수다.

신라 흥덕왕 3년(828)에 증각대사가 창건했다는 지리산 실상사는 산내면 입석리에 위치한 평지가람이다. 백장암, 약수암, 서진암 등의 암자를 거느리고 있으며 국보 1점과 보물 11점을 보유하고 있다.

천왕문을 들어서서 마주 보는 전각은 실상사의 큰 법당인 보광전이다. 그 앞에는 두 기의 삼층석탑(보물 제37호)과 장중하면서도 아름다운 석등(보물 제35호) 하나가 서 있다. 보광전 동편에는 약사전, 서편에는 극락전이 자리를 잡고 있다. 보광전은 지리산 천왕봉 능선을 마주 대하고 있어 웅대한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전통적으로 실상사에 항상 붙어 다니는 관용구는 ‘구산선문 최초가람’이라는 말이다. 선이란 불교 수행자들이 구도의 길로 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수행의 관문이다. 바로 이러한 선의 가르침이 이 땅에 처음으로 뿌리내린 곳이 바로 지리산 실상사라고 한다.

또한 현재의 실상사를 표현하는 가장 보편적인 말은 역시 ‘생명, 평화, 생태, 환경’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한여름 꽃대를 밀어올린 실상사 연못을 벗삼아 템플스테이를 체험해도 좋다.

실상사 전경<사진=상상출판>

사천왕상<사진=상상출판>

실상사에서 지척에 있는 인월장터도 지리산 흑돼지로 유명하다. 시골장터를 기웃거리는 재미도 쏠쏠하고, 흑돼지구이나 토박이 순대국 등 장터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다. 인월면과 남원시내 중간의 운봉읍 화수리 비전마을, 동편제의 탯자리로 가면 판소리의 가왕 송흥록과 국창 박초월이 살았던 생가를 답사할 수 있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판소리를 들으면서 초가를 얹은 집 두 채와 송흥록이 소리를 하는 동상 등을 관람할 수 있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Travel Guide

가는 길=호남고속도로 전주IC - 17번 국도 - 남원 - 남원대교 건너 좌회전 - 19번 국도 - 범실마을 - 730번 지방도로로 7.5km -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앞 주차장 일명 육모정(구룡계곡 제2곡인 용소) - 300m 지점의 삼곡교 - 3.1km 정도 걸으면 구룡폭포 - 300m 걸으면 구룡폭포 주차장. 정령치 넘으면 실상사 입구.

볼거리=광한루 춘향 테마공원에서 다리를 건너면 남원의 명소 광한루가 나온다. 광한루는 원래 조선 세종때인 1419년 황희 정승이 건립하고 광통루라 불렀지만, 1444년 관찰사 정인지가 그 아름다운 경치에 취하여 이곳을 월궁 속에 있는 광한청허부와 같다 하여 광한루라 이름을 붙였다. 소설 ‘춘향전’에서 이도령과 춘향이 인연을 맺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광한루원(사적 제303호)에는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담긴 오작교를 비롯해, 광한루를 중심으로 춘향사당 춘향관, 월매집, 완월정, 영주각, 삼신산 등의 여러 정자와 누각들이 자리 잡고 있다. 매월당 김시습의 한문 단편소설 ‘만복사저포기’도 남원이 배경이다. 춘향전과 달리 ‘만복사저포기’는 남자의 절개를 말하고 있는데, 고려 초기 거찰이던 만복사 터에는 현재 석인상 같은 보물급 문화재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