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잔치’가 끝났다…가계부채 건전성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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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저금리 잔치’가 끝났다…가계부채 건전성 높여라 부채와 부동산 투기를 통한 성장정책을 폐기해야

기사입력2016-12-16 14:04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저금리 잔치’가 끝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0.25%p 올리고, 내년에 3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직후 나온 세간의 평가다. 한국은행 또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으로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수출감소와 내수침체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의 전망도 일부 있었지만 결론은 동결이었다. 미국 연준이 내년 추가 금리인상 방침까지 예고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은 소진됐다고 평가해도 틀리지 않는다. ‘저금리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이제 반등시점만을 확정할 수 없을 뿐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상수다.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의 금리인상은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주요 수·출입교역국 또는 지역 그리고 수출·입품목에 따라 실물부문에 부정적 또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정책당국이 산업정책에 개입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함으로써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한다면 금리인상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연초부터 예상됐던 조치라는 점에서 대기업이나 정부 모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경제지를 중심으로 일부 언론에서 우려하는 바와 달리 당장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다. 또 내년도 재정운용계획을 정부가 잘 준비한다면 중장기적으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 혼란스런 정국이긴 하지만 반전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정부관료 그리고 기업인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고 믿고 싶다.

상품 또는 서비스를 통한 간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실물부문과 달리 금융·부동산부문은 기준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정부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곧 바로 전이되는 금융·부동산부문에 대한 리스크 관리란 얘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으로 가장 먼저 제기되는 리스크는 자본유출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내외 금리 차가 축소됐지만 대외 건전성이 양호해 급격한 유출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국 연준의 예고대로 내년 3차례에 걸쳐 0.25%p씩 금리가 올랐다고 가정했을 때 내외 금리 역전으로 자본유출 리스크가 작지 않다. 이는 한은의 금리동결을 전제한 것이라는 점에서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상황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한다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는 이미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대출이다. 지난 ‘11.3 부동산대책’으로 주춤하지만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부동산투기 역시 지속적인 통제관리 대상이다. 수년내 급증한 가계대출의 직접적인 원인은 부동산투기 광풍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이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을 통제하지 못하면, 고금리에 따른 연체-소비위축-생산감소-가계소득감소-연체의 악순환은 우리 경제를 파국으로 끌고 갈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1257조3000억원이고, 이중 변동금리대출은 70%인 880조원에 달한다. 대출금리가 1%p 오르면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만 연간 7조∼8조원이란 얘기다. 또 지난 6월 한은은 금융시장안정보고서를 통해 금리가 1%p 상승할 경우 한계가구가 134만2000가구에서 143만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계가구란 처분가능소득에 대한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40% 이상이고,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은 가구를 말한다. 14일 정부가 미소금융, 햇살론 등 4대 서민정책자금 공급규모를 올해 5조7000억원에서 내년 7조원으로 확대 편성한 이유도 부채상환에 대한 서민가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미국 연준에서 촉발된 금리인상 기조에 대한 대응으로 서민정책자금 공급은 긴급처방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실질금리 통제가 전제되지 않으면 긴급처방은 독이 되어 가계부채의 부실을 더 키우고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문제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실질금리가 상승국면에 있고, 미국의 기준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실질금리 상승세가 더 가속화될 것이란 점이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산정의 기준 역할을 하는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 10월 1.41%를 기록, 전달보다 0.06%p 올랐다. 강제로 끌어내리지 않고서는 이미 상승기류를 탄 시장금리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될 우려가 크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모두를 아우르는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과 집행이, 그것도 골든타임내 이뤄져야만 하는 이유다.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동결한 정부로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이전에 정부는 내년 초 추경예산 편성을 언급했다. 추경을 통한 재정보강방식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또 같은 맥락에서 내년도 예산 조기집행 등 재정확대 방안을 검토할 수 있지만, 실질금리 인상추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채권매입 등 양적완화를 통해 실질금리를 낮추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를 자금수요·공급자 모두에게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아울러 가계부채의 규모를 축소하고 그 질을 개선하기 위해 상환능력을 고려한 채무조정 등의 가계부채 건전성 제고방안도 마련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 부동산문제는 정부 그리고 전문가 모두 그 원인도, 해법도 이미 알고 있다. 부채와 부동산투기를 통해 외형적 성장만을 도모했던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정부의 제1목표를 ‘서민들의 주거안정’으로 정하고, 정책집행 과정에서 부동산시장에 투기수요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투기 발본색원만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완화시키거나,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발판은 만들 수 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수단은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었던 정부가 문제다. 대통령은 본분을 망각한 죄로 식물이 된 지금, 경제·금융당국의 관료들만이라도 ‘동물적’ 감각과 지혜를 보여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