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 역할 大中企 거래조건 합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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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김상조 “공정위 역할 大中企 거래조건 합리화” 연말 ‘하도급 공정화 종합대책’, 내년 ‘대리점분야 종합대책’ 마련

기사입력2017-12-15 17:2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5일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주최한 새정부의 공정경쟁 정책방향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강연회에서 소의 걸음으로 뚜벅뚜벅 천리를 가겠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우보천리(牛步千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5일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주최한 ‘새정부의 공정경쟁 정책방향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강연회’에서 “소의 걸음으로 뚜벅뚜벅 천리를 가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현 정부의 3대 경제운용 방향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세개의 축으로 균형있고 튼튼하게 지탱될 때 한국경제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정경제는 모든 기업이 공정한 기회와 규칙 속에서 경쟁하는 경제이며, 중소업체의 자생적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했다. 공정경제 기반없이는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도 그 지속가능성을 갖기 어려우며, 세가지 방향중 가장 기초가 되는게 공정경제란 얘기다.

김 위원장은 글로벌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가 1997년과 2012년 한국경제를 압축 묘사한 표현을 소개했다. 맥킨지보고서는 1997년 한국경제를 샴폐인잔에 비유했고, 2012년엔 ‘온탕속 개구리’라고 꼬집었다. 전자는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이 두텁고, 경제성장을 받쳐주는 중간계층이 빈약한 현실을 지적한 말이다. 후자는점점 뜨거워지는 온탕 속에서 죽을 줄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다.

中企 영세화·생산성 하락 심각…양극화 원인 ‘힘의 불균형’

김 위원장은 “지난 20년동안 한국경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더 악화됐다”고 진단하며 “우리나라는 압축성장 신화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자랑삼아왔지만, 지금의 현실은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불행한 사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심화에서 기인한다. 1990년 42.7%, 36.1%, 17%였던 영세기업, 소기업, 중기업비율은 2014년에 49.9%, 34.5%, 13.6%로 각각 변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영세기업 비중이 늘어난 반면 소기업과 중기업 비중이 줄어드는 ‘영세화현상’이 나타났다.

생산성에서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드러난다. 종사자 1인당 부가가치를 보면 대기업을 100으로 했을 때 1990년 영세기업은 35.2, 소기업은 41.3, 중기업은 57.1이었다. 이 수치는 2014년 각각 22.1, 25.6, 34.3로 모두 크게 하락했다.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및 중소기업 영세화의 주요요인은 대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에 따른 불공정거래 조건에서 파생되는 ‘성과의 편향적 배분’이라고 김 위원장은 해석했다. 일례로 주요국 자동차산업 기업간 영업이익률 비교자료를 보면, 중국·한국·미국·유럽·일본 중 한국 완성차업체 영업이익률이 9.6%로 가장 높다. 반면 부품업체 영업이익률은 4.4%로 다섯개 국가중 최하위다.

대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유는 중소기업이 하도급·유통·가맹·대리점 분야에서 소수 대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사업활동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등한 거래가 아니라 힘의 불균형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중소기업이 응당 누려야할 혜택이 원사업자 이익률로 흡수돼서다.

대·중소기업간 거래조건 합리화 하는 것이 공정위의 역할

김 위원장은 대중소기업간 거래조건을 합리화하는 것이 공정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협상력 강화 등을 통해 사적자치가 실질적으로 작동돼 거래조건이 개선되도록 할 것과, 이 과정에서 대기업 스스로 남용행위를 자제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반복되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법집행 및 피해구제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위는 연말까지 ‘하도급 공정화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한다. 종합대책에는 ▲원사업자와 하도급업자간 전속거래를 완화하는 방안 ▲대기업 1차 협력업체 이외 2차 이하 협력업체의 거래조건도 개선하는 방안 ▲하도급업자에게 일방적으로 비용을 부담시키는 특약을 억제하는 방안 등 총 20여개의 세부과제가 포함될 예정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중소기업간 거래조건을 합리화하는 것이 공정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대리점분야에선 지난 8월 시작한 대리점거래 실태조사를 12월중 마무리 짓고, 이를 토대로 내년중 ‘대리점분야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리점사업자의 단체구성권을 명문화하고 대리점법 시행 이전에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도 대리점법을 적용해 본사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하는 법개정도 추진한다.

공정위는 지난 7월에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 방안’을, 8월엔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도 발표했다.

다른 법에 담겼어야 할 내용, 가맹사업법 등에서 다루겠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유통법, 하도급법에 담으려고 하는 내용들은 선진국의 같은 법에는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선 노동법, 계약법, 환경법 등에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고, 그것이 현실에서 관행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갑을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법에 담겼어야 할 내용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가맹사업법이나, 대리점법 등에서 다루는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법집행 및 피해구제 실효성 제고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 하도급·유통·가맹분야 서면실태조사시스템을 고도화해, 시장에서 문제를 먼저 제기하지 않더라도 공정위가 사전에 불공정행위를 인지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확인한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직권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기술유용에 대해서도 엄정 조치를 예고했다. 하도급법개정을 통해 유용단계에 이르지 않은 단순한 유출만으로도 위법행위로 처벌하도록 기술자료 유출금지 규정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기술유용에 대한 손해배상액도 현행 손해액의 3배에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난 11월 기술유용사건담당 TF를 구축한 공정위는 중기부·특허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년 1분기중 발표한다.

하도급·유통·가맹분야 분쟁조정기구를 각 시도에 설치하는 등 공정위의 집행권한을 시도로 위임·이양하는 범위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가맹본부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로 발생한 가맹점주의 손해에 대해 가맹본부가 배상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도입하도록 가맹사업법 개정도 추진한다.

김 위원장은 “현 정부가 갑작스럽게 선거를 치르고 인수위없이 출범하다보니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세 경제운용방향에서 아직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주축으로 공정위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우보천리의 자세로 해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