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과 디지털이 만나 사회문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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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집단지성과 디지털이 만나 사회문제 해결한다 디지털사회혁신…승자독식 극복, 사회문제 해결 혁신생태계 조성

기사입력2018-04-27 11:3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용자의 참여로 완성되는 세이프캐스트의 방사능 누출정도 지도 <자료=세이프캐스트>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유출됐음에도 일본정부는 며칠동안 유출된 방사능 측정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바다건너 미국에서는 조이 이토, 피터 프랑켄 등 IT분야 전문가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행동을 시작했다. 일본 지역 방사능 누출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고, 세이프캐스트(Safe cast)라는 자발적인 조직이 탄생했다.

전세계인의 집단지성과 IT기술이 만나 사회문제 해결

세이프캐스트는 구형 방사능측정기를 개선해, 작고 가벼운 방사능측정기 가이거카운터를 보급하기 위해 킥스타터에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진행했고, 전 세계인의 참여를 이끌었다. 가이거카운터는 디지털 카메라만한 크기에 GPS가 내장돼, 자동차에 부착하고 운전을 하면 해당지역의 방사능을 측정해 저장한다.

세이프캐스트는 이 기기를 일본 전역에 무료로 제공했고, 사용자들이 수집한 정보를 세이프캐스트 사이트에 올리면 방사능 누출정도를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정보는 계속 업데이트돼 새로운 방사능지도로 나타난다. 이 프로젝트는 서로 얼굴도 모르는 전세계인의 집단지성과 IT기술이 만나 사회문제를 해결한 디지털사회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재흥 비영리IT센터 이사는 26일 에스이임파워사회적협동조합 주관으로 개최한 디지털사회혁신 정책과제 포럼에서 “디지털사회혁신은 사회문제, 전지구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의 참여를 모으는데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26일 에스이임파워사회적협동조합 주관으로 개최한 디지털사회혁신 정책과제 포럼에서 이재흥 비영리IT센터 이사는 “디지털사회혁신은 사회문제, 전지구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의 참여를 모으는데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중기이코노미

유럽연합은 2013년 본격적인 디지털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디지털사회혁신을 통해 지배적 플레이어가 혁신과 경쟁을 세팅하는 승자독식 시장의 문제점을 극복하는데 있다. 승자독식에 따라 독과점화된 시장은 혁신과 경쟁을 저해함으로써,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생태계 조성을 어렵게 하고, 지배적 플레이어의 독점이윤만을 보장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유럽의 디지털사회혁신은 네트워크를 통해 2015년 기준 전세계 49개국가에서 총 1784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공유경제 ▲새로운 방식의 창작 ▲오픈민주주의 ▲인식네트워크 ▲오픈엑세스 ▲펀딩, 액셀러레이션, 인큐베이션 등 분야가 다양하다.

첫발 내딛는 한국형 디지털사회혁신…해결과제 산적

한국의 디지털사회혁신은 이제 시작단계다. 이 이사는 한국형 디지털사회혁신이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기술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디지털’혁신 ▲지역(생활)중심의 체감형 효과 구현을 위한 ‘사회’혁신 ▲사회주체간의 협업으로 추진하는 ‘혁신’방법을 제안했다.

디지털사회혁신을 통해 정부정책은 하향식·중앙집중적·권위적인 것에서 상향식·지역자립·공감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바뀌고, 정책평가의 기준 또한 결과·성과 중심에서 과정·가치학습으로 전환된다. 또 규제와 소유가 중심인 경제구조는 자율과 공유라는 흐름을 맞게 된다. 이와함께 기업이윤을 위해 혹은 전문가 중심으로 이용됐던 기술은 시민공익을 위해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로 부각된다.

국내에서도 디지털사회혁신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해있는 다양한 분야의 창업팀들은 함께 자원을 공유·매칭하고, 인력·인재를 연결하는 등 상호협력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비영리IT지원센터,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시민방송RTV, 산업용 로봇분야 창업팀 B.A.T, 마을공동체 앱서비스를 개발하는 아망, 청각장애인을 위한 IT서비스를 제공하는 AUD사회적협동조합 등 다양하다.

<자료=이재흥 비영리IT센터 이사,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한국형 디지털사회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는 쌓여있다.

지난해까진 국가정보원 보안지침에 따라 공립학교 일반교실에선 Wi-FI 사용이 불가능했다. 이는 디지털교육의 장애요인이다. 학교에서 코딩교육 등을 진행하려면 ‘에그’ 등 무선인터넷 라우터를 함께 가져가야만 가능해 인터넷 접근성을 떨어뜨렸다. 지난해 국정원은 학교 Wi-Fi가 가능하도록 개정한 지침을 학교에 전달했지만, 거액의 특정 무선인터넷 장비를 설치해야하는 부담이 여전히 남아있다.

또 2013년에는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장애인의 웹접근성을 제고하도록 했지만, 정부도 통신 대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장애인이 웹접근 불편함을 인권위에 제소해 민원을 제기할 경우에만 그 사안이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 특성상 ‘권고의견’외 강력한 제재가 불가능해 장애인 웹접근성 문제 해결도 요원하다.

이외 최근 보편화된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역시 1000만원이상 모금시 사전신고·운용방법 등을 규제한 기부금품모집법과 충돌, 이에 대한 보완 또는 대체입법도 필요하다.