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풍기 팬·토스트 전자기기 중동GCC 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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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환풍기 팬·토스트 전자기기 중동GCC 받으려면 “제조공장 ISO9001 없으면 인증 오래 걸려”…중동수출 G마크 필요

기사입력2016-10-18 16:53

# 2014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는 환경보호를 이유로 WTO(세계무역기구)에 통보하지 않고, 수입하는 냉장고·에어컨 등 가전제품에 R-22, R-123 냉매사용을 금지시키고자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1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가전제품을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출하고 있었다. WTO에 통보되지 않아 사전 대응시간이 부족한데다, 기존냉매(R-22, R-123)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개발에 최소 1년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우리나라 TBT(무역기술장벽) 중앙사무국은 공식서한을 보냈으며, WTO TBT위원회에서 진행된 양자회의를 통해 규제시행일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들었고, 이를 통해 유예기간을 얻었다.

# 지난해 9월 우리나라 TBT 중앙사무국은 아랍에미리트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제품에 대한 에너지효율 라벨을 개정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기술적으로 개정된 내용이 아니라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에너지효율 라벨에 아랍에미리트 표준측량청(ESMA)에서 승인받은 고유일련번호를 기재해야 하는 요건이 추가돼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유일련번호는 제조사가 아닌 아랍에미리트 당국이 관리·부여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이처럼 표준, 기술규정, 인증과 같은 비관세장벽이 강화되고 있다. WTO에 따르면 1995년 389건이었던 무역기술장벽(TBT)은 지난해 1989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강제인증’을 취득해야 해당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데, 중남미나 중동 등 신흥시장의 경우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우리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제인증은 제품이 안전한지, 환경을 저해하지는 않는지, 국가안보를 해치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해 이를 만족시키는 제품만 유통시키는 제도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이 이를 실시하고 있다.

중동시장의 경우 GCC인증을 받아 G마크를 부착해야 한다. GCC인증은 중동지역 7개 국가(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예멘, 오만 등)에 수출할 때 필요한 강제 통합인증을 말한다. 걸프지역표준화기구(GSO)가 운영한다. 중동지역에서 정해놓은 규제품목을 해당국가에 수출할 때 반드시 GCC인증을 받아 G마크(Gulf Conformity Mark)를 부착해야 한다. 장난감, 저전압기기(LVEE), 자동차 타이어가 이에 해당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특히 올해 7월부터 저전압 전기제품에 대한 규제가 생겼다. 저전압기기 규정은 전기기기를 설치·사용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자산과 사용자(사람 또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걸프지역 국가들에 수출하는 정격전압범위(교류 50V~1000V, 직류 75~1500V)에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전기장치 및 전기기기는 G마크를 받아야 한다. 가정용 전기환풍기, 냉장고·냉동고, 의류건조기 및 세탁기, 믹서, 토스터, 전열 헤어기 및 드라이기 등 거의 모든 가정용 전자제품이 포함된다. 가정용 가전이 아닌 ▲폭발환경에서 사용되는 전기장치 ▲방사선 및 의료목적의 전기장치 ▲사람과 물건을 운반하는 엘리베이터의 전기부품 ▲전기측정장치 등의 품목은 제외된다.

제조업자가 GCC규제사항과 기술규정에 따른 적합성 평가를 실시해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서를 받으면 그 후 G마크를 붙일 수 있다. 진행 절차는 각 제품 카테고리에 따라 크게 8가지(ModuleA~H) 방식이 있다. 품목에 따라 구분하는데 ‘list1’에 해당하는 제품의 경우 Module A를, ‘list2’에 해당하는 제품은 Module B와 D를 함께 적용한다. GCC인증에서는 아직 list2 이외에 확정된 품목이 없어 중동으로 수출가능한 전자제품 대다수가 Module B와 D를 결합해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 적합성 인정에 대한 정보는 모두 아랍어 또는 영어로 표기해야 한다. 단 매뉴얼, 설명, ID라벨(표시사항:제조자, 정격 등을 표시하는 라벨)은 반드시 아랍어로 표기해야 한다.

Module A(내부생산관리)는 일반적인 적합성 선언(DoC)이라고 보면 된다. GCC인증을 받으려는 제품의 설계, 제조, 조작이 걸프기술규정 요구사항을 충족하는지 서류 등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이다. 설계, 제조 도면, 구성 부품 분류표, 관리에 필요한 기술과 설명 등을 확인한다. 제조업자가 평가를 직접해도 되고 대리인이 수행해도 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Module B(형식 검사)는 제품설계가 적합성 심사 증명서에 기술된 형식에 합치하고 관련 걸프기술규정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을 제3자가 확인·선언하는 것(CoC)이다. 기술문서와 제품 샘플을 인증기관에 제출하면 해당기관에서 적합성을 평가한다. 다른 기관에서 인증받은 문서가 있다면 이를 제출해도 인정한다. ‘safety report’나 ‘전자파적합인증(EMC)’이 대표적이다. 인증이 없는 경우 온도상승시험, 충격시험, 절연시험 등을 시행한다.

Module D(제조품질보증)는 제조자의 생산시스템·제품시험·검사 등이 품질규정에 만족하는지 제3자 인증기관이 평가·인증하는 과정이다. 제조자가 제품의 모든 관련 정보, 품질시스템 관련 문서 등을 신청서와 함께 제출한다. 제조자가 채택하고 있는 모든 요소, 요구사항, 필요사항을 절차·설명서 형식으로 체계적·순서적으로 문서화해야 하며, 품질시스템 문서는 품질 프로그램, 도면, 매뉴얼, 기록에 대해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ISO9001로 대신할 수 있다.

적합성 평가를 통해 GCC인증을 받는데 180만원의 비용이 든다. 평가를 통과한 제품에 G마크와 기관번호, QR코드를 표기하면 된다. 마크는 특별한 요구사항이 없으면 직경이 5mm이상이어야 하고, 사이즈를 줄이거나 늘리는 경우에도 기술규정이 제시하는 비율을 지켜야 한다. 잘 보이는데 쉽게 제거할 수 없도록 부착해야 한다. 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제조자나 대리인은 제품 시판일로부터 최소 10년동안 기술 문서와 적합성 선언서의 사본을 보관해야 한다.

G마크를 부착한 제품은 GCC국가에서 요구하는 기술규격 및 안전 요구사항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이 마크를 부착한 제품은 걸프지역내에서 자유롭게 통용될 수 있다. 다만 국가별로 허용하는 전압이나 주파수 대역, 플러그 소켓이 달라 같은 중동이라 하더라도 진출하고자하는 국가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과거에는 현지 에이전시나 현지인을 통해서만 인증을 신청할 수 있어 처리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등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3월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이 국내 최초로 GSO로부터 인증기관으로 지정받아 수월하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아랍어 번역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으나, 서류 제출시 틀린 부분을 지적해 주는 정도의 서비스는 받을 수 있다. 모든 서류가 완벽하게 준비됐다면 일주일 정도의 기간을 거쳐 바로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조희래 연구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중소기업이 많이 문의하는 환풍기 팬이나 토스트 등의 전자기기의 경우 GCC인증을 받으려면 제조공장에 ISO9001 인증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갖추지 않아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사례가 많다”며 “GCC인증에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사전에 확인하고 꼼꼼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