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법제화, 통상마찰 없고 경제민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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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적합업종 적합업종 법제화, 통상마찰 없고 경제민주화다 외투제한·미개방 업종은 무관하고 “외국기업 차별도 아니다”

기사입력2016-10-06 11:11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김치, 도시락, 두부, 공기조화장치, 절연전선 등 67개 업종은 지난 2014년 적합업종 재합의 이후 3년이 되는 2017년부터 적합업종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적합업종을 법제화해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지만, 정부 특히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적합업종 법제화를 위해 19대 때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며 “통상마찰 등을 문제점으로 제기하지만, 적합업종을 법제화하고 진입제한 조치를 취해도 미차별 합리적 조치로 인정 가능하다는 것이 여러 보고서를 통해 나왔다. 그럼에도 가장 앞장서야 할 중기청의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두부 등 67개 업종이 내년부터 적합업종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이에따라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적합업종 제도 소관을 현행 동반위에서 중기청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해 적합업종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자료=비자트>

적합업종 법제화 찬반 양론 모두 헌법에 근거

적합업종 법제화 반대론자의 주장은 헌법에서 출발하고 있다. 제119조 제1항에 따라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에 따라 현재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사업에 대기업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헌법 제11조 평등의 원칙도 내세운다. 즉 적합업종에 대한 대기업 참여 제한은 대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명시한 제15조도 원용한다. 대기업 참여를 막는 것은 직업선택 및 영업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주장이다. 이밖에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제10조)가 있기에 대기업은 적합업종 사업에 참여해 이윤을 추구할 수 있고, 소비자 역시 자기결정권에 따라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합업종 법제화 찬성론자들은 헌법상 권리가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국가에 의한 시장 관여, 자유로운 자기결정권에 대한 일정한 제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반대론자들의 원용한 헌법 제119조 제1항에 이은 제2항으로서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이다. 이에 따르면 국가는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또 경제민주화 조항은 헌법 제123조 제3항과 연결해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123조 제3항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 즉 대기업으로 인해 시장과 경제주체간의 조화가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중소기업을 육성·보호하고, 그 방편으로 적합업종을 법제화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 특히 중소기업 대부분이 대기업의 수직 원하청 구조로 엮여져 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한 보호가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헌법 제11조도 마찬가지다. ‘평등의 원칙’은 절대적 평등이 아닌 상대적 평등이기에 적합업종 법제화는 전혀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헌법의 평등의 원칙은 자의적 차별만을 금지하며 합리적 차별은 금지하고 있지 않다”고 전제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자금력, 기술수준, 경영능력 등에 있어 차이가 커 양자를 다르게 취급해도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으며, 헌법 제123조 제3항에 따라 국가의 책무를 고려한 합리적 차별”이라고 말했다.

영업의 자유 침해와 소비자 자기결정권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법제화 찬성론자의 주장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기업 제품이 시장을 점령하면 중소기업 제품은 설 곳을 잃으며 소비자 또한 그만큼 다양한 제품을 선택할 기회를 잃는다. 대기업의 독점 또는 과점으로 인해 공정한 시장질서가 파괴되고 경제주체간 조화가 깨지는 것은 공공복리에 해가 되는 요소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는 공공복리라는 차원에서 대기업과 비교해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차별적인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실 박기영 비서관은 이에대해 “자유경제질서, 직업선택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돼 있다면 경제민주화도 헌법에 명시돼 있다”며 “적합업종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은 쟁점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그는 “소비자 결정권 제약이란 입장도 반대로 생각하면, 대규모 자본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사실상 대기업이 독점 생산하는 휴대폰과 자동차의 경우 소비자선택권이 아예 없다”며 따라서 “삼성과 현대 이외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자본과 기술력을 지원해서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료=김경수의원실> ©중기이코노미

적합업종 법제화, 통상협정과 충돌하지 않는다

적합업종 지정제도가 통상마찰 여지가 있기 때문에 법제화를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전경련이 2014년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법제화와 국제규범간 상충 여부 검토’ 보고서를 보면, 한-미 FTA는 해당국이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질서는 국가안전과 사회질서 유지 등으로 제한하고, 적합업종제도는 공공질서 유지에 필요한 수단이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적합업종제도를 시행하면 정부규제로 자산가치 하락 등 재산권 침해가 발생하는 ‘간접수용’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자산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본 미국 투자자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손실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양국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한-EU FTA와도 상충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EU FTA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시장접근 보장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 개방을 전제로 한 분야는 제한사항을 명시하지 않는 한 해당 당사국은 시장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5년 국회입법조사처는 적합업종 법제화가 통상협정과 충돌하지 않는 경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 ‘통상협정과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지정’이란 보고서를 발표, 이에대한 우려를 해소했다.

첫째, 국내법에 따라 외국인투자가 제한되거나 통상협정에서 개방하지 않은 업종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 제4조 제3항과 동법 시행령 제5조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외국인투자 및 기술도입에 관한 규정’ 별표 1에 명시된 60개 업종은 외국인투자가 금지돼 있다. 또 별표 2의 31개 업종은 외국인 투자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만 일정 제한이 있다. 이와 함께 1994년 WTO GATS 체결시 서비스업 155개 하위분야 중 77개, 한-EU FTA에서 42개 업종, 그리고 한·미 FTA에서 24개 업종은 개방되지 않았다. 따라서 외국인투자촉진법에서 금지·제한한 업종과 통상협정에서 개방하지 않은 업종들은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둘째, 개방한 업종이라도 현행과 같이 당사자 간 협의와 그 이행 사항들이 권고조치라면 통상규범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다. 또 시장접근 제한에 대해 그 제한을 전국단위가 아닌 업종과 지역을 묶어 골목상권이라는 ‘Zoning’ 개념으로 묶는다면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 FTA와 WTO GATS는 당사국의 정책적 목적을 위해 서비스 공급을 규제하고 서비스 공급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실 박기영 비서관은 “적합업종이 아니더라도 론스타의 경우처럼 통상마찰은 언제든,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외국기업 차별이라면 통상마찰이 생기겠지만, 적합업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구분한다. 따라서 외국기업만을 차별하는 것도 아니며, 통상마찰이 생긴다는 말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통상마찰을 부풀린 감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국회> ©중기이코노미

우원식 의원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

적합업종 법제화는 19대 국회에서 이미 한차례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이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우원식 의원이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해 적합업종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목적은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이 영위하기에 적합한 업종을 지정해 보호함으로써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의 경영안정을 도모해 경제의 민주화를 이룩하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함’이다.

발의안은 적합업종 제도 소관을 현행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기청으로 변경했다. 중기청장은 5년마다 관계 중앙행정기관장과 협의 후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 보호·육성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중기청장은 또 ▲중소기업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산업구조의 개선을 촉진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업 분야 ▲중소상인이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영세상인을 보호하고 유통산업의 균형있는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업 분야를 적합업종으로 지정·고시해야 한다.

발의안은 또 대기업의 적합업종 사업인수·개시·확장 금지를 법에 명문화했고, 중기청장의 승인없이 사업인수·개시·확장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중기청장은 적합업종 사업이양을 권고할 수 있으며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이행명령을 할 수 있고, 이행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사업이양을 한 대기업에 금융 및 세제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아 대기업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