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길 너머 풋풋한 초록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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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가족여행 아름다운 길 너머 풋풋한 초록 세상 유철상의 가족여행 ②공주 마곡사 신록 여행

기사입력2014-03-28 10:45

유철상 객원 기자 (poetry77@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마곡사는 아담한 고찰로 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한 이래 충청도의 가장 대표적인 사찰로 이름을 떨쳤다. ©상상출판

인연이라는 말은 묘한 기대를 갖게 한다. 세상을 살아가며 다양한 인연을 맺고 그 인연으로 해서 여러 갈래 인생길이 펼쳐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마곡사를 찾아가는 일이 그렇다.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타고 정안IC로 빠져나오면 마곡사를 알리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고속도로에서 마곡사까지 자동차로 15분 남짓 거리지만 이정표를 따라가도 도대체 이런 시골에 대찰이 있을까 싶은 생각만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막상 마곡사를 알리는 사하촌(寺下村)이 시작되고 매표소를 통과하면 우문이 한꺼번에 풀린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키가 제법 높은 아름드리나무들이 숲터널을 이루며 청정지역의 속내를 조금씩 열어 보인다.

마곡사를 알리는 사하촌(寺下村)이 시작되고 매표소를 통과하면 키가 제법 높은 아름드리나무들이 숲터널을 이루며 청정지역의 속내를 조금씩 열어 보인다. ©상상출판

태화천 극락교 ©상상출판

마곡사는 아담한 고찰이다. 화려하거나 거대함이 없어 편안하다. 주차장에서 절까지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 아름답고 운치 있다. 절이 산중에 있다기보다는 계곡 속에 있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계곡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곡사를 끼고 도는 계곡은 태화천이라 부르는데, 마곡사 앞에서 태극모양으로 휘돌아 나가는 물길 양쪽으로 절집이 있다. 한쪽은 기도와 수행의 공간으로 소담하고 한쪽은 기도의 도장으로 웅장하다. 다른 절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옆에 절을 두고서도 한참이나 계곡을 올라가야 해탈문과 천왕문에 닿는다. 이곳의 해탈문은 계곡 옆 주차장에 홀로 서 있다. 멀리 대웅전이 보이고 그 앞으로 작은 부도밭과 주변에 단풍나무가 서 있을 뿐 꾸밈없이 소박하다. 해탈교 왼쪽 소담스런 담장 너머로 여러 채의 건물이 있는데 영산전과 홍성루, 매회당, 수선사 등의 선방이다.

배흘림의 주심포 건물로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 영산전이다. 고색창연한 나뭇결과 낡은 단청이 인상적인 단아한 전각이다. ©상상출판

그중에서 꼭 보아야 할 것은 영산전. 배흘림의 주심포 건물로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고색창연한 나뭇결과 낡은 단청이 인상적인 단아한 전각이다. 영산전을 둘러보고 천왕문을 통과하면 계곡 위에 극락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면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광보전이 나온다. 마곡사 대광보전의 외관은 단순하면서도 웅장한 것이 특징이다. 대광보전 위에 대웅보전이 있다. 대웅보전 툇마루에서 바라보는 절집 풍경이 은은하면서도 편안하게 느껴진다.

대광보전 위에 대웅보전이 있다. 대웅보전 툇마루에서 바라보는 절집 풍경이 은은하면서도 편안하게 느껴진다. ©상상출판

마곡사는 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한 이래 충청도의 가장 대표적인 사찰로 이름을 떨쳤다. 고려의 문장가 이규보는 그의 저서 ‘동국이상국집’에서 마곡사를 당시 가장 부유한 사찰이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도 세조가 직접 행차해 ‘영산전’의 친필편액을 내렸을 정도로 충청도 전체 사찰을 관장하는 중심 사찰이었던 것이다.

마곡사는 무수한 절집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명당 이야기를 해야 할 것같다. ‘택리지’나 ‘정감록’에 언급된 십승지지 가운데 한 곳이 바로 마곡사다. 전쟁의 참화가 비껴간다는 십승지지 중 한 곳으로 거론되는 것은 마곡사가 품고 있는 계곡과 산이 절집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마곡사는 한때 김구 선생이 은신했던 곳이다. 김구 선생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후 일본군 특무장교를 처단하고 마곡사 백련암(사진)에서 실제로 3년 동안 스님 생활을 했다. 지금도 백련암에 가면 김구 선생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다. 해방이 되자 김구 선생은 마곡사를 다시 찾아가 은신했던 때를 생각하며 마곡사 마당에 향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았다. ©상상출판

예나 지금이나 ‘오지’ 임에는 틀림없다. 한때는 김구 선생이 은신했던 곳이라고 한다. 김구 선생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후 일본군 특무장교를 처단하고 마곡사 백련암에서 실제로 3년 동안 스님 생활을 했다. 백련암은 마곡사에서 2km 남짓 소나무 숲길을 따라가면 태화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마곡사를 품고 있는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고, 요사채 옆에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땅속에서 나오는 약수가 유명하다. 절집은 거대하거나 웅장하지 않지만 마음을 다독이고 큰 생각을 품게 하는 편안한 공간이다.

지금도 백련암에 가면 김구 선생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다. 해방이 되자 김구 선생은 마곡사를 다시 찾아가 은신했던 때를 생각하며 마곡사 마당에 향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았는데, 탑 앞에 윤기를 품은 향나무가 자라고 있다. 보물찾기를 하듯 향나무를 찾아 보는 것도 좋다. 계곡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신록 산책도 즐겨보자.[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공주 마곡사 신록여행

Infomation

주소=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567

전화번호=대표 041-841-6220~3, 산행상담 041-841-6230, 템플스테이 041-841-6227

웹사이트=www.magoksa.or.kr

2인 비용(당일 기준)=교통비 7만원, 식비 2만원, 여비 3만원

Course Guide

당일 천안논산간고속도로 정안IC - 마곡사 주차장 - 마곡사 계곡길 - 마곡사 - 신록 산책 - 백련암 - 태화천 - 마곡사 주차장 - 정안IC

Travel Guide

가는 길=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천안논산간고속도로 장안IC로 빠져나와 604번 지방도로를 따라 15분쯤 달리면 왼쪽으로 마곡사 이정표가 나온다. 마곡사 시설지구에 주차를 하고 10분쯤 계곡길을 따라 걸어가면 마곡사가 나온다.

맛집=마곡사 입구의 사하촌과 장승공원 옆에 향토음식점들이 많다. 청정지역 태화산에서 나는 버섯 요리와 산채 요리가 유명하다. 이중에서도 차령산맥(041-841-2507)은 산채 요리로 입소문이 난 맛집. 태화산과 공주 청정지역에서 채취한 버섯과 산나물, 더덕 등 밑반찬이 20여 가지 정도 나오는 산채정식이 인기메뉴. 식당이 신축 건물이어서 깨끗하고 친절한 서비스도 일품. 산채정식 1만원, 산골밥상 8000원.

잠자리=마곡사 입구에 깨끗한 모텔과 민박집이 몰려 있다. 마곡산장(041-841-5414)은 마곡사 매표소 입구에 있어 찾기 쉽고 최근에 리모델링해 깨끗하다. 마곡사 입구에서 숙소를 정하지 못했다면 마곡유황온천(041-841-6202)에서 숙박하고 온천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Travel Tip

마곡사 장승고을=1999년부터 조성된 마곡사 장승고을(041-841-6933)에는 2300여 점의 장승이 전시돼있다. 전국의 장승조각가 300여 명이 조각한 장승이다. 이곳 장승고을은 전통 장승 형태와 다른 현대화한 장승이 많은 게 특징이다. 이곳을 대표하는 장승으로는 안동 하회탈 장승, 남원 이도령 장승, 논개 여장군, 남북통일 대장군, 역대 대통령 장승, 12지신 장승 등이 손꼽힌다. 또 다양한 형태의 남근장승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넓은 공원처럼 휴식공간이 조성돼 있고 주변에 토속 음식점이 많아 식사 시간을 이용해 둘러보면 안성맞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