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는 대기업이 즐기고 계산서는 매번 국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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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파티는 대기업이 즐기고 계산서는 매번 국민 몫 금리인상·인하 모두 국민 피해…임금 올리고 빚 줄이는 게 유일한 탈출구

기사입력2016-12-18 09:09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파티는 끝났다’라는 우려가 넘쳐난다. 지난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기준금리 0.25% 인상을 두고,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언론들은 대부분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제로금리에 가까운 돈풀기가 유동성 파티라면, 금리인상은 파티가 끝나고 계산할 시간이 다가온다는 의미다. 파티를 즐겼으니 계산은 당연한 것이고,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이 기꺼이 준비가 돼있다면 파티의 끝은 그리 두려울 것도 없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그들의 말처럼 미국경제가 회복됐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미국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한 것은 불경기를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높여 소비진작이 내수의 활성화로 이어지게끔 만들겠다는 것이 ‘돈풀기’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해온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임의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아도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연준의 판단이고, 내년에도 3차례 정도 금리인상을 단행하겠다는 것이 내놓은 계획이다.

문제는 우리다. 미국에 못지않은 저금리 정책으로 금리가 사상 최저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들이 금리를 조정하고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의 조치를 했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1.25%다. 2011년 6월 3.25%였으니 매년 0.5%p씩 내려간 셈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기준금리 1.25%를 유지할 수 있는지, 또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옳은 정책인지 판단조차 어렵다.

매년 금리를 낮추면서 ‘돈풀기’로 경기부양책을 써왔던 박근혜 정부였다. 저금리로 돈을 풀어 부동산경기를 살리고, 그 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게 이유였다. ‘빚내서 집사라’는 부동산정책도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저금리 자체가 내수경기 진작의 선순환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 만들기, 노동자 임금 높이기, 대기업의 독점 줄이기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풀리는 돈은 대기업 창고에만 몰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저금리를 통한 경기부양책, 지나고 보니 대기업을 위한 파티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만들어진 계산서가 가계부채 1300조원이다. 저금리, 대출문턱을 낮추어도 국민들은 빚만 늘어날 뿐 수혜자는 부자와 대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 정부는 집권 기간 내내 이런 정책을 ‘경제살리기’라고 강변했다. 이제는 금리의 인상이나 인하, 어느 쪽도 쉽지 않다. 금리인하는 가계부채라는 화약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고, 금리인상은 이자폭탄으로 한계에 놓인 가계를 늘릴 것이다. 나서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형국. 우리 경제는 이 지경으로 망가졌다.

대통령은 탄핵 직전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임종룡 금융위원장으로 교체하려 했다. 경제위기 상황에 분위기라도 바꿔야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탄핵정국에서 유일호 팀은 계속 자리를 지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위시한 경제팀이 이번 위기를 해쳐나갈 사령탑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정경유착의 충실한 대변자였던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이 탄핵됐다고 기존의 경제정책과 다른 처방을 내놓을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경제회복의 날갯짓일지라도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에 이르면 가뜩이나 나약한 경제를 휩쓸 태풍이 되기 십상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서는 금리인하나 금리인상, 모두 그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 파티는 기업이 즐기고 계산서는 매번 국민들이 받아드는 불합리를 끝내야 한다. 임금을 올리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빚을 조금이라도 줄여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어쩌면 위기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유일한 탈출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