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유명’ 상표등록하려는데 모방상표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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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맛집 유명’ 상표등록하려는데 모방상표 있다면 상표 먼저 사용한 사실 소명할 수 있다면 이의신청으로 구제 가능

기사입력2017-02-20 21:30

양한나 객원 기자 (hnyang@kanghanip.com) ㅣ다른기사보기

강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양한나 파트너 변리사

김모씨는 A라는 식당을 개업했다. 젊은 층이 좋아할 법한 분위기와 맛으로 점차 널리 알려졌고, 다수의 블로그에 맛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주위에서 프랜차이즈를 해보는게 어떻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와 일단 상표권부터 등록하려고 알아보던 중 누군가 A라는 상표를 식당업에 먼저 출원했고, 출원공고까지 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표를 먼저 출원한 자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상표를 먼저 사용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출원을 하지 않으면 상표권을 취득할 수 없다. 하지만 선출원주의 하에서는 ‘진실한’ 상표 사용자를 보호하는데 미흡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상표법에서는 비록 상표 출원이 늦더라도 상표를 먼저 사용한 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만일 상표를 모방해 출원한 자가 등록까지 받고 정당하게 상표를 먼저 사용한 자(이를 ‘정당한 권리자’라 함)에게 역으로 상표권 침해 중지를 요구한 경우, 정당한 권리자는 ‘선사용권’을 주장할 수 있다. ‘선사용권’은 문자 그대로 상표를 먼저 사용한 자에게 발생하는 권리다.

‘부정경쟁의 목적 없이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계속 사용해, 타인의 상표등록출원시 국내 수요자 간에 그 상표가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돼 있는 경우’에는 등록 상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상표법 제99조 제1항). 또 ‘자기의 상호를 상표로 사용하는 자로서, 부정경쟁의 목적 없이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경우(상표법 제99조 제2항)에도 선사용권으로 보호해 주고 있다. 제1항은 상표를 먼저 사용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을 것을 요구하는 반면, 제2항의 경우 자기의 상호를 상표로 먼저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제1항에 비해 입증이 쉬운 편이다.

맛집으로 유명해지면서 상표등록을 하려는데, 출원공고가지 한 모방상표를 발경했다면, 이의신청을 제기해야 한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다만 여기서 유의할 점은 선사용권에 의해 정당한 권리자가 상표를 계속해서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상표를 모방해 출원한 제3자의 등록상표에 대해서 그 등록이 무효라는 것을 입증하기가 실무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정당한 권리자로서는 자신의 상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일 뿐, 제3자가 등록상표를 마치 자신의 것인 양 권리 행사하는 것은 막기 어려울 수 있다.

만약 제3자가 상표를 출원하기 전 정당한 권리자의 상표가 이미 유명해진 경우라면,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로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그 특정인에게 손해를 입히려고 하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다’는 규정에 의해 ▲정보제공 ▲이의신청 또는 ▲무효심판을 고려할 수 있다.

정보제공의 경우 모방 상표에 대해 가장 빨리 취할 수 있는 방안이다. 심사관에게 출원 상표가 거절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제공해 심사관이 직접 거절이유를 통지하게 만드는 제도다. 정보제공은 비용이 가장 저렴하고, 정보제공인의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사관이 정보제공 사유를 보고 거절이유를 통지하면 출원인은 그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할 뿐, 정보제공인과 직접 다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세 방안 중 가장 간단하고 신속하다.

이의신청의 경우 심사관이 상표를 심사한 결과 거절이유가 없어 상표를 공고하면, 공고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출원상표에 거절이유가 있음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는 제도다. 이의신청서가 접수되면 출원인은 답변서를 제출해 다툴 수 있으며, 심사관은 이를 검토해 이의신청에 이유가 있으면 상표를 거절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상표등록무효심판은 상표가 등록이 된 이후에 등록 상표에 무효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그 등록의 무효를 요구하는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다. 이해관계인에 한해 청구할 수 있으며, 세가지 방안 중 비용이 가장 비싸다. 이의신청과 마찬가지로 무효심판이 접수되면 등록상표권자가 답변서를 제출해 다툴 수 있으며, 심판관이 무효심판에 이유가 있다면 등록 상표를 무효로 한다는 심결을 내린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김모씨가 모방상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미 출원공고까지 이뤄졌으므로 이의신청을 제기해야 한다. 김모씨가 모방상표의 출원일 전부터 영업을 시작해왔고 다수의 블로그에 맛집으로 소개됐다는 자료를 소명할 경우, 이의신청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비록 이러한 구제방안이 마련돼 있지만, 미리 상표권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